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보 한 박사·박숙자 씨 부부의 ‘이색 인생 도전기’
무궁화위성 개발 우주공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 황보 박사가 미술가로, FDA에 오랫동안 근무하다 은퇴한 박숙자 씨가 전업 소설가라는 조합이 얼핏 보면 생소하다. 과학과 이학 쪽 정반대편의 미술, 문학 분야로의 180도 반전이 일반인에게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내공을 쌓아 왔음이 느껴진다.
<정영희 기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황보 한 박사
우주과학자에서 화가로
레오날드 다빈치가 롤 모델
부인 박숙자 씨와 락빌에 거주 중인 황보 박사는 1990년 한국통신 위성사업단장에 취임, 한국 최초의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위성 1호와 2호 사업을 추진했다. 95년 8월에 무궁화위성 1호, 96년 1월에 무궁화위성 2호를 플로리다 케이프 케나벨라에서 델타-2 로켓으로 발사하여 소정의 지구정지궤도에 진입시키고 한국 영공에 처음으로 위성통신망을 구축했다. 무궁화위성을 이용하여 한반도 전역과 영해 도서에 위성수신기만 설치하면 위성방송과 통신이 가능한 위성통신시대의 개막이었다. 한국의 위성통신시대를 개막시킨 과학자로 평가받는 황보 박사는 은퇴 후 계속 한국위성사업 기술자문을 하고 있다.
황보 박사는 “은퇴 후 아내는 평생 하고 싶던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저는 그림을 그립니다”라며 “아내가 잠을 자지 않고 써서 이번에 펴낸 첫 작품집 ‘리버 정션(River Junction)’이 널리 읽혔으면 합니다. 한인 2세나 미국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실상 그의 그림 수업과 경력은 30여년이 훌쩍 넘는다.
고교 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했지만 이공계 대학 진학이 목표였기에 미술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그는 30, 40대부터 짬짬이 미술강좌에 나가면서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78년부터 직장 일이 끝나면 페어팩스, 몽고메리 카운티의 아트 클래스에서 유화를 배웠고 2006년 펜랜드 스쿨에서 심화된 유화 수업을 받았다.
초기 10여년은 워싱턴 지역의 4계와 포토맥강, C&O 운하 등 풍경화와 DC 워싱턴의 건축물을 주로 그렸다. 이후 10여년은 한국의 북한산, 남한산성, 한강, 지리산, 독도, 홍도, 제주도 등의 풍경을 캔버스에 옮기는데 주력했다. 최근 10여년은 음양이론을 바탕으로 우주의 비밀을 탐색하는 작품들과 수련과 연꽃 등의 추상화에 몰두하고 있다.
10여년전인 2005년부터 워싱턴한미미술가협회 회원으로 조인, 작품 활동 중이다. 그 이전 개인전만 세 번 했다. 98년 서울 예술의 전당, 2000년 파리 한국문화원, 워싱턴DC 조지타운 모카(MOCA) 갤러리에서였다. 미협 그룹전에는 10여회 참가했다.
황보 박사는 서울대학 공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63년 서독 스튜트갈트 공대의 고온연구소에서 연구조교로 일하며 우주선의 전기공급장치의 방열기 설계를 연구했다. 미국기계공학회지에 이 연구결과 발표를 계기로 커네티컷 대학교 기계공학과 연구조교를 하며 70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71년 페어차일드 우주 및 전자 회사에 스카웃돼 워싱턴에 와서 NASA의 응용과학위성 열 제어 설계를 담당했다. 75년 미 해군연구소의 항행위성 NTS-1호의 기계, 전기 및 추진기관의 시스템 엔지니어로도 일했다. 당시 우주박물관에서 아폴로 달 탐사선도 보고 스미소니언 미술관에서 세계적인 화가들의 미술작품전을 보면서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미술에의 꿈을 다시 펼치게 됐다.
“과학자이며 화가였던 레오날드 다빈치가 롤 모델이다.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 프랑스의 인상파 그림을 좋아한다. 특히 반 고흐와 모네 작품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화나 아크릴 그림을 그렸다. 최근에는 사진과 비디오 클립으로 동영상 작품도 만들고 있다. 새해엔 자연과 세상변화의 본질을 아름다운 이미지로 승화시켜 새로운 장르의 그림을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숙자 씨.
독성학자에서 소설가로
한미 문화권 교량 역할 기대
2006년 전업작가로 전향 후 한국 내 동서문학상(2014) 단편소설 가작을 비롯 ‘뉴욕문학’ 신인상(2009), ‘워싱턴문학’ 신인상(2010)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박 씨는 연방 식품의약국(FDA)에 26년간 근무한 독성학자(Toxicologist)였다. 소설가로의 변신에 대해 박씨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장래를 위해 이과를 선택, 약학을 공부했다. FDA에서 은퇴 후 하고 싶은 문학에의 꿈을 펼치고 싶었다. 새벽 3-4시 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글쓰기 작업을 시작한다. 은퇴 후 출근시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1969년 도미해 약학대학에 편입, 약리학을 공부하며 공부하는 재미를 느꼈다. 많은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주며 공중보건을 지키는 FDA에 들어갔다. 그 후 독성학(toxicology)을 더 공부하여 FDA에서 독성학자(Board Certified Toxicologist)로 26년간 일했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너는 앞으로 소설가가 되면 잘 하겠다’고 말씀 하신 이후 소설가의 꿈을 품었다. 그러나 삶에 바빠 문학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직장에서 일하고 살림하며 아이들을 기르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만 나면 특히 새벽, 출근 전에 글쓰기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요즘도 매주 월요일에는 북 토론(Book Discussion) 클럽에 나가 미국사회에 잘 알려진 현재 작가들의 신작 단편소설 한 개씩을 읽고 토론하며 최근 작품경향을 공부한다.
최근 발간한 영문 소설 ‘리버 정션(River Junction)’은 두 강이 만나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두물머리를 뜻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살아가는 각각 다른 한국인의 인생행로를 11편의 단편에 담았다. 이 영문 소설집은 미국에 사는 한인 2세와 영어권 독자에게 한국을 알리자는 데 목적을 두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한국의 정서를 알면 영어권 독자들이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미국을 잘 알지만 영어권은 우리를 너무 모릅니다. 한국적인 문화와 역사, 전통에 젖은 주인공들이 인간이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고민과 불가항력적인 고난 크게는 한국전쟁, 개인적으로는 유전적인 문제 등에 도전하고 또 순응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부모로써, 자식으로써, 또 배우자로써 겪어야 하는 인간적인 이슈를 그리고자 했어요”.
영어권 독자들이 한국인을 재인식하고 한인에 대한 생각의 폭을 깊게 하고 시야를 넓혀 주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
박 씨는 “앞으로 한국과 서구 문화의 차이점을 이해하며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상호이해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미국과 한국 두 문화권의 독자에게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소설가의 임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리버 정션’의 한글판 ‘사랑의 빛깔’과 최근에 탈고한 한글판 장편소설 ‘하멜의 아이들’ 출판이 목표다. 하멜의 아이들은 17세기 하멜 시대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내려온 그의 자손, 즉 현대의 삶까지 그렸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또 인종적으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삶을 작품 속에서 다뤘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도 여러 번 방문, 강진 등을 답사하며 치열하게 작업했다. 두 책이 발간돼 독자들 곁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새해 태양처럼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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