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수준 따라 달라
▶ 7만달러까지 봉급 오르면 웰빙지수·만족감 급상승, 이후 긍정적 감정 줄어 20만달러 넘으면 무덤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이다.
이제까지 나온 숱한 연구결과는 이와는 다른 결론을 제시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가계소득은 ‘감정적 복지’(emotional well-being)는 물론 삶의 질에 대한 개인의 자체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가계소득이 높으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고 “내 인생도 이만하면 괜찮다”는 만족감에 취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가 따른다.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번 시즌에 봉급이 인상된다면 당신의 가슴속에 깃들어 있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서글픔 등의 부정적 감정이 과연 얼마나 줄어들까?케이스 웨스터 대학 웨더헤드 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소득하위 20% 그룹에 속한 사람의 경우 봉급이 단 한 푼이라도 늘어날 때마다 부정적 감정이 줄어든다.
그러나 소득상위 20% 그룹에 속한 사람에겐 봉급 인상의 약발이 잘 받지 않고, 연수입이 20만달러 정도가 되면 완전히 사라진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맛있는 빵이라도 어느 순간엔가는 물리게 되는 것처럼 돈이 주는 만족감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앞서 실시된 조사에서도 돈과 행복 사이의 상호관계가 발견됐지만 케이스 웨스턴대의 연구는 이를 재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득 상승이 심각한 정신질환 발병률을 낮춰준다는 새로운 사실까지 밝혀냈다.
보고서를 작성한 웨더헤드 경영대학원의 부교수인 데이빗 클링스미스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가계소득의 변화가 개인의 감정적 웰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된 동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계소득 증가에 따른 부정적 감정의 감소효과는 연소득 7만달러 선에서 줄어들기 시작해 16만달러 정도가 되면 대단히 미약해지고 20만달러를 넘어서면 완전히 소멸된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연 소득이 7만5,000달러 수준에 도달하면 돈과 행복감 사이의 상관관계가 사라진다는 2010년도의 보고서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보고서는 갤럽-헤더웨이 웰빙지수(GHWBI)에서 갤럽이 뽑은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갤럽 보고서에 소득과 행복감 사이의 상관관계 소멸점이 케이스 웨스턴 대학의 결론보다 낮은 연 7만5,000달러로 나온 것은 가계소득이 아닌 개인소득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2010년도 연구는 긍정적 감정이 소득상승과 함께 빠른 속도로 개선되다가 개인 연소득이 7만5,000달러 선에 도달하면 멈춰 서지만 ‘인생 평가’는 그 선을 지나도 계속 올라간다는 사실을 아울러 밝혀냈다.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인생”을 0으로, “도달 가능한 최상의 인생”을 10으로 잡아 현시점에서 자신의 삶을 평가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결과 인생에 대한 평가는 감정적 웰빙에 비해 각 개인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더욱 예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쉽게 말하면 돈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재는 척도로 작동하더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들의 삶과 소득을 타인의 것과 비교하려 든다. 자신의 삶과 소유가 상대에 비해 꿀린다 싶으면 설사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지는 않을지라도 안락한 인생을 즐기고 삶의 고통을 피하는데 필요한 수준 이상의 높은 소득을 갈망하게 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연봉 30만달러를 받는다 해도 동기들이 모두 45만달러를 받는다면 자신이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 이런 종류의 연구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경제학에서 소득은 종종 행복감의 편리한 대용물로 사용된다. 그러나 수입증가가 전체 소득계층에 동일한 최종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소득 최상위권에 속한 갑부들에게서 돈을 떼내 소득하위권자에게 나눠줄 경우 감정적 웰빙의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클링스미스의 말을 빌리자면 초과수익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누진세율을 통해 거둬들인 세수를 복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저소득층에 재분배한다면 ‘낮은 자리’의 수혜자들은 상당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곳이 세금정책의 출발점이다.
이쯤에서 다시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는가 라는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트 러셀은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에서 “돈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돈 없이 당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지론을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입하면 이렇다.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돈 없이 행복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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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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