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주 기발한 주택난 해소 방안, 캐나다에서 버려지는 집들 옮겨와 수리
▶ 서민들 저렴한 가격에 집장만 꿈 이뤄

캐나다에서 버려지는 오래된 집들이 바지선에 실려 워싱턴 주로 이송되고 있다.
이들 오래된 집은 현대적 기준으로 보면 작고 낡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의 빅토리아 교외지역이 한창 번창하던 20세기 초중반에 지어진 집들이다. 지금 이 지역에는 이들 오래된 집을 다 없애고 그 땅에 새 집을 지으려는 부동산 구매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런데 그냥 철거하기에는 건축업자들이 보기에 이들 집의 골격이 상당히 탄탄하다. 그래서 비영리기구인 샌후안 커뮤니티 홈트러스가 조사해본 결과 캐나다로부터 하로 해협을 거쳐 이들 집을 옮겨온 후 주거 가능하도록 수리하는 것이 처음부터 집을 짓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
서민들이 집을 구할 수 없어 애를 먹는 상황에 이 프로젝트는 딱 맞아 떨어졌다. 샌 후안 카운티는 시애틀로부터 70마일 떨어진 지역으로 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육로로는 갈 수가 없고 비행기나 보트 혹은 페리로만 갈 수 있다는 이곳이 근년 관광지로 인기를 끌면서 별장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편 어업이나 농업, 선박 운송업 분야에서 일하며 중산층의 삶을 누렸던 현지 주민들은 이들 분야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9년 불경기가 끝난 이후 워싱턴 주를 포함, 전국적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 카운티 내 빈곤층 숫자는 17% 정도 증가했다.
샌후안 커뮤니티 홈트러스트가 수입한 집들 수리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인 피터 킬패트릭은 “근로 가정들을 이곳에 붙잡아 두는 관점에서 보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옮겨온 주택 내부의 배선을 새로 하고 페인트 칠을 하고 구조적 결함들을 고치는 등 수리를 모두 마치는 6월이 되면 소득 규정과 거주자 조건들을 이미 갖춘 구매자들은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부지는 기증받고, 정부와 재단 보조금 그리고 현지 기금모금이 합쳐지면서 구매자들은 16만달러에서 21만 달러에 주택을 장만할 수가 있다. 구매자들 중에는 병원 직원, 교사들, 마사지 요법가 등이 포함된다. 이 지역 주택 중간 시가는 지난해 연말 기준 거의 50만 달러로 시애틀 집값과 비슷하다. 그래서 샌 후안은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가장 집장만이 어려운 카운티에 해당한다.
전국 주택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선보인 주택 이전 프로젝트는 전국 어디에서도 없었던 일일지 모른다. 노숙 인구가 늘어나고 근로계층 가정들은 치솟는 주택 가격과 렌트비를 감당하느라 애를 먹고 있고, 때로는 도무지 집을 구할 수 없는 경우 등 전국적으로 주택난이 극심한 지역이 많아지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고 이 역시 그중 하나에 해당한다.
주택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고 있다고 워싱턴 DC의 연구 그룹인 어번 인스티튜트의 시니어 펠로우 칼로스 마틴은 말한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고 아무리 방안을 찾아도 묘수를 못 찾으면서 완전히 창의적인 방안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예를 들어 호놀룰루의 주택문제 해소 옹호가들은 하와이의 전통적 열대수 잎을 엮은 집을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목재나 콘크리트 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도시들에서 초소형 주택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경비 절감과 삶의 단순화 등 좋은 점들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오리건 주 포틀랜드와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는 주택 소유주들이 지하에 방을 들이거나 마당에 오두막을 지어 렌트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적 규제를 완화한 시조례를 통과시켰다.
주택을 수입해 오는 아이디어가 환영을 받은 데는 브리티시 콜럼비아에서 환경 관련 규정이 엄격해진 것 역시 한몫을 했다.
과거에는 주택을 철거하려면 굴착기를 가져가서 집을 부순 후 매립장으로 가져가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주택 철거 후 유독성 물질들을 보고해야 하고 재활용을 위해 철근이며 드라이월 자재들을 분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오래된 집 철거에 드는 비용이 1990년대 3,000 캐나다 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4만 달러(미화 3만1,200달러)로 올라갔다.
14개 신규 주택 단지 안에 들어설 캐나다 집들은 옮기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외상들을 입고 있다. 주택을 기초에서 떼어내느라 지하실은 그대로 남겨지기도 했고, 벽돌이 너무 삭아서 옮기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판단되면 굴뚝을 버리고 오기도 했다. 고목 등이 가로 막혀 주택을 옮기는 데 방해가 되면 지붕이나 외벽을 잘라 버리고 집을 옮긴 경우도 있다.
이제 이들 주택은 기초 공사를 하는 중이다. 대부분 바닥이 완전 수평이 아닌 곳에 세워졌던 집들이었던 만큼 수평 잡는 일부터 손보고 수리할 곳이 많다.
샌후안 커뮤니티 홈트러스트의 이사들과 주택문제 전문가들은 이들 옛날 집 옮겨오는 프로젝트가 경비 절감 효과에 더해 또 다른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옛날 풍취를 담은 집들을 해체하지 않고 가져와서 다시 쓴다는 아이디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다. 재사용, 재활용을 중시하는 환경보존 윤리가 지역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지면서 기금 모금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금 누구보다 흥분한 사람은 캣 셔먼(36)과 약혼자 애담 데리코(37)이다. 이들 집 중 하나를 구매한 커플이다. 철물점에서 캣은 회계 담당으로 애담은 페이트 부서 매니저로 일하는 데 이들은 둘 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두 번째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다.
앞으로도 이들 커플은 계속 힘들게 일을 해야 할 것이지만 이제 살 집을 갖게 되니 그들이 사랑하는 이곳에서 안정을 누릴 수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땀 흘려 일하는 섬 주민들에게 살만한 집을 제공해주니 훌륭하다고 캣은 말한다.

샌 후안 카운티로 옮겨진 집들. 이렇게 집을 옮겨 수리하면 처음부터 새로 짓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이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룰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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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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