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버지니아 농장에서 흑인 데려오기 시작
담배 재배로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의 발전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배를 타고 그곳으로 건너가는 데 시간이 꽤 걸렸고 항해가 힘든 상황이라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한 묘안이 절실했다. 특히 담배 농사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지만 아무리 유리한 토지 공여제를 새로 실시해도 백인 노동자는 여전히 귀했다.
그러다가 1619년 네덜란드의 한 군용선이 흑인 20명을 태워왔고 그들이 노동을 맡으면서 버지니아의 농장주는 많은 흑인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흑인을 부리려면 감독이 필요했기에 20명 이하를 고용하는 것은 별로 이익이 없었고 이는 결국 농장의 대형화를 불러왔다.
그 해에 식민지에도 자유가 있음을 과시하고 싶어 한 회사가 인가하면서 식민지에 최초로 버지니아 대의원회(The House of Burgesses of Virginia)가 등장했다. 그들이 모인 장소는 제임스타운의 교회 안에 있는 성가대 석이었고 모든 회의는 기도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 의회에도 본국의 의회처럼 의장과 의회의 지위가 있었다.
당시 인구는 4만명
영국인은 본래 영국식을 지구 끝까지라도 끌고 다니는 데 명수다. 이후 총독은 기존의 참의회를 상원으로 바꿨는데 이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은 런던 회사 이사회와 국왕의 거부권 아래 놓였다.
총독 윌리엄 버클리 경이 1671년 회사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당시 인구는 4만 명으로 그중 2,000명이 흑인이고 매년 1만 5,000명의 이민자와 노동자가 새로 도착했다. 특히 7년간 배 두 척에 태울 만큼의 흑인이 들어왔다.
식민지에서 생산한 것은 대개 담배, 밧줄, 목재, 돛대감 등이었고 매년 80척에 달하는 영국 배가 그곳을 드나들었다. 그런데 1602년 런던 회사가 국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바람에 특허장이 취소되었고 1624년 이후 버지니아는 국왕의 직할지로 바뀌었다.
102명의 순례자
마침내 1620년 9월 모두가 분리파는 아니었지만 102명의 순례자(Pilgrims)가 메이플라워호에 승선했다. 불행히도 폭풍우를 만난 배는 방향을 잃고 거의 한 달간 낯선 해안을 표류하다가 12월 21일 고단한 항해를 마치고 간신히 플리머스에 도착했다. 그곳은 버지니아보다 훨씬 더 외진 곳이었고 그들은 이 지역에 대해 아무런 특허도 권리도 없었다.
상륙에 앞서 원정대원 중 성인 남성 41명, 소위 ‘필그림 파더스 Pilgrim Fathers(순례자 조상)’가 선실에 모여 협약을 했다. 그들은 협약에서 다 같이 그곳에서 살 것,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모두의 동의를 얻어 결정한 법률을 지킬 것을 맹세했다. 이 협약이 상징하는 가치는 대헌장(Magna Carta)처럼 훗날에야 비로소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 협약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 종파에 속하는 신자가 모두 평등했고 그 해안 지방에는 이렇다 할 기존 권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의 경우 처음엔 회사, 그 다음엔 국왕이 임명한 관리가 권한을 행사했지만 메이플라워호의 순례자들은 우연한 인연으로 지배자가 없는 지역에 정착했다. 덕분에 그들은 종교관계 협약을 곧 사회생활 협약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첫 겨울에 이민자 태반이 죽어
그들은 존 카버를 총독으로 선출하고 플리머스 촌락을 건설했는데 초기 생활은 버지니아와 다를 바 없이 비참했다. 첫해 겨울 이민자의 태반이 사망했고 병자 간호와 식사 준비, 세탁을 할 만큼 기력이 있는 사람이 두세 명밖에 없던 때도 있었다.
그들은 형제들처럼 헌신적인 정신력으로 고난을 이겨냈다. 요컨대 플리머스 식민지는 이민자의 강인한 정신, 우수한 재능 그리고 옥수수 농사와 고기잡이를 가르쳐준 친절한 인디언의 도움으로 멸망을 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식민지도 자리를 잡아갔지만 그 성장은 매우 미미했다.
<
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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