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버그 前주한미대사 “美는 중국억제, 한국은 북한억제로 초점 달라져”
▶ “韓, EU와 달리 무역합의 문자 그대로 이행하려고 해 손해”
▶ 신범철 “韓대북억제 역할 확대시 美는 역내 他위협 억제에 여력…분업구도”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동맹 현대화로 양국의 안보 관계가 당장은 더 가까워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의 초점이 달라지고 한국의 역량이 강화되면서 한미동맹의 이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직 주한미국대사가 관측했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밴플리트 정책 포럼'에서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전부 이뤄질 경우 "이 모든 건 단기적으로 (한미 간) 통합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길게 보면 분리(separation)가 더 이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미국은 초점을 다른 데에 둘 것이고, 한국은 이 모든 조치 덕분에 북한을 더 쉽게, 더 자신 있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북한이 다른 모든 것보다 중요했지만 이제는 훨씬 더 (초점) 범위가 넓으며 다른 유형의 관계"라고 진단했다.
지금까지는 한미동맹이 대북 억제를 최우선으로 했지만, 이제 미국은 더 큰 위협인 중국에 집중하도록 전략적 유연성을 원하고 있고,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해 대북 억제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면서 동맹 관계가 "변형"(transformation)을 거치고 있다는 게 골드버그 전 대사의 평가다.
그는 한미 정상이 전날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한 것을 두고 "김정은이 (대화로) 돌아오게 하는 것을 실제로 더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무역 합의에 대해서는 "여러 면에서 일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도 얻은 게 있다"면서 핵추진 잠수함과 핵연료를 두고 "이 두 개는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 때, 그리고 이제 이재명 대통령하에서 몇 년간 매우 강하게 요구해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이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실제로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해 합의의 세부 내용까지 확정해 문서에 담고자 했고, 그 때문에 오히려 불리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는 '(미국과 무역 합의를) 서명하겠지만 이건 사라지거나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한국 방식대로 모든 걸 문서화하려고 하고, 이걸 정말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좀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미국의 관세 압박 때문에 체결한 불공정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해 합의를 두루뭉술하게 했지만 한국은 명확한 합의 문구를 통해 스스로를 속박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양국이 팩트시트에서 북한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해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하고,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2006년 이래 있었던 양국 간 양해를 확인했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신 위원은 "양국이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동맹이 역내 이슈에 대해 더 협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양국이 팩트시트에서 항행·상공비행의 자유, 해양 영유권 주장시 국제법 준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등 중국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협력을 명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표현 중 가장 센 워딩 같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한국이 역내에서 북한을 억제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하면 미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역내 다른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유연성을 더 가지게 된다"면서 이번 팩트시트를 통해 한미동맹 내 "분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한국이 엄청난 대미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원자력 잠수함 협력에서 확실하고 실질적인 결과를 보지 못한다면 한국 측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하려면 미국이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제대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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