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개스누출 사태 덮친 포터랜치를 가다
▶ 한인 학원·태권도장 원생들 절반으로 상당수 임시 거처, 자녀들도 학교 옮겨
개스누출 사태로 임시 폐쇄된 포터랜치의 캐슬베이 레인 초등학교 앞에서 임시 캠퍼스까지 스쿨버스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학부모들이 픽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샌퍼난도 밸리의 고급 주택가 포터랜치를 덮친 개스누출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포터랜치 뒷산 알리소 캐년의 누출 개스정에서는 여전히 하루에 1,200여톤의 개스가 포터랜치 상공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인 4,000여명을 포함한 주민들의 상당수가 악취와 두통 등을 견디다 못해 임시거처로 옮겨 불편한 생활을 감수하고 있고, 여러 이유로 집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도 언제 해결될지 모를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포터랜치 개스누출 현장의 상황과 문제점, 피해 주민들의 일상 및 향후 전망 등을 생생하게 들여다보는 리포트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하늘이 잔뜩 찌푸렸던 지난 19일 정오께. LA 한인타운에서 약 30마일을 운전해 도달한 샌퍼난도 밸리 서북쪽의 포터랜치 커뮤니티는 일견 평화로운 교외의 주택가와 다를 바 없었다.
118번 로널드 레이건 프리웨이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다 탬파 애비뉴 출구에서 내려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다보면 세스넌 블러버드를 지나 길이 끊기고 얕은 등성이 너머로 알리소 캐년 개스 저장시설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차에서 내려 들여 마셔본 포터랜치의 공기는 처음에는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약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점점 이상한 냄새와 함께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동행한 동료기자도 1시간이 넘어가자 두통과 메스꺼움 등이 밀려온다며 힘들어했다.
■한산한 주택가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포터랜치 단지에서 알리소 캐년 개스 저장소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거주하던 가구들은 이미 상당수가 호텔이나 아파트 등 임시거처로 옮겨 집들이 비어 있는 상태였고, 여러 이유로 거처를 옮기지 않고 포터랜치 주택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은 집집마다 남가주 개스컴퍼니에서 지원해 준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채 버티고 있다고 했다.
특히 포터랜치 북쪽 끝자락인 세스넌 애비뉴 주변으로 캐슬베이 레인 등 주택가 도로변에는 주차된 차량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많기 때문에 외부인들의 출입도 거의 없고 경찰도 순찰을 강화하고 있어 치안에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심각한 환경재앙에 다름없다는 말까지도 나오고 개스누출 사태로 인해 텅 빈 주택가는 썰렁하고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포터랜치 북쪽 알리소 캐년 개스 저장소 입구에 차단기가 내려진 채 경비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자녀 둔 주민들 이중고
오후 2시20분께가 되니 캐슬베이 레인에 위치한 초등학교 주변이 잠시 분주해졌다. 이번 개스누출 사태 이후 포터랜치 단지 내에 있는 캐슬베이 레인 차터스쿨과 포터랜치 커뮤니티 스쿨 등 2곳의 초등학교가 폐쇄돼 학생들이 임시 캠퍼스로 옮겨 수업을 받고 있는데, 임시 캠퍼스에서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와 픽업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부모들을 만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770여명의 학생들 중 절반 정도는 스쿨버스로 임시 캠퍼스까지 통학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학부모들이 라이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한인 학부모 조모씨는 “이번 사태 이후 평소 왕복 10마일이면 오가던 학교를 왕복 25마일이나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불편한 상황을 토로했다.
■비즈니스도 타격
포터랜치 지역 내 상가나 인접 지역 업소들은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고, 인근의 교회들도 개스누출 사태 이후 출석 교인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현지 한인들의 전언이다.
이 지역 내 태권도장과 학원 등과 같은 일부 업종의 비즈니스들은 수강생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인 업주들은 말한다.
포터랜치 초입의 탬파 애비뉴와 리날디 스트릿 코너의 몰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새라 톨 관장은 개스누출 사태가 터진지 한 달이 지난 뒤부터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톨 관장은 “개스로 인해 머리가 너무 아파 나를 비롯한 사범 3명이 진통제로 버티고 있는데 더욱 힘든 건 등록생들이 끊겨 1월 렌트를 못낼 정도로 비즈니스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라며 “개스 컴퍼니에 두 번이나 찾아갔지만 비즈니스 타격에 대해서는 아무 도움도 못 준다는 말 뿐”이라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태권도장의 고창세 관장은 “벌써 원생의 40%가 빠져나갔다. 17년 동안 자리를 지켰는데 가장 힘든 시기”라고 토로했다.
포터랜치 남쪽 상가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에드워드 김 사장은 “이 지역 단골손님들이 찾아오는 빈도가 뜸해졌다”며 “빨리 정상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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