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3차 민주당 대선주자 TV토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AP)
19일 미국 뉴햄프셔 주 세인트앤셀름대학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3차 TV토론은 결국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포스'를 재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토론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은 교묘하게 빠져나가면서 안보 문제나 이민자 문제가 제기됐을 때 공화당, 특히 지지율 선두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화살을 돌렸다.
진행자인 ABC뉴스의 데이비드 뮤어 앵커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재계가 힐러리 클린턴을 8년 전처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그는 "모든 사람이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청중의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LA 동부 총격테러를 계기로 미국인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총기를 규제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클린턴 전 장관은 "더 많은 사람들을 무장시키는 대신 더 깊고 긴밀한 나라 내부에서의 동맹을 형성해야 한다"고 답한 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원들로부터 나오는 '문명 충돌' 식의 개념에 특히 우려한다"고 논점을 비틀어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중동 국가들이 지상군을 보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외교안보 정책'을 제시했다.
샌더스 의원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이 부유한 나라는 예멘 대신 IS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하겠다"거나 "카타르에는 2천억 달러를 월드컵 경기에 쓰지 말고 문앞의 IS에 관심을 두라고 말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샌더스 의원은 시리아 문제에 대해 "클린턴 장관이 지나치게 (아사드) 정권을 교체하는데 몰두했다"고 지적하며 "독재자를 제거하기는 쉽지만 그 이후의 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S의 제거가 먼저이고 아사드 정권 제거는 두 번째라는 주장을 펴기 위한 논리였지만,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자를 내버려둘 수도 있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샌더스 의원은 경찰의 과도한 무력사용 문제에 대해 "경찰은 주로 흑인인 비무장한 사람에게 사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법 집행에 "체계적인 인종주의"가 있다고 지적한 뒤 "동시에 미국 각지에서 영웅적으로 일하는 경관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한 클린턴 전 장관과 대조를 이뤘다.
오말리 전 지사는 "메릴랜드에서는 미국총기협회(NRA)의 반대를 극복했습니다"라거나 "(주지사) 재임 기간 메릴랜드에서는 일반 가정의 평균 조세 부담에 변화가 없었다"는 등의 '주지사 경험'을 중점적으로 내세웠지만, 일부 미국 언론은 대선주자가 특정 지역에서의 행정 경험만 내세우는게 아니냐는 인상을 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주자 세 명 모두 '트럼프 비판'은 잊지 않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문명 충돌론자'라는 주장 말고도 "허세와 맹신을 동원해 사람들로 하여금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거나 "그는 최고의 IS 가담자 모집책이 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같은 사람이 모든 멕시코인을 성폭행 범죄자라고, 모든 무슬림을 테러범이라고 주장하는 동안 부자는 더 부유해진다"고 목청을 높였고, 오말리 전 주지사는 안보 문제에 대해 트럼프가 "검증되지 않았고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언은 이날 TV토론의 무게 중심을 클린턴 전 장관으로 쏠리게 한 직접적인 계기였다.
샌더스 의원이 이민자 출신임을, 오말리 전 지사가 가족의 안전을 각각 언급한데 비해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에서 다음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동안 이뤘던 여성이나 노동자의 권리 신장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 뒤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인 "'포스'가 여러분과 함께하길 빕니다"라고 말한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토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공화당의 트럼프를 승자로, 샌더스 의원과 오말리 전 지사를 패자로 지목했다.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 역시 민주당 대선주자 세 명 가운데 클린턴 전 의원이 이날 토론의 승자였다고 평가했다.

19일 3차 TV토론에 나선 민주당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부터)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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