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경제 둔화로 기계류 주문 감소… 중동시장 수출도 7% 하락
▶ 경제 비관적 전망 크게 늘어, 유럽 내 정치적 영향력 약화

광산장비를 생산하는 에이크호프 베르바우테크닉사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기업은 중국으로부터의 주문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
<프랑크푸르트> 중국은 경제가 둔화되면서 광산용 기계 주문을 줄이고 있다. 아랍 에미레이츠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은 더 이상 오일머니를 펑펑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고급 승용차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아직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이전처럼 많은 하이텍 장비들을 살 수 없다.
신흥시장들의 경기침체로 독일이 아주 취약한 위치에 처해있다.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전반이 그렇다. 이 지역 기업들은 최근 수년 간 제 자리 걸음하기도 버겁다. 독일기업들은 경제 현대화를 원하는 신흥국가들에 제품과 기술을 팔아 번성해 왔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 채무사태와 금융시장 혼란 같은 어려움을 겪을 때도 독일은 이를 바탕으로 버티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은 지금 무기력해 보인다. 다른 유럽 경제들과 비교했을 때 독일은 신흥시장과 더 깊게 연계돼 왔다. 이와 함께 밀려오는 이민자 행렬과 영국의 유로 탈퇴 가능성 등 정치적 상황들과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가운데 독일의 성장엔진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호시절에 독일 제조업체인 에이크호프 베르바우테크닉은 공장 에너지 공급용 석탄을 캐는 중국에 연간 20대 정도의 기계를 팔아왔다. 이 기계는 한 대에 약 400만유로, 미화 460만달러 정도에 팔렸다. 하지만 지난 해 이 회사는 단 8대를 중국에 팔았다. 수익이 떨어지면서 회사는 전체 직원 300명 가운데 10% 정도를 감원했다. 이 회사 경영주는 “우리는 믿기 힘들 정도의 호황에서 완전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이 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독일 중간 규모 기업들의 매출 부진은 전체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졌다. 광산장비 수출은 2012년 62억유로에 달했다. 지난 해 수출액은 35억유로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는 많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출이 떨어지면서 독일 분위기는 우울하다. 독일 경제 미래지표로 평가받는 뮌헨 이포 연구소의 비즈니스 매니저 경제신뢰도 조사에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비관적 전망이 낙관적 전망보다 많았다. 3월에 약간 상승하긴 했지만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우려하는 표정들이다. 신뢰도가 계속 약세를 보인다면 새로운 시설과 고용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성장은 더 둔화된다.
독일 경제의 약세는 유럽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럽이 독일의 재정적 도움 없이 최근의 부채위기를 타결할 가능성은 낮다. 독일은 그리스 같은 국가들의 붕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유럽 안정화 기구 재정의 4분의1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또 유로존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도 독일 샤핑객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를 메워주는 고마운 역할을 해주고 있다. 2009년부터 자동차 판매가 극도의 침체에 빠졌을 때 독일인들은 폭스바겐만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프랑스의 르노까지 구매해 줬다. 르노의 판매담당 임원은 “독일은 유럽 최대 시장”이라며 “크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상황의 변화는 앙헬라 메르켈 독일총리의 정치적 영향력도 저해하고 있다. 튼튼한 재정은 독일에 정치적 파워를 안겨주었다. 많은 국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총리는 유럽지도자들에게 긴축정책을 강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간 변화가 감지된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시리아 난민과 관련한 메르켈의 입장에서 벗어나고 있다. 메르켈은 유럽의 개방성을 유지하기 바랐지만 이들 국가들은 국경을 봉쇄했다. 워싱턴의 국제경제학 피터슨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제이콥 커크가드는 “유럽에서 독일의 위치는 지난 몇 분기 사이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패권자에서 그저 가장 중요한 국가들의 하나 정도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독일은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일종의 샤핑몰 같은 존재였다. 어떤 나라가 농업을 기계화하기 원한다면 클라스 같은 독일 기업들이 트랙터와 추수기를 만들어 주었고 어떤 나라가 액화산소를 생산하거나 맥주를 만드는 회사를 세우기 원한다면 린데나 크로네스 같은 독일 기업들이 다자인에서부터 건설까지 몽땅 해 주었다.
러시아와 브라질, 카작스탄 같은 나라들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주문이 치솟으면서 독일에게 이웃국가들의 어려움은 남의 얘기일 뿐이었다. 스페인의 실업률이 20%에 달했을 때 독인은 단 4.3%였다. 중국 물량 감소로 에이크호프에서 감원된 직원들은 곧바로 자매회사들에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게 특히 중국은 최고의 고객이었다. 자동차 산업이 독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중국은 독일 전체 경제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국가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포셰의 최대 시장이 됐다.
하지만 둔화조짐도 있다. 올 중국 자동차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4%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셰 판매담당 사장은 “우리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빠르게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중동 또한 붐 마켓에서 둔화된 지역이다. 시리아 내전과 유가 하락으로 쿠웨이트 같은 국가들의 구매력과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 같지 않다. 산유국들에 대한 독일의 수출은 지난해 7%가 줄어들었다. 수출 감소로 정유소와 시추지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을 생산하는 하이덴하임 같은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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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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