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들면 인지능력·감각 쇠퇴
▶ 댄서·간호사·증권거래인 등 정년까지 채우기도 힘 들어
조기은퇴는 노후가 보장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축복이다.
반면 가진 것 없는 빈손의 직장인에게 은퇴는 무서운 저주처럼 느껴진다.
어느덧 묵직한 나이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한 서민 노동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내심 불안해 한다.
일과 나이의 함수관계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블루칼라 직종의 종사자들이 근력을 요구하지 않는 사무직 근로자들에 비해 일찍 은퇴하는 경향을 보인다.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스턴대학 은퇴연구센터의 최근 조사결과는 나이에 민감한 사무직 일자리가 놀랄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 녹슬거나 둔화되는 사무기능이 상당히 많다는 얘기다.
은퇴연구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나이가 들면 업무기능이 떨어지는 직업을 추려낸 후 순위를 매겼다. 이 순위를 살펴보면 조기은퇴자가 많이 나오는 일자리가 어떤 것들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은퇴연구센터의 리서치 이코노미스트이자 이번 보고서 작성자인 제프리 산젠바커는 “단순비교를 하자면 아무래도 화이트칼라 근로자들보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장기취업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한 입장이지만 화이트칼라 일자리 중에도 나이가 들면 유지하기가 버거운 직업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댄서는 농부나 루핑 기술자, 철공소 공원 등에 비해 나이 들어 일하기가 훨씬 어렵다.
JP 모건 에셋 매니지먼트는 자체적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조기은퇴는 이제 예외라기보다 새로운 전형에 가깝다”고 선언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현역 근로자들 가운데 3분의 2가 최소한 65세가 될 때까지 일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그 나이까지 일한 은퇴자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일찍 은퇴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건강문제, 혹은 신체장애가 꼽혔다.
기존의 연금제도가 사실상 사라져버린 것도 취업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근로자들의 욕망을 증폭시켰다.
직장 은퇴연금인 401(k)가 노후의 재정안정을 보장하는 최대 결정인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산젠바커의 지적대로 근로자들은 이제 더 이상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못 된다. 싫건 좋건 되도록 오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그 뿐만이 아니다. 조기은퇴자는 달리 버틸 재간이 없는 탓에 거의 예외 없이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일찍 신청한다.
사회보장연금은 62세부터 70세에 이를 때까지 매년 수령액이 늘어난다. 따라서 연금신청 및 수령자격이 주어지는 62세부터 소셜시큐리티를 타게 되면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된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일자리는 나이가 들수록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일부 고숙련 일자리에 필요한 특정 기능 역시 무뎌진다.
예를 들어 감각능력 가운데 언어능력은 나이가 들었다고 쇠퇴하지 않는다. 청각 기능도 70이전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식별하는 능력은 일찌감치 퇴화한다. 당연히 이런 감각기능에 의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나이가 들면 일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지식에 바탕을 둔 인지능력은 상대적으로 서서히 감퇴한다.
반면 반응시간과 뇌의 고급기능에 속하는 작업기억 등 이른바 유동적 인지능력은 나이에 민감하다. 따라서 이런 기능과 능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조기 은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유동적 인지능력이 나이를 탄다는 사실은 재정문제에 관한 의사결정 능력이 53세까지는 향상되다가 그 이후에 쇠퇴한다는 과거의 조사결과와도 일치한다.
보스턴대학 은퇴연구센터의 보고서에는 의외의 내용도 담겨 있다.
간호사가 인쇄공에 비해 나이로 인한 기능감퇴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또한 늘 신속하게 정보를 처리하고 새로운 정보에 재빨리 반응해야 하는 상품 및 증권 거래인이 외과의사보다 작업기능 감퇴속도가 더디다.
적어도 기능면에서 볼 때 증권거래인이 외과전문의보다 더 오래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스턴대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모든 블루칼라 노동자들에 비해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관념은 지나치게 단순한 발상”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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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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