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브 보조식품 효능 논란, 독성 발암성 검증 안돼 “신뢰할 수 없다” 주장
▶ “수 천년된 전통 치료법 근거없이 공포감” 반박
약초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이 지구촌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양방학자들의 날 선 주장이 나왔다.
텍사스 소재 베일러 의과대학의 도널드 마커스 명예교수와 스토니 브룩 유니버시티의 약학과 교수인 아서 그롤먼은 최근 저명 학술지인 BMBO에 발표한 공동 연구보고서를 통해 “허브 치료는 양질의 대체의학으로 볼 수 없으며 지구촌 주민들의 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약초를 사용하는 허브 치료는 중국과 한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수백, 수 천년간 사용되어 온 전통적인 치료법으로 근래 들어 미국에서도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의사이기도 한 그롤먼과 마커스는 “허브 사용의 역사는 모든 약초가 좋은 것은 아니며 일부는 치명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더구나 시중에 유통되는 약재의 독성과 발암성에 대한 체계적인 검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NBC와의 인터뷰에 응한 마커스는 “가장 우려스런 점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허브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공중보건 담당 관리들,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WHO가 허브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정부들은 이른바 약초로 만든 상품의 생산, 마케팅과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커스는 “미국 건강식품보조산업은 연 340억 달러 규모의 방대한 시장을 갖고 있으며 전체 판매고 가운데 절반가량을 효과와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허브와 허브관련 상품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마커스와 그롤먼의 보고서에 대해 건강식품보조업계는 즉각적이고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건강식품 로비단체인 CRN(Council for Responsible Nutrition)의 규제관련 업무당담 수석부사장인 더피 맥케이는 “약초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마커스와 그롤먼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허브를 ‘글로벌 건강위협’으로 매도하는 것은 근거 없이 공포감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맥케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마커스와 그롤먼의 보고서를 읽어봤다”며 “두 명의 저자는 중의학 혹은 전통적인 인도 의학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지 않았으며 일방적으로 양방 약학을 옹호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보고서의 내용에는 허브 치료와 건강보조제로 사용되는 식물이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 꼼꼼히 살펴본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맞서 마커스는 “우리가 연구를 하게 된 동기는 허브 치료가 아시아나 아프리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대적인 판촉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후 “단지 수백, 수 천년간 존재해왔다는 이유만으로 허브의 효과와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마커스와 그롤먼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임상실험에서 미국에서도 널리 판매되는 깅코 빌로바(ginko biloba)와 세인트 존스 와트(St. John’s wort) 등 일부 허브 건강보조식품의 약효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히는 등 해당 업계를 정조준했다.
깅코 빌로바는 기억력 감퇴를 막아줄 뿐 아니라 초기단계 치매 증세가 악화되는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세인트 존스 와트는 우울증 치료제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마늘은 과콜레스테롤혈증의 증상을 완화시켜준다는 건강식품보조업계의 주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이어 팔메토(미국 동남부산 작은 야자나무)가 전립선 비대증 증상을 개선시켜 준다거나 에키네이시아(echinacea)가 감기를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속설 또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맥케이는 “세인트 존스 와트가 중간 수준의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일반 항우울제 못지않은 효과가 있으며 깅코빌로바가 뇌의 혈액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숱한 실험을 통해 입증됐는데 보고서 저자들은 관련문건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허브를 둘러싼 이들의 공방전에 ‘외부인사’들도 끼어들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소속 의사로 건강보조업계에 비판적인 폴 오핏은 “가장 큰 문제는 상품 라벨에 표시된 내용물이 실제로 병속에도 들어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의약품에 적용되는 안전성과 효과의 기준을 식품보조제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들 중 상당수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로선 어느 쪽의 주장이 더 높은 ‘진실 함량’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각기 처한 입장에 따라 크게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관계자들은 고공행진중인 허브의 인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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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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