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좁은 대신 가격부담 없어 인기, 에어비앤비 늘어나면서 호텔들 대책 마련
▶ 하이텍 설비의 초소형 호텔로 젊은 층 공략

‘파드 39’의 라운지. 마이크로호텔들은 객실이 작은 대신 공동으로 쓰는 라운지를 크게 만들어 투숙객들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한다.

뉴욕에 있는 마이크로호텔,‘파드 39’의 객실. 방은 작지만 쓸모가 있고 가격이 하루에 100달러 정도여서 경제적이다.
뉴욕, 알바니에서 비영리 마케팅 기구 임원으로 일하는 켈리 벅은 최근 뉴욕으로 출장을 가면서 손바닥만 한 호텔방을 잡았다. 객실 면적이 100평방피트. 요즘 붐이 일기 시작한 초소형 호텔, 일명 마이크로호텔이다.‘파드 39(Pod 39)’라는 이름의 이 호텔은‘작을수록 좋다’는 개념으로 출발한 숙박업소이다. 뉴욕에서 하룻밤 숙박비가 100달러이니 이만한 가격이 없다. 켈리는 대단히 만족해한다.
“하룻밤만 자면 되는 출장이었어요. 방은 작지만 쓸모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가보니 딱 그대로였어요.”자매 호텔인 ‘파드 51’은 그보다 더 작다. 객실 65평방피트에 화장실을 공유하도록 된 방들도 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에어비엔비와 경쟁을 하면서 보다 독립적인 젊은 층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호텔들의 시도인데, 켈리와 같이 이에 호응하는 고객들이 있다.
이들 호텔은 크루즈 선박과 유스 호스텔의 요소들을 혼합한 형태로 초소형 객실에 하이텍 시설 구비, 그리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라운지가 아주 넓은 것이 특징이다. 단기 임대 숙소가 등장하면서 숙박업 시장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숙박 레저부서 담당 스캇 버만은 말한다.
마이크로호텔이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유럽에서였다. ‘시티즌M(CitizenM)’과 ‘요텔(Yotel)’ 같은 호텔이 공항 근처나 도심에 등장하면서였다. 이제는 초소형호텔 모델이 확장 추세이다. 맨해탄에 있는 요텔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마이애미, 브루클린에 새 호텔을 개장할 계획이고 런던, 제네바, 싱가포르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파드는 맨해탄에 또 호텔을 하나 더 만들고 브루클린과 워싱턴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호텔 객실 초소형화는 이들 특화된 체인들만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대형 호텔체인들 역시 마이크로호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같은 공간 안에 객실을 작게 해서 더 많은 숫자의 방을 만들어내면 이윤이 늘 것이고 건축에 필요한 전체 공사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힐튼 호텔 & 리조트는 자사 마이크로호텔 라인으로 ‘트루(Tru)’를 만들었다. 힐튼 소유의 저가 호텔인 ‘햄튼 인’의 객실 면적이 보통 350 평방피트 정도인 데 비해 ‘트루’의 평균 객실 면적은 225평방피트가 될 것이다. 매리엇 인터네셔널은 밀라노에 이미 ‘막시(Moxy)’를 개장했고, 같은 체인을 미국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객실 크기는 180평방피트. 반면 매리엇 코트야드의 객실 크기는 300평방피트정도이다.
힐튼은 189개 ‘트루’ 호텔들을 개장할 계획을 세우고 그중 몇 개는 올 연말 이전에 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막시’는 올해 미국에 3개, 해외에 9개를 새로 추가해 총 50여개가 될 전망이다.
“작은 객실에 대한 호응이 높다”고 CBRE 호텔 체인의 총무국장인 마크 반 스테켈렌버그는 말한다. 호텔이 좋은 부대시설들을 제공하면 고객들은 가격 대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특히 좋은 반응을 끌어낸다. 하이텍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도입되면 효과가 좋다.
예를 들어 ‘요텔’은 뉴욕 마이크로호텔에 벨보이를 없앴다. 대신 로봇 팔이 짐 옮기는 일을 담당한다. ‘시티즌M’에서는 테블릿 컴퓨터가 블라인드를 열었다 닫았다 하고 불을 켜며 TV를 켠다.
‘막시’에서는 동작 센서가 있어서 고객이 움직이면 화장실로 가는 길 불이 자동으로 켜진다. 센서는 투숙객이 침대에서 나와 발을 딛는 순간 작동된다. ‘파드’에는 객실 안에 미디어 센터나 아이팟이 비치되어 있다. 출장 중 업무를 위해 힐튼은 기존의 비즈니스 센터 대신 사적인 사무 공간과 붙박이 벽감을 생각하고 있다.
방은 작지만 그렇다고 전통적 호텔 방에 있는 과시적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시티즌M’에서 침대들은 길이가 길고 킹사이즈이다. 그런데 방이 작아서 침대가 가득 차다보니 침대를 가로지르려면 침대 위로 올라가야 한다. 벽장이 없는 대신 벽에 부착된 못과 핀에 옷을 걸어야 한다.
“원하는 것은 다 있으면서 필요없는 것은 하나도 없지요”매리옷의 글로벌 담당 직원인 티나 에드먼슨은 말한다. 대부분 투숙객이 짐을 풀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작다고 반드시 가격이 더 싸다는 말은 아니다. 애리조나, 템프의 최근 숙박료를 살펴보면 금요일 밤 ‘막시’의 숙박비는 259달러였다. 같은 날 인근의 ‘할러데이 인 익스프레스(Holiday Inn Express)’나 ‘얼로프트(Aloft)’ 혹은 ‘엠버시 스위트(Embassy Suites)’에 비해 가격이 비쌌다.
이들 마이크로호텔의 핵심은 공동 이용 구역이다. 일할 수 있는 구역, 식사하고 음료를 마시는 구역, 노는 구역으로 나뉜 로비가 대단히 크다. 레크레이션 구역에는 체스 등 게임 기구들을 갖춘 곳도 있다.
“여행객들은 숙소에서 친구나 손님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기분좋게 어울리고 싶어한다” 고 ‘요텔’의 허버트 비리엇 사장은 말한다.
그렇다 해도 뭔가 개인적 터치를 바라는 여행객들에게는 이런 호텔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 보스턴 인근에서 소매기업의 중역으로 일하는 리즈 가글리어디는 과거 유럽에서 ‘시티즌M’에 묵으며 하이텍 설비와 무드 조명을 좋아했었다. 지난 1월 뉴욕에 가면서 그는 가격과 위치를 보고 ‘요텔’의 방을 예약했는데, 가보니 방안에 병물도 없고 커피 메이커도 없었다. (‘요텔’ 측은 호텔 프론트에서 하루종일 무료 커피가 제공되고 아침에는 무료머핀이 제공된다고 말한다.)어떤 마이크로호텔은 무료로 집어갈 수 있는 식사도 제공한다. 그렇지만 리즈는 다시는 그곳에 가고싶지 않다고 말한다.
켈리는 ‘파드’에서 하룻밤을 더 묵었다. 돌아갈 비행기편이 최소되자 숙박을 하루 연장했다. 그래서 라운지에 나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일본식 한지 램프로 장식된 라운지에는 탁구대가 있고 책들이 비치되어 있으며 붙방이 가구에 뭔가가 잔뜩 채워져 있다. “누구나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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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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