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스마트폰이 이상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름 최신식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느려져서 사용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원인을 찾기로 결심하고 지금 시대의 최고 지식의 보고인 인터넷에 원인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쉽게 결론을 내려주었는데 답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었습니다.
응? 무겁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고민하며 자세히 읽어보니,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이런 저런 데이터들을 담아 두기만 하고 비워주지 않은 결과 빈 공간이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최신식 고성능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려 주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에게 내려진 처방은 바로 ‘비움’ 이었고 스마트폰에게도 비움은 너무도 중요한 덕목이었음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도 ‘비운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넉넉한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비울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요즘 한국에는 먹는 방송이 유행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너도 나도 잘 먹는 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잘 비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먹기만 하고 비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최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산해진미를 가져다 놓아도 오히려 독이 되어 버립니다.
마음의 병도 잘 비우지 못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감정들이 잘 비워지지 않을 때 문제가 생깁니다.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원하기만 한다면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넘쳐나는 정보의 양 때문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쓸모없는 것을 비우고 정리해야만 쓸만한 진짜 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고 사람들과 같이 되어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셨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수 있기 위해서 그 분도 자신을 먼저 비우는 작업을 하셨습니다. 자신을 비우시지 않고는 낮은 자리에 오실 수 없기에 먼저 자신을 비우시고 그 자리에 사람의 모습을 채우셨습니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비운다는 사실은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덕목이지만 단순히 비움만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인생의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비운 그 자리에 무엇을 채울 건가가 단순히 비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의 비유 중에 자신의 마음을 비운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사람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자 부정직하고 악한 자신의 삶을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마음에 살던 귀신이 돌아와 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기에 자기보다 더 악한 더러운 귀신 일곱을 데리고 와 전보다 더 형편이 나빠져 버렸다는 비유입니다.
비운다는 것은 그곳에 무엇인가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도 달라집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비우신 후 인간의 형체를 채우셨기에 가장 낮은 자리에서 죽으심으로 가장 큰 사랑을 보여 주실 수 있었습니다.
지금 교회는 사순절이라는 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고난의 절기에 마음을 비워가는 동시에 비워진 마음을 좋은 것으로 채워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나만을 위한 마음을 내 이웃을 위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으로 채워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