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인점 ‘패밀리 비디오’중서부서 777개 매장 운영
▶ 블록버스터·할리웃 비디오 자취 감춘 후 업계 1위 부상
인디애나폴리스 10가와 에머슨 애비뉴을 방문한 사람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여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이유는 그곳에 위치한 비디오 대여점 때문이다.
10가와 에머슨 코너의 ‘패밀리 비디오’체인점은 평일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룡처럼 사멸해 버린 줄 알았던 비디오점이 그곳에선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부의 모습도 10여년 전과 다름없다. 수천 평방피트에 달하는 매장 내부는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려는 고객들과 이미 시청한 DVD를 반환하려는 손님들로 붐빈다.
▶ 영화광 “보고 싶은 것 이곳뿐” 넷플릭스에 염증 고객도 몰려
▶ 건물주 운영… 렌트 걱정 없어
패밀리 비디오의 단골고객인 다린 그레이(38)도 매장 구석구석을 돌며 플래스틱 홀더에 담긴 DVD를 골라잡느라 여념이 없다. 그의 손에 들린 6개의 영화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것들이다.
영화광을 자처하는 게리는 6개의 영화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벌써 몇 번째 매장을 돌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와 미국의 여타 지역에서 아직도 비디오 매장이 버티는 이유는 게리와 같은 고객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비디오 대여업계의 대부였던 블록버스터와 할리웃 비디오는 이미 수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지만 시카고에 본부를 둔 패밀리 비디오 체인은 중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아직도 77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오락매체와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렌트랙(Rentrack Corp.)에 따르면 비디오 대여업이 한창 기세를 떨치던 당시 미국 전역의 대여점 수는 1만여개를 헤아렸지만 지금은 그 중 919개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패밀리 비디오는 지난 수년간 매장수를 늘리며 선택폭이 제한된 오프라인 무인단말기 DVD 대여시스템인 레드박스(Redbox)와 회원제 주문형 비디오 웹사이트 넷플릭스(Netflix)에 염증을 느낀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패밀리 비디오의 단골인 게리는 “한동안 레드박스를 이용해봤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찾기 힘들었다”며 “패밀리 비디오 매장을 돌면서 개당 50센트에 원하는 DVD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털어놓았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유일한 비디오 대여체인점인 패밀리 비디오는 10가와 에머슨을 비롯한 시내 8개의 장소에 매장을 두고 있고 주변 커뮤니티를 비롯한 주 전역에 총 8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패밀리 비디오의 최고경영자(CEO) 케이스 후글랜드는 “믿기 힘들지 몰라도 우리는 중서부지역에서 10여년 전 못지 않은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며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금요일 저녁 6시30분에서 7시 사이에는 매장마다 고객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비디오점을 찾아가느냐며 비웃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시인하고 “그러나 사람들의 비디오 사랑은 절대 식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대형 비디오 체인이 사업을 접는 바람에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그의 지적대로 미국 비디오대여업계의 왕자였던 블록버스터는 지난 2010년 모회사인 무비 갤러리가 파산을 신청함에 따라 수천 개의 대여점이 모두 폐쇄됐다. 한마디로 쫄딱 망한 셈이다.
블록버스터와 함께 미국의 비디오대여산업의 쌍벽을 이루었던 할리웃 비디오 역시 2013년 영업을 중단했다.
후글랜드는 “왕년의 고객들이 오프라인 비디오점에 가는 것이 쿨하다는 생각을 접은 주된 이유는 블록버스터와 할리웃 비디오 같은 대형 체인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영업을 중단함에 따라 동부지역의 비디오 대여 시장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록버스터와 할리웃 비디오가 사라진 덕분에 시장 서열 3위였던 패밀리 비디오가 1위로 올라섰다”며 “만약 우리가 미국 전역에 체인망을 갖고 있다면 비디오를 빌려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렌트랙의 홈엔터테인먼트 담당 부사장 데이비드 파이코는 넷플릭스와 레드박스가 비디오대여산업계의 두 기둥을 무너뜨렸다는 일반적인 풀이와 달리 이들을 사망으로 이끈 것은 자체적인 실수였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블록버스터와 할리웃 비디오는 한창 잘나가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고가로 매장을 임대했고 그 결과 사업이 위축되기 시작하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의 굴레를 뒤집어쓰게 됐다.
블록버스터는 뒤늦게 임대조건을 유리하게 바꾸려 협상을 시도했지만 건물주가 응해줄리 만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업실적이 우수한 매장들이 적지 않았으나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 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한 블록버스터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고, 전국의 매장은 문을 닫았으며, 고객들은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갈 곳을 잃었다.
후글랜드는 패밀리 비디오가 블록버스터나 할리웃 비디오와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전 매장이 각기 회사 소유 건물에 입주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초창기부터 비디오 대여업과 부동산 사업을 겸했던 패밀리 비즈니스는 지금도 ‘레거시 프로’(Legacy Pro)라는 부동산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물론 타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에 밀려 고객 수가 현저히 줄어들자 패밀리 비즈니스는 발 빠르게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경영진은 7000평방피트로 표준화되어 있던 매장 면적을 5,000평방피트로 줄이는 대신 나머지 공간을 레거시 프로를 통해 교섭한 다른 소매업체들에 임대하는 한편 ‘디지털 닥’(Digital Doc)이라는 DVD관련 장비 수리센터를 점포 한켠에 오픈했다.
이와 함께 패밀리 비디오 매장 옆에 총 125개의 마르코스 피자를 유치, 대여점과 한 유닛을 이루게 만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유부동산 단지에 소매업체를 최대한 유치, 비디오점을 중심으로 몰을 조성하기도 했다. 비디오점과 소매점을 한군데로 모아놓아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패밀리 비디오의 다양화 전략을 비디오대여업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억지다.
패밀리 비디오는 오프라인 점포야말로 원하는 영화와 비디오 게임을 찾을 수 있는 최상의 장소라고 확신하는 탄탄한 단골 고객층을 갖고 있다.
데이브 마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로 패밀리 비디오를 찾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마틴(37)은 블록버스터와 할리웃 비디오 등 대형 업체들이 무너지기 전에 이미 패밀리 비디오로 돌아섰다.
처음에 그는 블록버스터의 광팬이었다. 일주일에 서너번씩 블록버스터 매장을 들락거리며 숫한 영화를 섭렵했다.
그러나 블록버스터가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크레딧 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한 이후 마틴은 패밀리 비디오로 ‘거래처’를 바꿨다.
한때 레드박스를 이용해보려 했지만 이 역시 크레딧 카드가 있어야만 거래가 가능했다.
그의 아내 타샤(27)는 “잠시 넷플릭스에도 가입했었다”고 밝히고 “하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찾기 힘들어 결국 회원등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남편 못지않은 영화광인 그녀는 “넷플릭스에 뜬 영화들은 오래 전에 나온 것들로 대부분 이미 보았던 작품들이었다”고 말했다.
렌트랙의 부사장 파이코는 마틴 부부와 같은 사람들로 인해 패밀리 비디오는 당분간 경쟁력을 잃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코는 “마켓 등지에 키오스크를 설립한 레드박스는 디스크 대여업에 큰 영향을 주었으나 이미 성장기를 지난 상태”라고 진단했다.
키오스크 수가 최대치를 넘어섰기 때문에 현재 그 수를 줄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후글랜드는 물리적 매장을 지닌 비디오 대여점은 한동안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영화를 가정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혁명적 변화가 오지 않는 한 오프라인 매장을 지닌 비디오 대여점이 위기위식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후글랜드는 앞으로 패밀리 비디오가 겪게 될 주된 변화는 부동산과 관련된 부분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디오점포를 맞춤한 크기로 유지하고 그 옆에 파트너 소매업체를 입주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하면 주차장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비디오 비즈니스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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