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연기금·대기업 등 속속 매입 나서
▶ 현재 50억달러대 보유… 수익도 제법 짭짤
한국의 미래에셋그룹이 최근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건물을 인수하면서 또 다시 한국 자본의 미국 부동산 시장 진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대체투자로서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미국의 외국인 투자 세제가 35년 만에 완화되면서 한국의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는 물론, 재벌들까지 투자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13일 본보가 한국 자본의 미국 내 주요 부동산 투자현황을 조사한 결과,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등지를 중심으로 50억달러에 가까운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곳은 단연 미래에셋그룹이다. 지난 9일 미래에셋은 2억5,000만달러에 시애틀의 총 12층 규모, 31만7,000스퀘어피트의 아마존 사옥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은 이밖에 올해 들어서만 뉴저지 등 6개 도시의 페덱스 물류센터를 4억3,400만달러에 인수했고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의 40층 쌍둥이 고층 건물로 유명한 ‘하이야트 리전시 와이키키 비치 앤 스파’를 7억6,700만달러에 사들이는 등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부동산과 관련해 미국 내 15개 자산을 보유하게 된 미래에셋이 이처럼 적극적인 이유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높은 수익을 낸 바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고가 매입 논란 속에서 2억2,100만달러를 주고 사들인 미래에셋 상하이타워는 가치가 급등하며 현재 시가가 11억9,3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부동산 투자로 치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공제회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해외펀드를 시작한 국민연금은 2009년 이후 미국 등 해외 부동산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해 2011년 4억달러를 주고 매입한 뉴욕 맨해턴의 햄슬리 빌딩을 지난해 5월 12억달러에 팔아 4년여 만에 48%의 수익률을 올렸다.
교직원공제회도 2010년 투자한 샌프란시스코의 333마켓 스트릿 빌딩을 2년여 만에 매각해 4,000만달러 이상의 차익을 남겼고 지방행정공제회 등도 맨해턴의 고급 주상복합 건물에 지분 참여를 하는 방식으로 투자해 재미를 봤다.
여기에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은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4성급 호텔인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The Westin St Francis) 호텔을 인수하며 연 평균 7%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도 입질을 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한국 내 기관투자가들에게 재매각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 4월 달라스의 KPMG 플라자를 2억1,300만달러에 인수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계열 금융사들과 손잡고 지난해 6월 시카고의 BMO 해리스은행의 본점을 사들였다.
증권업계 한 투자 담당자는 “부동산은 임대수익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위험이 주식이나 채권보다 낮은 편”이라며 “특히 미국 부동산은 국내 부동산과 달리 공실률이 낮고 장기 임대가 가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한국 자본에 가장 고가에 팔린 매물은 지난해 롯데호텔이 8억5,000만달러에 사들인 뉴욕의 팰리스 호텔로 드러났다. 올해 13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곳은 909개의 객실을 보유한 럭서리 호텔로 인수된 뒤 이름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로 바꾸고 영업 중이다.
한편 연방 정부는 지난해 말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35년 만에 외국인 부동산투자법(FIRPTA)을 개정해 해외 연기금과 퇴직기금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때 내는 세금을 미국 연기금과 같도록 하향 조정했다.
또 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미국 내 부동산 투자신탁(REITs)의 소유 한도도 기존 5%에서 10%로 늘렸다. 외국인 부동산투자자협회의 짐 펫가터 대표는 “상당히 큰 변화”라며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가 증가할 것이란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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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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