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켓들 들어서며 작은 가게들 위기 맞자
▶ 작은 브랜드 소다수들 팔며 비즈니스에 성공

갈코 식품점 주인인 존 네스가 750여 종류의 소다수로 가득한 가게 한 가운데 서 있다. 근 120년 된 이 가게는 과거 동네 이탈리안 식품점이었다가 1990년대부터 소다수만 파는 소다수 전문점으로 바뀌었다.
마켓을 운영 하려면 이것저것 구색 맞춰 다양한 상품들을 갖춰 놓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 상품이 필요한 사람, 저 상품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두 찾아들어야 장사가 잘 될 테니 말이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능한 한 다양하게 대량으로 구비해 놓은 곳이 ‘수퍼’마켓이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단 한 가지 종류만을 고집하는 상점들이 있다. LA의 하일랜드 팍에 있는 갈코 옛날 식품점(Galco’s Old World Grocery)은 매장 전체가 한 가지 상품으로 채워져 있다. 소다수이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 따라서 가게에 오는 걸 좋아했어요. 우리 집 냉장고에는 소다수가 없었는데, 가게에 가면 점심 먹으면서 소다수를 마실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아버지로부터 가게를 이어받은 갈코 식품점 2대 주인인 존 네스는 말한다. 1897년 동네 이탈리안 식품점으로 시작된 이 가게는 지금 소다수만을 취급하는 소다수 전문점이다. 가게 안에는 독립 브랜드들이 만들어내는 750여 가지 소다수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 다양한 소다수들을 맛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찾아든다.
네스의 아버지의 첫 번째 직업은 신문팔이였다. 어려서 이 가게 앞에서 신문을 판 것이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는 25년쯤 지나 그는 같은 곳으로 되돌아 왔다. 이번에는 가게 동업자가 되어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사업은 잘 되었다. 가게의 소유권도 동업자 없이 혼자 다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90년대 초반이 되면서 판매실적이 나빠졌다.
“연쇄점들이 유통 채널을 차지하면서 작은 가게들의 가격은 갑자기 하늘 높이 치솟았어요. 토마토 통조림을 우리가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수퍼마켓에 가서 낱개로 사는 게 더 쌌으니까요.”주변의 자영업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것을 그는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그때 전환점이 된 한 사건이 있었다. 펩시 세일즈맨이 가게를 찾아온 것이었다. 펩시 세일즈맨은 가장 좋은 가격으로 펩시를 대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네스로 보면 펩시 수백병 팔아봤자 이윤은 30달러에 불과할 판이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가게 손님들이 연쇄점에 가서 사는 것보다 더 비쌌다.
네스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세일즈맨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면서 고객들이 펩시를 찾을 테니 펩시콜라를 받아서 팔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이제 끝이 다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네스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펩시콜라 측에 내가 감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는 상품 진열 공간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그게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지요.”그 길로 그는 독립 제조사들을 수소문해 이들이 만드는 작은 브랜드 25개를 찾아냈다. 소규모 제조사들 역시 고전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네스가 찾아본 사람들 중 많은 수는 한때 10여 가지 맛의 소다수를 제조하던 데서 한 두가지 생산으로 규모를 줄여 버렸다.
“모두들 완전히 풀이 죽어 있더군요. 그때 한 친구에게 한 말이 생각나는 군요. 내가 버블 업(Bubble Up)을 만들라고 했더니 그 친구 말이 ‘사는 사람도 없을 텐데 그건 가져가서 뭐하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말했지요. ‘내 가게에 진열을 해두지 않는다면 당신 말이 맞다. 아무도 안 살 것이다’ 라고요.”버블 업은 잘 팔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갈코에서 팔고 있다.
어린 시절 마시던 소다 맛이 그리워서, 혹은 단순히 뭔가 다른 걸 맛보고 싶어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비즈니스는 서서히 나아졌다. 그래도 네스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사 방식에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토마토와 파스타를 더 갖다 놔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곤 했다며 그는 깔깔 웃는다.(그의 아버지는 1995년 세상을 떠났다.)갈코에는 온갖 소다수가 있다. 우선 소다수의 맛은 딸기, 꿀 크림, 복숭아, 파인애플, 라벤더, 레몬그래스, 버터스카치, 허클베리 등 다양하다. 갈코가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제품으로는 그루지아 공화국에서 만드는 포도 소다, 잉글랜드의 펜티만스(Fentimans) 등이 있다.
그리고 버뮤다에서 1874년부터 가족이 운영해온 회사 바릿의 진저 비어(Ginger Beer)도 판다.
그런가 하면 패션 프룻 진저에일, 커피 소다가 있고 룻비어만 수십가지가 된다. 디트로이트에서 나오는 페이고(Faygo)는 100% 천연 사탕수수로 만들어졌다. 내트로나의 레드 리본(Red Ribbon) 라인은 정확한 카보네이션 시점까지 손으로 재료들을 혼합해서 특별히 작은 거품들을 만들어낸다.
“코카콜라나 펩시 같은 거대 브랜드 제품들은 이윤을 위해 맛을 희생시켰습니다.”비용이 덜 드는 방식들로 제조과정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기업이 만드는 소다수들은 맛이 상쾌하지도 깨끗하지도 않다고 그는 말한다. 탁 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다수의 원래 맛이 어떠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네스가 가르쳐 줄 수가 있다. 닥터 페퍼가 인기를 끌며 대량생산 제품이 되기 전의 맛을 알고 싶다면 더블린 블랙 체리(Dublin Black Cherry)를 마셔보면 된다.
50~60년 전 RC 콜라를 마셨던 사람이라면 더블린 빈티지 콜라(Dublin Vintage Cola)를 마시면 그때 그 맛을 느낄 수가 있다. 펩시나 코카콜라를좋아하는 사람들도 시음해 볼 필요가 있다고 네스는 추천한다. 과거 펩시, 코카콜라, RC 콜라를 놓고 시음테스트를 해보면 RC 콜라가 항상 1위였다는 것이다.
갈코의 비즈니스는 현재 붐을 이루고 있다. 소다수가 네스 가족의 비즈니스를 살린 것이다.
이 많은 소다수들 중에서 네스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어떤 것일까. 네스는 하나를 꼽을 수가 없다고 한다. 뭐가 최고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여기 와서 첫 번째로 하는 질문이 그겁니다. 하지만 만약 최고로 좋은 소다가 있다면 나는 그것만 갖다 놓고 팔았겠지요.”

전 세계에서 방문객이 찾아오는 ‘Galco’s Old World Groc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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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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