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주 간격으로 사망한 80대 두 어머니, 8남매 대가족, 생판 남에게 눈물어린 키스로 작별인사
▶ 뒤늦게 통보받은 바뀐 시신 유족, 사진만 놓고 장례식

맥도널드 가족의 장례식 전날 친지들이 밸-진 맥도널드라고 철석같이 믿은 시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뷰잉’을 하고 있다. 이 시신은 1주일 후 애니 펄 리틀로 밝혀졌다.
슬하에 8남매 자녀와 20여명의 손자녀, 또 그만큼의 증손자녀, 3명의 고손자녀를 둔 밸-진 맥도널드 여사는 오랜 암투병 끝에 지난해 12월18일 81세로 뉴욕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떴다. 11일 후 그녀의 장례식은 미 전국 곳곳은 물론 멀리 호주에서까지 날아온 자손들과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치러졌다. 200여명 참석자들은 모두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핑크빛 블라우스와 흰 수츠에 가장 좋은 보석으로 치장하고 관에 안치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자녀들은 몸을 굽혀 어머니에게 눈물어린 작별키스도 보냈다.
때로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어른들은 현상에 대해 합리화하지만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 에롤 맥도널드(57)는 “어머니 머리가 왜 저렇지?”라고 생각했지만 암 때문이라고 여겼다. 어머니 모습이 좀 달라지긴 했어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했던 투병기간과 장의사에서의 방부처리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10살짜리 아들이 “아빠, 우리 할머니 아니야”라고 말했을 때도 사람이 죽으면 모습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다음날 가족들은 우드론 화장터에서 어머니의 화장의식까지 끝냈다.
그런데, 엿새 후인 1월5일, 장례를 맡았던 맥콜스 브롱스우드 장의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 시신은 댁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어머니 시신은 아직 여기 있습니다”관에 누워 모든 사람의 환송과 자녀들의 눈물어린 작별키스를 받은 여성은 결국 밸-진 맥도널드가 아니었던 것이다.
유가족들은 너무 황당한 사실에 분노하고 기가 막혔다. 아니 그 많은 사람들이 관속의 여성이 미시즈 맥도널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단 말인가? 어떻게 모든 아들들이 생판 남을 자기 어머니로 오인했단 말인가? 어떻게 장의사는 이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단 말인가?유가족은 1월9일 다시 우드론 화장터에 모여 이번엔 진짜가 틀림없는 어머니의 시신에 하얀드레스를 입히고 화장의식을 치렀다. 장의사는 모든 비용을 다 부담할 것이라면서 첫 번째 장례식의 비용도 전액 환불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관속에 누운 두 여성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니 비슷해 보인긴 했다. 체격도, 연령도 비슷하고 검은 피부빛도 비슷했다. 맥도널드여사는 두 번의 장례식을 치르는 우여곡절 끝에 안식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밸-진 맥도널드로 오인했던 저 여성분은 누구란 말인가?3월22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맥도널드 가족의 스토리를 보고 도널드 리틀이 신문사에 연락하면서 미스터리는 풀렸다.
앤 펄 리틀이 82세로 숨진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맥콜스 브롱스우드 장의사에서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 날 고인의 외아들인 도널드 리틀에게 장의사 매니저가 전화를 해 “좀 일찍 와 달라”고 했다. 장의사에서 그가 들은 말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관 뚜껑을 닫아야 합니다. 우리가 시신을 잘못 화장했어요. 당신 어머니가 화장 되었습니다” 장의사 측은 다른 여성이 그의 어머니와 닮았다고 말했다.
장례식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틀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뚜껑 덮은 관 위에 어머니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어머니는 한국전 참전군인으로 지난해 타계한 후 칼버턴 국립묘지에 묻힌 아버지와 합장하기로 되어 있었다. 화장은 전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비록 남의 이름이 새겨진 관에 눕긴 했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의식이 성대하게 침례교회에서 치러졌다는 점이다. 어머니는 독실한 침례교 신자였다.
화장된 리틀여사의 유골은 장례식을 치른 후 아직 맥콜스 장의사에 보관되어 있다. 장의사 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국립묘지까지의 리무진 비용 등 모든 경비 부담을 제안하며 아들의 서명을 요청했으나 아직 도널드 리틀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못한 상심과 밤마다 어머니가 불에 태워지는 악몽에 시달리며 심리치료까지 받고 있는 그는 장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그의 변호사는 밝혔다.
맥도널드 가족의 스토리가 실린 후 여러 독자들이 뉴욕타임스에 비슷한 경험들을 알려왔다 :시카고의 한 할머니의 장례식,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달려온 ‘돌아온 탕자’ 아들이 관에 안치된 고인을 보고 “우리 어머니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조사한 결과 장의사 측의 실수가 밝혀졌다. 장례식은 완전 무료로 치러졌고 유가족들은 두고두고 이야기할 패밀리 스토리를 갖게 되었다.
버몬트 주 한 여성의 언니는 타계한 후 사망진단서가 발급되자 화장되었고 유골은 가족들에게 인계되었다. 1년 후 화장터에서 연락이 왔다 : “유골이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1년 전에 받아 모셔둔 유골은 누구란 말인가? 동생은 기가 막혔지만 어쨌든 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무 것도 언니를 다시 살아오지 못하게 할 것이므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으니까…유골이 바뀐 것은 수술실에서 실수로 성한 쪽 다리를 절단하는 것만큼 끔찍하지는 않은 일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미시간의 한 변호사에 의하면 유족들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시신이 뒤바뀌는 사고는 드물지 않다고 한다. 비슷한 외모의 시신만 바뀌는 게 아니다. 5피트6인치 키, 145파운드 체중의 왜소한 남성의 시신이 6피트3인치 키, 225파운드 체중의 거구와 바뀐 경우도 있었다. 장의사는 유족들이 가져온 옷을 고쳐서 입히면서도 시신 혼동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장의사의 전문성은 신뢰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확인하여 황당한 일을 사전에 막는 것이 현명하다고 경험자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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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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