▶ 근무에 몰입“생산성 향상”긍정 평가
▶ “봉급 깎이더라도 사생활 누리고 싶다”

미시간주 트로이에 위치한 유나이티드 쇼어의 사무실 내부. 하루 8시간 근무제를 엄격히 지키는 이 회사의 사무실은 오후 6시가 되면 순식간에 비어버린다

융자 브로커인 유나이티드 쇼어 파이낸셜의 직원들이 오후 6시 칼퇴근을 하고 있다.
■ 중소기업 주 40시간 근무 ‘펌40’ 채택 바람
평일 오후 6시 정각. 미시간주 트로이에 위치한 융자전문회사 유나이티드 쇼어 파이낸셜 서비시즈에선 매일 엑소더스가 일어난다.
그리고 5분 후, 회사 파킹랏은 거의 텅 빈다. 회사의 방침에 따라 직원들이 단체로 ‘칼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 쇼어는 너무도 평범해 오히려 극단적으로 보이는 근무시간 관리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펌40’(firm 40) 규정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주당 딱 40시간만 빡세게 일하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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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펌40’의 결과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제외한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 중에는 절대 딴 짓 말고 일에만 집중하되 오후 6시 정각에는 확실히 손을 털고 사무실을 떠나라는 회사 방침이 정해진 뒤 생산성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지휘부의 설명이다.
주로 중소기업들이 채택해 시행 중인 근무시간 제한제는 ‘무한근무’에 지친 대기업의 고급인력을 유인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직원 채용을 담당하는 중소기업 인사부장들은 “근무시간을 줄이는 조건이라면 기꺼이 낮은 연봉을 받아들이겠다는 대기업 출신 고급인력이 대거 지원해와 힘들이지 않고 ‘이삭줍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쇼어의 최고경영자 매트 이시비아는 1,350명을 헤아리는 전 직원들에게 “금요일 오후 5시55분은 화요일 오전 10시55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근무시간”임을 누누이 강조한다. 근무시간 중에는 단 1분 1초도 소홀히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핑계로 일을 밀어둔 채 한가로인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거나 온라인 샤핑을 하는 따위의 행동을 자제하라는 당부다.
이시비아는 “대신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다음날 출근시간 전까지 회사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고 당부한다.
이 회사의 인력관리 책임자인 로라 로슨은 “펌40이란 한마디로 우리에게 주당 40시간만 떼어주면 나머지 시간에 업무와 관련해 집으로 이메일을 보낸다거나 전화로 연락을 취하는 따위의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유한 근무’의 개념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근년 들어 일과 가정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 탓이다.
이른바 ‘일과 삶은 하나’라는 통합근무제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 젊은 아빠들은 퇴근시간 전에 조퇴해 자녀의 축구경기를 관전하거나 병원에 갈 수 있지만 대신 밤늦게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점검하고 업무지시를 받아야 한다.
유나이티드 쇼어에서는 ‘펌40’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동료들 사이에 상호감시제를 도입해 운용한다.
근무시간에 일을 태만히 하거나 퇴근시간을 넘기는 동료들에게 주변에서 따끔하게 지적을 하게끔 권장하는 제도다.
유나이티드 쇼어의 직원들에게는 한 시간의 점심식사 시간이 주어진다. 이와 함께 세일즈 파트 직원들은 긴장의 초점을 유지하기 위해 ‘파워 블락’으로 불리는 30분간의 공세적 업무시간을 갖는다.
이때는 가급적 이메일을 자제하고 전화도 서있는 상태에서 걸거나 받을 것을 권한다.
이시비아는 “직원들에게 장시간 근무를 요구한다고 해서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몰입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리서치도 그의 견해를 지지한다.
스탠포드대학에서 노동경제학을 강의하는 존 펜케이블 교수는 “주당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는 종업원들, 혹은 장기간 오버타임을 하는 직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당 40시간 일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단위시간당 노동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근로자들은 일에서 회복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알렌타운에 기반을 둔 인력관리 외주업체 마이HR 파트너사의 타나 해밀턴 사장은 “봉급이 깎이더라도 주당 40시간 근무제를 지키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대기업 직원들이 적지 않다”며 “그로 인해 소기업들도 여간해선 영입이 힘든 고급 인력을 건지곤 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우리 역시 주당 40시간 근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3개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직원공모에 무려 663명의 지원자가 쇄도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장시간 근무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해밀턴 사장은 “새로 채용한 직원 중에는 이전 직장에서 6자리 수의 봉급을 받던 사람도 있다”고 자랑했다. 마이HR 파트너의 직원 연봉은 4만 달러에서 9만 달러 사이다.
밤 9시에 이메일을 받고, 일요일에도 고객의 전화를 받는데 익숙해진 사람은 하루 8시간 근무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유나이티드 쇼어의 2년차 직원인 아흐메드 하디다르는 “처음엔 ‘펌40’가 정말일까 의심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도 지금은 오후 6시에 칼퇴근 하는데 익숙해졌다.
근무시간 이후에는 거래처에 이메일을 보내지도 않고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하지도 않는다. 직장 동료들 모두가 퇴근 후 집으로 직행하기 때문에 연락을 취할 상대가 없다.
덴버의 비즈니스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네버 세틀 LLC의 공동창업주 켄 켈리는 초반에는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만큼 근무하고, 원하는 시기에 바캉스를 떠나도록 했다. 그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처럼 선택의 자유를 주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직원들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을 기록한 것이다.
깜짝 놀란 켈리는 2주간의 평균 근로시간이 80시간을 초과하거나 미달한 직원들의 바캉스 타임을 몰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거나 짧은 직원들에게 벌 을 줌으로써 사실상 주당 40시간제로 바짝 다가선 셈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시급제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경비를 억제하는 부수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켈리는 자신의 정책은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취해졌다고 주장했다.
유타주 린돈 소재 인력관리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뱀부HR LLC 역시 ‘펌40’ 스타일의 근무제도를 시행한다.
이곳의 보스들은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고 초과근무를 일삼는 직원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린다. 이들 중에는 아예 해고를 당한 종업원도 있다.
뱀부HR의 운영담당최고책임자(COO) 라이언 샌더스는 “근무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회의에 조금 늦게 들어가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혹 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40시간을 일에 투입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은 예전에 비해 근무시간이 늘어났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여부는 불투명하다.
세금관련 컨설팅사인 EY의 최근 서베이에서 민간기업 매니저들의 절반 가량은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말했고, 39%는 지난 5년 동안 근무시간이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커런트 파퓰레이션 서베이의 자료를 보면 대부분이 풀타임 근무자인 매니저들과 전문직 종사자들은 지난 수년간 주당 평균 43.3시간 일했다.
주당 40시간이 넘게 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과중한 업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연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6세 이상의 근로자들 가운데 서비스업 종사자는 주당 평균 41.3시간, 세일즈와 사무실 직원의 평균 근무시간은 41.6시간이었다.
이들이 일하는 시간 역시 주당 40시간에 근접한다는 얘기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가장 바빴던 주간을 가장 평범한 주간으로 기억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시간 사용에 관한 책을 써낸 여성작가 로라 밴더캄은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전문직 여성들을 상대로 실시한 서베이를 통해 이 같은 경향을 재확인했다. 이들의 근무시간 일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문직 여성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4시간이었다.
살인적인 업무량과 근무시간 때문에 ‘걸어다니는 시체’처럼 생활한다며 잔뜩 엄살을 부리지만 이들이 실제 일하는 시간은 그리 엄청나지 않다는 결론이다.
로라는 “우리는 너나없이 하루 종일 일만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우리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없다고 푸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번 서베이가 제시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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