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의 역할, 탐사 보도의 중요성 인식하는 계기
▶ 재정난으로 고전하는 전국 신문사들 모처럼 웃음꽃

영화‘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스포트라이트’가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면서 신문 보도의 중요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 영화 때문에 우리의 보도가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 같다”고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의 사차 파이퍼 기자는 말한다.
■신부들 아동 성추행 다룬 영화 오스카 작품상
불과 두 달 전 보스턴 글로브의 편집국 기자들은 신문 배달에 나섰다. 연초 배달 시스템이 바뀐 후 배달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화가 난 독자들을 달래기 위해 기자들이 직접 신문 뭉치를 들고 나섰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쇄매체가 쇠퇴기를 맞으면서 미 전국 그리고 전 세계 신문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영난에 시달리다 못해 해외 특파원들을 없애고 기자들을 줄이면서 힘들게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처럼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태를 파헤친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되더니 문제의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것이었다. 영화로 인해 신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환기되고, 탐사 보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
지난달 29일 보스턴 글로브의 편집국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날인 28일의 오스카 시상식에서 글로브의 탐사보도에 기초해 만든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면서 기자라는 직업이 한층 격상된 것처럼 보였다. ‘스포트라이트’는 신부들의 어린이 성추행을 가톨릭교회가 알면서도 오랜 세월 은폐한 정황을 보스턴 글로브가 시리즈로 폭로해 퓰리처상을 받은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날 보스턴 글로브의 기자들 모두는 어깨를 쫙 편 듯 했다고 편집국의 브라이언 맥그로리 부장은 말했다. 편집국 전체에 생기가 돌며 기가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반드시 필요했던 자극’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울러 탐사 보도가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홍보되는 기회였다고 그는 덧붙인다. 보스턴 글로브와 다른 모든 뉴스 매체들이 반드시 해야 할 업무가 바로 탐사 보도라는 것이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한 사건에 대해 끝없이 파헤치며 들어가 진실을 밝히는 탐사 보도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일반인들이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스포트라이트’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으로 열띤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보스턴 글로브 편집국만이 아니다. 그 너머로 까지 확장되었다. 영화에서 마이클 키튼이 역을 맡은 탐사팀장 월트 로빈슨은 다른 뉴스 매체에서 일하는 많은 기자들로부터 수상 소식에 모두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한다.
트위터에도 불이 붙었다. 저널리즘을 찬양하며 지역 신문사의 ‘신문을 구독하자’거나 탐사 보도 비영리 기구에 성금을 보내자, 앱을 구매하자는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로빈슨 탐사보도 팀장은 ‘스포트라이트’의 최우수상 수상이 저널리즘이라는 몸의 팔에 꼭 필요했던 주사 한방이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대중들에게 좋은 보도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 주었고 그런 보도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지를 환기시켜주었다고 그는 말한다. 언론이 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말해 주지 않는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면 그들의 삶이 바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의 수상을 통해 저널리즘이 새롭게 주목받는 지금은 신문사들이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때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많은 신문사들은 직원을 줄이고 조직을 축소했다. 글로브도 예외가 아니어서 해외 특파원 등 해외 지국들을 없애고, 워싱턴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국들을 폐쇄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기 구독자 관리이다. 기존 구독자들의 충성도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보살피는 일이다. 그래서 올 초 배달 시스템을 바꾸고 나서 신문이 제대로 배달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자 보스턴 글로브의 기자 등 직원들은 신문 뭉치를 집어 들었다. 본래 업무에 더해 신문을 배달하는 일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인쇄 매체로서는 정말로 어려운 시기에 저널리즘을 높이 평가하는 영화가 시의적절 하게 나와 주었다고 탐사보도팀의 사차 파이퍼 기자는 말한다.
그렇기는 해도 지금의 찬양 일색 분위기가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 종이신문 구독자가 늘고 인터넷 구독자가 실제로 늘어날지, 그리고 비영리기구들에 기부가 늘어날 지에 대해서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나 다른 미디어들이나 그저 궁금할 뿐이다.
‘결국은 비즈니스’라고 워싱턴 소재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기구인 대중적 통합 센터의 윌리엄 그레이 홍보 전문가는 말한다.
뉴욕 소재 비영리 조직인 프로퍼블리카는 29일 기금 모금 이메일을 내보냈다. ‘탐사 저널리즘을 축하하는 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번 ‘스포트라이트’로 인해서 젊은 인재들이 언론계로 몰려들게 되기를 파이퍼는 기대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젊은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신문기자가 되고 싶어한다고 그는 전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원한다 해도 일자리가 있을 지가 또 문제이다.
한편 할리웃에서의 성공으로 언론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어떤 재정적 이득이 있을 지에 대해서는 대개 회의적이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탐사 보도를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금이 마련되면 좋겠지만 그게 가능할 지,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는 것이다.
영화 제작으로 인한 효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오스카 작품상을 타기 이전부터 영화를 본 독자들은 신문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신문기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 지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고, 탐사 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신문업계에는 좋은 일이다.
29일 오후 보스턴 글로브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는 2002년 1월6일자 기사였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신부들의 성추행 스캔들 탐사보도 시리즈 첫 회 기사이다.
“영화 때문에 우리 기사가 새로 생명을 얻고 있다”고 파이퍼는 말한다.
“할리웃의 힘이지요 - 좋은 면에서 말입니다.”하지만 할리웃의 모든 것이 탐사보도 팀에 어필한 것은 아니었다. 보도팀 4명 모두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그런 관심과 번쩍거림에 마음이 끌리지는 않았다.
“이젠 내게 보다 편안한 것으로 돌아갈 수가 있지요 - 대답을 하는 대신 질문을 하는 것 말입니다.”로빈슨 팀장은 말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