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로동신문 2015년 5월21일자 4면 기사<사진=연합뉴스>
WCD, 제2회 ‘평화걷기’ 추진
양국정부ㆍ유엔군사령부 승인 여부 관심
전문가들, 한국내 분위기 달갑지 않을 것
한반도 평화를 내세워 지난해 5월 북한을 방문한 뒤 ‘비무장지대’(DMZ)를 건너 한국에 입국한 행사를 성사시킨 미국 민간인 단체 ‘위민크로스디엠지’(WCD•대표 크리스틴 안•한국명 안은희•43)가 올해 5월 다시 또 남북 분단선을 넘는 제2회 “평화걷기”를 추진하고 있다.
WCD 행정위원회위 위원인 앤 라이트는 17일 뉴욕 유엔본부 인근 ‘유엔처치센터’에서 “우리는 앞으로 있을 또 다른 평화걷기에 대해 들었다”며 “오는 5월21일에 있을 것으로 이어서 24일 한국 여자대학교에서의 발표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인 여성들에게 우리가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여러분들에게 보장하건데 분단선의 또 다른 쪽에 있는 북한 여성들도 (걷기에) 함께할 것으로 그들은 그날 ‘우리는 이 지역에서 평화를 기원 한다’를 외치기 위해 DMZ를 향해 남진할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라이트는 이날 오전 10시30분 WCD가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0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WCS)' 기간에 맞춰 ’코리아 평화 절차에서의 여성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부대행사에 패널리스트로 나서 미국과 북한이 2020년 말까지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최소한 올해 중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는 ’100만 명 서명운동‘과 ’평화걷기‘ 행사에 동참을 호소하며 이 같이 선전했다.
WCD는 지난 해 제1회 행사가 끝난 뒤 제2회 행사로는 한국에서 DMZ를 건너 북한으로 가는 “평화걷기”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들이 올해 준비계획하고 있는 행사와 관련 한국과 북한 당국, 그리고 DMZ 통과에 필요한 유엔군사령부(UNC)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WCD는 지난 해 3월11일 유엔본부에서 ‘유엔특파원협회’(UNCA) 초청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12개국 여성운동가 30여명이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인 5월24일 북한에서 남한으로 DMZ를 걸어서 통과하겠다는 제1회 ‘한반도 여성 평화걷기’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회견에는 미국의 여성인권 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월트 디즈니의 손녀인 미국 영화제작자 애비게일 디즈니, 퇴역 미 육군대령 앤 라이트와 미주한인 수지 김 러커스대(뉴저지) 교수, 정현경 유니언신학대(뉴욕) 교수, 크리스틴 안 캘리포니아주 소재 ‘코리아정책연구소’(Korea Policy Institute) 공동설립자가 행사 준비위원으로 나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염원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한국 언론은 스타이넘과 디즈니, 그리고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메과이어와 2011년 같은 영예를 안은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등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여성들의 동참을 주목하며 행사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행사 소식과 더불어 행사를 기획한 핵심 미주한인 임원들의 활동과 그들이 연관된 단체들의 “친북한” 성향 문제를 지적하며 행사 자체가 “북한 김정은 체제 선전용으로 악용될” 우려를 제기했다.
행사에 대한 논란은 유엔에서의 기자회견 당시 안씨가 준비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 북한 당국과의 접촉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행사 고문인 빌 리차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유엔사로부터 한국 정부의 승인이 있을 경우 승인할 수 있다는 조건부 답변을 얻었다”고 답한 반면 북한 당국과는 직접 접촉해 이미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힘에 따라 붉어졌다.
실제로 CNN 방송은 지난 해 4월6일 저녁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상황실’(Situation Room)에서 북한 당국이 행사를 승인한 이유에 대해 안씨를 비롯한 일부 관계자들이 “북한 동정자”(North Korea sympathizer)들이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제도적으로 여성을 탄압하고 여성들을 감옥에 집어넣어 강간과 고문을 일삼고 있다는 유엔과 미국, 그리고 국제인권단체들의 지적을 외면하는 행사라고 꼬집었다.
이외에 워싱턴 D.C. 정계 전문 뉴스 사이트 ‘데일리비스트’(Daily Beast)는 같은 달 8일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북한의 선전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타이넘의 ‘고지식’(naive)함과 안씨의 친북 성향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WCD 회원들은 한국 통일부와 유엔사의 승인을 얻어 지난 해 4월18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도착한 뒤 같은 달 24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그러나 이들은 방북 중 김일성 생가를 방문해 북한체제 찬양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쓸렸다.
북한 로동신문은 21일자 ‘2015년 조선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국제여성대행진에 참가할 대표단이 만경대 방문’이란 제목을 기사와 사진을 실어 단원인 맥과이어가 “김일성 주석께서 탄생하신 만경대 고향집을 방문하고 그이의 혁명적 생애에 대해 알게됐으며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고 언급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신문은 또 안씨가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한평생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바쳤다”며 “(김일성의) 수많은 업적 중 특기할 업적은 일제를 때려부수고 조국을 해방하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단체 단원들은 한국에 도착한 뒤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북한 측에 항의해 사과도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보도의 진위여부를 떠나 북한이 행사를 선전용으로 악용할 것이라는 미 언론과 국제인권단체들의 우려를 확인한 셈이 됐다.이외에도 단원 일부는 한국에서 행사가 끝난 뒤 제주군사기지 반대 시위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또 댜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미국 친•종북 세력을 연구하는 전문가 로렌스 펙(Juris Doctor)은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만일 WCD 집단이 올 봄에 한반도에서 다시 또 행진과 관련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다면 2015년도에 비해 훨씬 더 달갑지 않아하는 한국내의 분위기를 접할 것으로 예상 된다”며 “이유는 북한의 연속 도발로 인한 긴장 고조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사회와 언론이 WCD와 핵심 기획자들의 본성과 배경을 파악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그 집단과 주요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이중성과 극단적인 입장들을 계속 감추기가 더욱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WCD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해와 같이 UNCA 초청 기자회견을 추진했다가 뒤늦게 “일부 한인 회원들이 (언론과 마주하는데) 위압감을 느끼고 있다”며 자진취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북한대표부 박철 참사 교체
후임에 리기호 참사 새로 부임
미국에서 한인 종북 단체와 인사들을 관리 지원하며 대북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의 동포담당 참사가 16일 교체됐다.
김은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2등 서기관은 이날 오전 10시45분 뉴욕 유엔본부 사무국 의전실을 방문해 박철(사진) 참사의 후임으로 뉴욕에 도착한 리기호 참사의 신임장과 유엔본부 출입증 신청서류를 공식 제출했다. 리 참사는 귀임한 박 참사와 같이 북한 외무성 출신이 아닌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해동위)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동위는 해외 한인들과 단체들의 종북 선전선동 활동을 관리 지원하는 대남공작기관으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참사급 외교관 신분의 요원을 파견해오고 있다.
한편 임기를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간 박 참사는 2010년 10월 뉴욕에 부임, 활동했으며 지난 해 5월 한국과 북한에서 치러진 ‘위민크로스디엠지’의 제1회 ‘한반도 여성 평화걷기’ 행사를 구상, 지원, 성사시킨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yishin@koreatimes.com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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