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해외서 2,150억달러 써… 각국 모시기 경쟁
▶ 전 세계 관광객 10명 중 1명이 중국인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가 세계 관광업의 판세를 쥐고 흔드는 ‘귀하신 몸’으로 신분상승을 이루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커는 밉살스런 천덕꾸러기였다. 어느 날 갑자기 돈벼락을 맞은 졸부처럼 중국인 관광객들은 ‘큰 손’에 걸맞는 예의와 품위를 지킬 줄 몰랐다. 주로 단체를 이루어 움직이는 유커들은 툭하면 여객기 안에서 소란을 피웠고, 가는 곳마다 주변의 눈총을 사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들은 ‘미운 오리새끼’였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바뀌었다.
유커는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했다.
변화는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일어났다. 유커 숫자의 급속한 증가에 비례해 해외 관광지에서 중국인이 떨어뜨리고 가는 달러화의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자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겼고, 대접이 융숭해졌다.
중국의 중산층에 속한 유커들의 통 큰 씀씀이 덕분에 지난해 기록적인 관광수입 증가를 기록한 일본과 아이슬란드는 이들을 모시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의 집계에 따르면 유커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뿌린 돈은 2,150억달러로 2014년에 비해 53%가 증가했다. 2,150억달러는 카타르의 연간 경제생산량을 웃도는 액수다.
현재 중국인 관광객의 평균 씀씀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인도 1인당 평균 해외여행경비 면에서 중국인의 맞수가 되지 못한다.
중국국가관광국(CNTO)과 WTTC는 유커들의 숫자가 지난 5년 사이 무려 2배가 늘어난 1억2,000만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여행객 10명당 1명이 중국인 관광객임을 의미한다.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든 중국인 관광객들과 마주치게 된다.
WTTC의 데이비드 스코우실 회장은 “중국인 해외여행객들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라며 “유커의 폭발적 증가는 새로이 중산층에 편입되는 인구의 급속한 팽창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스코우실 회장은 WTTC 자료를 인용, “중국인들은 연간 가계소득이 최소 3만 5,000달러에 도달해야 비로소 해외여행에 나서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2003년부터 2013년에 이르는 10년 동안 약 2,100만 가구가 추가로 연소득 3만5,000달러의 문턱을 넘었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3년에 이르면 또 다른 6,100만 가구가 이 기준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커의 수가 앞으로도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임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도 새로운 공항을 신축하는 등 관광 붐 조성에 힘을 보탰다. 소비자지출을 늘리고 제조업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줄여보려는 속내에서다.
해외여행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중국인들의 발길이 미치는 범위도 넓어졌다.
처음 해외여행에 나서는 중국인들은 주로 인근 아시아 지역을 목적지로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커들의 행동반경이 크게 확대됐고 미국과 유럽이 인기 관광지 옵션으로 자리를 굳혔다.
중국의 해외관광 붐으로 지난해 가장 큰 혜택을 본 국가는 일본이다.
WTTC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 2015년 해외 관광객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입은 49% 늘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유커가 떨구고 간 돈이다.
스코우실 회장의 말대로 일본인들은 대륙인들의 통 큰 씀씀이에 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놀랐다.
중국인들의 발길을 일본으로 끌어당긴 주요 원인으로 스코우실 회장은 엔화 약세를 들었다. 지난해 엔화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이들 중 절대다수가 중국인 관광객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이슬란드도 파도처럼 밀려든 중국인 관광객으로 국가경제 성장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의 여행관광분야는 전체 산업의 평균 신장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19.4%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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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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