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소자 줄이기 위해 경범죄 형량 대폭 낮춘 주민발의안 통과 후 샵리프팅 2배 늘어
▶ 훔친 것 950달러 넘나 절도범 계산 촌극도 “체포해 봤자 곧 석방” 경찰에 신고도 무위

미시시피주 혼 레익에 위치한 월마트의 캐시어들이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들을 맞는 것 외에 영수증을 확인해 샵리프팅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북가주에서 조그만 상점을 운영하는 페리 루츠는 진열대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들치기(shoplifting) 때문에 아예 가게 문을 닫아야할 판이라고 하소연 한다.
새크라멘토 인근 락린에서 ‘하비타운 USA’를 운영하는 그는 올해에만 벌써 6차례 이상 들치기 피해를 당했다. 지난 4개월간 좀도둑들이 훔쳐간 물건은 값비싼 드론과 원격조종 장난감 등 고가품 일색이다. 이 정도면 좀도둑질 수준이라 보기 힘들다.
루츠는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1년 반 전 주민투표를 통해 ‘프로포지션 47’을 통과시킨 이후 들치기범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2014년부터 재소자 수를 줄이기 위해 문서위조, 사기, 좀도둑질과 마약소지 등 비폭력 경범죄의 형량을 낮춰주는 프로포지션 47을 시행 중이다.
이로 인해 950달러 미만의 재산범죄는 사실상 실형이 면제되는 경범죄로 남게 됐다.
루츠는 “프로포지션 47로 좀도둑들이 제 세상을 만났다”며 “범인들은 800달러대의 고가상품을 골라잡은 후 점포 밖으로 튀어버린다”고 말했다.
세이프웨이, 타겟, 라이트 에이드와 CVS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지난해 샵리프팅이 최소한 15% 증가했다고 말한다. 프로포지션 47이 유권자들의 승인을 받은 이후 들치기가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포도 더러 있다.
소매업자들은 프로포지션 47이 좀도둑을 중범으로 기소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LA경찰국(LAPD)에 신고된 샵리프팅 건수는 프로포지션 47이 통과된 첫 해에 25%가 늘어났다.
가주공공정책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맹거스 로스트럼은 “주민발의안 47이 유권자들의 승인을 받아 효력을 발휘한 이후 가주 최대도시인 LA에서 재산범죄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방수사국(FBI)은 범죄보고서에서 샵리프팅을 포함한 절도가 지난해 12% 늘어났지만 이것이 주민발의안의 영향 탓이라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좀도둑질 신고건수의 증가는 범죄인들이 과연 처벌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느냐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켰다. 법집행당국이 법적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고 있는가도 시끌벅적한 논란거리다.
검찰, 경찰과 가주소매업협회의 빌 돔브로우스키 사장, CVS헬스 대변인 마이크 디앤젤리스 등을 비롯한 소매업자들은 “가장 큰 골칫거리는 완화된 경범처벌조항을 악용하려 드는 들치기 조직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LAPD 커머셜 크라임 디비전을 지휘하는 존 로메로 서장은 “샵리프팅 조직에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이 프로포지션 47의 최대 맹점”이라며 “이 때문에 범죄자들이 이득을 보는 반면 소매업체들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발의안 통과에 앞장선 시민단체 CSJ(Californians for Safety and Justice)의 사무국장 리노어 앤더슨은 “범죄모의에 관한 주법을 이용한다든지 동일범이 여러 차례의 범행을 통해 총 950달러 이상의 물품을 훔쳤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등 법집행당국이 들치기 조직을 겨냥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대단히 많다”고 반박했다.
전국소매연맹의 손실예방 담당 부사장으로 활동하는 조셉 라로카는 “샵리프팅 조직들은 홈리스, 싸구려 마약 사용자, 불법체류자 등 사회의 최대 취약계층에 속한 사람들을 동원해 상점에서 훔친 물건을 거리의 행인들에게 헐값을 받고 팔거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들은 이론상으로는 경범자들에게도 카운티 교도소에서 1년간 복역하라는 실형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재소자 과밀수용으로 인해 중범이 아닌 경우에는 수감 즉시 석방하기 때문에 소환장을 발부하거나 용의자를 체포할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프로포지션 47 발효 이후 절도범들이 훔친 물건 값의 총액이 950달러를 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산기를 들고 들어오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퓨 채리터블 트러스츠의 공공안전수행프로젝트 디렉터인 아담 겔브는 “대다수의 좀도둑들은 그렇게 치밀하지 못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퓨 채리터블은 2001년에서 2011년 사이 23개 주가 절도를 중범으로 취급해 처벌 수위를 높였지만 재산범죄와 절도 발생률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겔브는 “6년 전 경범과 중범의 가름선을 2,000달러로 끌어올린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우 재산범죄 발생률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 문턱을 400달러에서 900달러로 올렸다고 해서 캘리포니아의 재산범죄 발생률이 높아졌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샵리프팅 조직 가중처벌 조항을 마련하지 않은 17개 주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들치기 발생률이 가장 높았던 5개 주 중 플로리다, 펜실베니아와 텍사스 등 3개 주는 가중처벌조항을 시행중이었으나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그렇지 않았다. 법적 장치가 들치기를 예방하는데 뚜렷한 효과를 입증해 보이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모형공작전문점 소유주인 루츠는 물건을 훔쳐간 범인들의 모습이 당긴 감시카메라 동영상을 경찰에 넘겨주고 그들이 타고 달아난 도주차량의 번호판과 제작년도, 모델까지 알려주었다.
그러나 경찰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루츠는 사건신고를 접수한 경관으로부터 “체포해봤자 경범자여서 금방 풀려나기 때문에 용의자들을 추적할 가치가 없다. 그들을 쫓는 것은 인력낭비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허탈해 했다.
루츠는 “좀도둑들이 올해에만 벌써 5,000달러어치 이상의 물건을 훔쳐갔다”며 “이대로는 장사를 계속하기 힘들다. 이게 모두 프로포지션 47 탓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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