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여러 자문위원회를 두고 특정 정책에 관해 자문을 받는다. 영재교육, 특수교육, 학생보건, 성인교육, 직업기술교육을 위시해 소수민족학생들의 학업성취에 관한 자문위원회도 있다. 교육위원회는 매 학년도 초에 이러한 자문위원회들에게 자문을 받아야 할 과제를 주고 학년말에 그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올해의 자문 보고가 지난 주 부터 시작해 이번 초에 매듭지어졌다.
매년 이러한 보고를 받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문위원회에서 봉사하는 지역 주민들의 수고 덕에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이 우수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자신들의 시간과 재능을 공교육 발전을 위해 기꺼이 제공하는 자문위원들에게 감사한다. 성인교육 자문위원회 멤버 가운데에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35년간 봉사해 온 분도 있다. 참 놀라운 일이다.
교육위원들이 천거해 임명되는 자문위원들의 임기는 1년이다. 연임 제한은 없다. 매년 자문위원들 임명 때 나는 가능하면 한인들도 많아 참여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주위에서 찾아 본다. 이제 몇 주내로 다음 1년간 봉사할 자문위원들을 임명하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연락바란다. 자문위원회 회의는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저녁에 열린다. 자문위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분야에 관심은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각 자문위원회들로부터 보고 받은 보고들 중에서 소수민족학생 학업성취 자문위원회 (Minority Student Achievement Oversight Committee: MSAOC) 보고와 뒤 이은 논의가 긴장감을 자아냈다. 물론 그런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이 자문위원회는 소수민족 학생들의 학업성취, 특히 백인이나 아시안계 학생들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다른 그룹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관한 자료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에 관한 자문을 한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의 상대적 학업성취 결여는 페어팩스 카운티 뿐 아니라 미국 전체가 오래동안 씨름 해 오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제이다. 지금은 다른 법으로 대체되었지만 2001년에 제정되었던 “낙오자 방지법”도 바로 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문제를 의논할 때면 민감한 인종적 이슈들이 같이 거론될 수 있기에 교육위원들이나 교육청 고위직원들이 상당히 조심스러워 한다. 흑인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전반적으로 백인이나 아시안계에 비해 떨어지는게 흑인 학생들이 선천적으로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는 도전적 질문에 아무도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것은 자칫 찾아 올 수 있는 후폭풍을 우려해서 그럴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12명의 교육위원들 가운데 흑인은 단 한명도 없는데 MSAOC를 대표해 보고하는 흑인 자문위원들에게 몸과 입을 사리는 것이다. 누구도 잘못 발언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을 듣기 원치 않는 것이다.
올해의 MASOC 보고 때 나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발언할 수 밖에 없음을 느꼈다. 특히 아시안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같은 소수민족이면서도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나의 발언이 잘못하면 아시안의 우월주의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대로 침묵을 지킬 수는 없어 입을 열었다. “우리가 통계 자료를 분석할 때 부모들의 학력수준과 자녀들의 학업성취도의 연관성도 챙겨 보아야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는 모두 학교나 선생님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가정과 부모들이 분명히 책임지고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과연 부모들이 자녀들 학업을 제대로 돕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하고 부모들이 그렇게 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즉, 부모들의 책임이 학교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나의 이런 발언이 화살을 부모들에게 돌리는 공격적 발언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부모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진솔한 대화 없이 학업성취 차이를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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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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