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몬트 시골신문 에세이 콘테스트로 ‘발행인’ 물색
▶ 127년 역사의 신문이 에세이 공모전 상품으로 신문사 사겠다는 사람 없자 사주가 이색 제안

버몬트 주의 시골 신문인 하드윅 가제트 신문사 건물. 신문사주인 로스 코넬리는 에세이 콘테스트를 통해 우승자에게 신문사를 넘길 계획이다.
로스 코넬리는 아내인 수잔 자르지나와 함께 공동 발행인으로 신문사를 운영해왔다. 지난 1986년 신문사를 매입할 당시 코넬리는 사회봉사와 관리 분야 일을 해왔고, 자르지나는 그래픽 미술 전공이었다.
20여년 신문사를 같이 운영한 자르지나는 암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1년 사망했다. 그리고 외아들은 야생동물 보존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서 신문사에 관심이 없다. 그는 지난 2년 여 신문사를 매각하려고 여러번 시도를 해보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때 코넬리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에세이 콘테스트를 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8일 발표했다. 상품은 바로 신문사, 신문사를 통째로 상으로 내건다는 것이다.
며칠 후면 71세가 되는 그는 신문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지만 일이 너무 고되다고 했다. 신문 한번 발행하는 데 주 60시간을 꼬박 일해야 하니 기력이 달린다고 했다. 발행부수 2,200부인 이 신문의 편집장이자 발행인인 그는 무슨 일이든 다 한다. 광고도 팔고, 청구서 납부도 하고, 편집도 하고 취재 지시도 하고 쓰레기도 치운다.
버몬트, 벌링턴에서 동쪽으로 60마일 떨어진 하드윅 그리고 버몬트 북동부 지역의 9개 타운에 뉴스를 전달하는 가제트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 그는 정열적으로 설명을 한다. 대부분 농사짓는 시골 지역으로 가난한 동네들이다.
“단지 주류 언론이 아니라고 해서, 전국 뉴스를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신문이 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신문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루는 중요한 블록이라고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127년 역사를 가진 하드윅 가제트는 전통적 지역신문이 그렇듯 출생 소식, 경찰 수사사건, 사망기사, 고등학교 운동경기 소식 그리고 커뮤니티 뉴스를 전한다. 하지만 은행장이 공금횡령 스캔들에 휘말려 7년형을 받은 사건 같은 심각한 뉴스들도 다룬다.
코넬리의 에세이 공모가 성공하면 다른 나이든 신문사 사주들이 따라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국제 주간지 편집장 협회의 차드 스니빈스 총무는 말한다.
“미국의 시골을 둘러보면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신문사 발행인들이 넘쳐납니다. 후임자를 찾으리라는 희망도 없이 그냥 계속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피닉스의 전국 비즈니스 저널리즘 센터의 앤드류 렉키 회장은 에세이 공모를 대단히 독특한 판매 접근방식으로 평가한다. “제발, 내 신문 좀 가져가세요” 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가제트가 매물로 나왔는데 도무지 진지한 매입 제의가 없다는 것은 신문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신문업계가 직면한 재정적 압박이 심각하다. 광고 매출 손실에 구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몬트 통신협회의 마이크 도나휴 총무는 신문 사업이 재정적으로 번창했던 몇 년 전이라면 가제트 매입 기회가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뛰어 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제트에는 현재 코넬리 발행인을 포함한 두명의 풀타임 직원과 3명의 파트타임 직원 그리고 일단의 통신원들이 있다. 지난해 총수익은 24만달러. 담보 잡힌 것이나 모기지 상환금은 없다.
에세이 콘테스트 우승자는 2층으로 된 신문사 건물, 가구와 집기들 그리고 신문사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을 물려받게 된다.
우승자가 못 갖는 것들이 물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어떤 보장’. “어떤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이건 신문 사업이고 신문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고 콘테스트 규정에 적혀있다.
지난 2년 여 신문사를 매각하려고 내놓았을 때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들은 몇 있었지만 확실히 사겠다고 나서는 구매 제의는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에세이 콘테스트는 지난해 메인 주의 한 B&B 숙박업소 주인이 그런 식으로 매물을 내놓았던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그는 말했다.
과거 그런 식으로 콘테스트를 열었다가 골치를 썩은 사람들도 있지만 코넬리는 그런 곤란한 상황에는 빠져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콘테스트 규정들은 변호사의 검토를 받았고, 에세이 심사를 위해서는 7~9명의 심사위원단을 만들 계획이다. 저널리즘 교수들, 커뮤니티 인사들이 참여한다.
코넬리는 최소한 700명이 응모하기를 바란다. 참가비는 175달러. 콘테스트 참가자들로 부터 12만2,500달러를 모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콘테스트는 지난 11일 시작해 8월11일까지. 규정에 따라 콘테스트 기간은 2달 연장될 수 있다.
에세이 길이는 최고 400개 단어. 출전자는 에세이를 통해 뉴 밀레니엄 시대에 유료 주간 신문사 주인으로서의 비전과 기술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제트의 일하는 방식은 옛날식이다. 예를 들어 가제트는 웹사이트가 없다. 그래서 콘테스트에 글을 보내려면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새 주인이 생기면 코넬리는 과도기 동안 안내를 잘 해줄 생각이지만, 계속 버몬트에서 살 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앞으로 뭐할 거냐’고 묻는데,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 수도 있지만, 당장 해야 할 것은 다음 주 신문 제작이라고 그는 말한다.
신문이 새 주인을 찾고, 신문사가 계속 번창하고, 커뮤니티에서의 가치를 높이고 하는 일 모두가 프랭크 카프라 영화 같은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 하지만 실현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127년 역사의 주간지인 가제트는 발행부수 2,200부로 버몬트 북동부 지역에 신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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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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