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밀라노에 실험적 재활 프로그램 등장
▶ 교도소 구내에 식당 개업하고 죄수들 고용, ‘음식 맛있고 가격 적당하다’ 소문에 문전성시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에 위치한 볼라테 교도소 구내에 문을 연 식당, 인갈레라. 교도소 영화 포스터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특이한 식당이 생겼다. 최근 문을 연 인갈레라(InGalera)이다. 식당은 손님들로 붐비고 그 사이 사이를 웨이터들이 누비고 다니며 서브를 하고 있다. 저녁 식사 예약은 3월 말까지 거의 다 찼을 정도로 인기다. 전 은행장도 왔었고, 전 미스 이탈리아도 다녀갔다. 주말이면 가족단위 손님들이 찾아온다. 음식 맛있고 가격 적당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 식당의 가장 특이한 점은 장소이다. 인갈레라는 교도소 안에 있는 식당이다.
식당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재소자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실비아 폴레리라는 여성이다. 식당 매니저이자 몽상가인 폴레리가 볼 때 인갈레리아는 눈부신 승리이다. 음식 때문이라기 보다는 장소 때문이다.
식당은 밀라노 외곽 볼라테 교도소 구내에 위치해 있다. 죄수 1,100명이 수감된 중간급 보안시스템의 교도소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웨이터, 접시닦이, 조리사들은 모두 살인, 무장 강도, 마약 밀거래 등의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죄수들이다.
인갈레라는 가장 그럴 법하지 않은 식당 성공 스토리이자 대단히 흥미로운 재소자 재활 실험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죄수들에 대한 일반 대중의 태도를 실험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교도소를 멋진 밤 나들이 장소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먹고 마시는 일이 흔하지 않다보니 사람들은 이를 진기한 경험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제는 교도소라는 장소가 마케팅의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인갈레라는 이탈리아 속어로 ‘교도소 안’이라는 말이다.
식당 내부는 말끔하고 시원하게 트였으며 현대적이다. 하지만 벽에 붙은 장식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온 ‘알카트래즈 탈출’ 같은 교도소 영화 포스터들이다.
금지된 구역, 무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인갈레라에서의 저녁을 모험으로 느끼게 만들고 거기에 좋은 음식은 보너스가 된다. (음식은 트립어드바이저 평가 별 다섯 중 4.5)“여기 실상을 보고 싶어서 왔다”고 인근 파데르노 두가노 마을에서 여럿이 함께 온 카를라 보르기는 말한다. 그는 “전통적 식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통적 식당이다. 음식이 훌륭하다.”고 흡족해한다.
이탈리아는 교도소 시스템 문제로 오래 골머리를 앓아왔다. 처벌과 재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도 문제였다. 교소도 과밀현상은 너무 심각해서 지난 2013년 1월 유럽 인권법정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의회는 경범죄에 대한 대안들을 마련했다. 우선 2014년, 마약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1990년대 관련법들을 폐지했다. 미국의 삼진법 비슷한 규정이었다. 아울러 경범죄로 수감된 죄수 1만명(전체 재소자는 6만명 정도)을 석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죄수들의 재활을 돕고 재범률을 낮추는 방법 등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 이탈리아에서 보안시스템 중간 교도소 죄수들은 낮시간 동안 자유롭게 구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낮 동안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교도소를 나가 밖에서 살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감자 인권 보호 비영리기구에서 일하는 알레시오 스칸두라는 말한다.
볼라테 교도소는 식당을 열기 전부터 실험의 선봉에 서 있었다. 마시모 파리시 교도소장 지휘 하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다. 기업들이 죄수들을 고용해 교도소 구내에서 일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자원봉사자들이 연극, 유화 등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목공 기술을 가르치는 웍샵 등이 있다.
아울러 선별된 200명 죄수들은 매일 교도소 밖으로 나가 일을 하고 돌아오는 프로그램도 있다. 죄수들은 감독 없이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 한다. 직장에 도착하면 체크인을 해야 하고 낮시간 동안 몇몇 군데서 체크인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 정해진 시간에 돌아오지 않는 죄수는 딱 한명 있었다. 그는 며칠 후에는 돌아왔다.
하지만 죄수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과 일반 시민들을 교도소 안으로 불러들여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처음 걱정했던 것은, 도대체 누가 오겠는가? 였다”고 파리시 소장은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습니다. 교도소에 호기심이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세계이니까요.”식당 프로젝트를 만들어 낸 폴레리는 22년간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케이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2004년 재소자들을 돕기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처음 그는 볼라테 교도소 죄수들을 선별해 고용한 후 교도소 밖에서 케이터링 일을 하게 했다. 그래서 은행 강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죄수가 은행 리셉션에서 시중을 든 적도 있다.
하지만 식당을 여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른 도전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했어요. 내가 식당 이름을 인갈레라로 하겠다고 하자 사람들은 또 다시 나를 미친 것으로 여겼지요.”회계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등 기업들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지역 건축가가 무료로 식당 실내장식을 해주어서 식당은 문을 열었다. 식당은 간수들 기숙사가 있는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죄수들이 수감된 곳은 교도소의 다른 구역이다.
폴레리는 지배인을 뽑아 손님들을 안내하고 돈을 관리하게 했다. 그리고 죄수들과 일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직업 셰프 이반 만조를 고용했다.
“바깥세상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도 미치광이들이 많다”고 만조는 말한다. 주방에서 죄수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열심히 음식을 조리한다. 그리고 봉급으로 최고 1,000유로를 받고 팁을 나눠 갖는다. 한 죄수는 말한다.
“자존심의 문제이자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길이지요. 죄수들도 변하고 진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길이기도 하지요.”폴레리는 교도소 내 식당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죄수들이 교도소를 나가 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살 수 있도록 하려면 교도소가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유사 재활 프로그램을 거친 죄수들의 재범률은 평균보다 훨씬 낮다고 그는 지적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