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감원 따른 사회불안 우려… 과잉생산 심각 수준
▶ 제철소들 부채·적자 천문학적 액수, 세계 철강시장 교란에 미 강경 대응

일시 가동을 멈췄던 송팅 제철소에서 다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탕샨,중국> 지난 2월 추운 겨울날 송팅 제철소의 흰색과 갈색의 거대한 건물들이 조용히 서 있었다. 이 공장의 유일한 생명의 흔적은 정문 앞에 서 있는 몇 명의 경비원들과, 공장 방문객들을 향해 “꺼지라”고 소리치는 허름한 차림의 중년 남성 밖에 없었다. 한때 이 상업도시에서 가장 큰 제철소들 가운데 하나였던 송팅은 생산을 중단한 상태였다. 중국경제 둔화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몇 달째 봉급조차 받지 못하던 근로자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연간 500만 메트릭 톤의 철을 생산하던 시설들은 가동을 멈췄다.
3개월 후 이런 침묵은 깨졌다. 트럭들이 송팅 건물들 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많은 차량들이 바깥 주차장들에 주차돼 있다.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솟아올랐다. 송팅이 죽음에서 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과 세계 경제에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다.
송팅 제철소 이야기는 둔화되는 경제 속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중국정부가 직면한 도전을 보여준다. 중국은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이전을 위해 불필요한, 그리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많은 분야의 공장들을 닫아야 하는 급박한 처지다. 중앙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제철업의 경우 중국 지도자들은 오는 2020년까지 제철생산 능력을 최대 1억5,000만 메트릭 톤 줄이겠다고 올해 발표했다. 이 양은 일본 전체의 생산량보다도 많은 것이다. 하지만 송팅 제철소의 경우가 보여주는 것처럼 문제의 공장들을 닫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정부 차원에서 당과 기업인들은 재정적, 사회적 안정을 위해 제철소를 비롯한 공장들을 원하지 않음에도 닫지 못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제철소에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고용돼 있다. 문을 닫는 것은 대규모 감원을 의미한다. 중국정부가 계획대로 할 경우 약 50만명의 제철소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중국정부는 감원 근로자들이 서비스와 같은 보다 건강한 경제부분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송팅 제철소를 떠났던 근로자들은 중공업 중심 도시에서는 새 일자리를 찾는 게 힘들다고 불평한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곧바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으며 일부 실직자들은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이런 사회적 불안정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노동시장 불안과, 공장 문을 닫을 경우 대형은행들의 부실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공장폐쇄는 둔화되고 있다. 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정부가 줄인 철강 생산 능력은 2% 미만이었다. 이 기간 생산 청강의 3분의 1 정도는 사용되지 못했다. 신용등급 회사인 피치의 홍콩 책임자인 로라 자이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정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강 감산이 곧바로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은 워싱턴과의 마찰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 제철소들의 과잉생산으로 값싼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해 공동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제이콥 류 미 상무장관은 “과잉생산으로 고통 받고 있는 철강과 알루미늄 같은 부문에서 생산을 대폭 줄이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국제 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약 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송팅 제철소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민간 제철소들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신규주택과 인프라 건설이 주춤하면서 철강 가격은 폭락했으며 송팅을 비롯한 업체들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근로자들은 2015년 초부터 봉급을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 일부분은 가동을 멈추었으며 경영진은 근로자 감원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는 금년 45세인 C. F. 쉬가 있다. 쉬는 이 공장에서 21년을 일해 왔다. 지난해 9월 어느 날 아침 공장에 나가자 그녀의 상사는 접은 종이들을 상자에 넣고 있었다. 상자는 방을 돌기 시작했으며 근로자들은 종이를 하나씩 꺼내야 했다. 안에 표시가 돼 있는 종이를 고른 근로자들만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로토에 당첨되지 못한 쉬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5개월이나 밀린 월급이나 퇴직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녀는 절망했다. “목을 맬 생각도 했다”고 쉬는 털어놨다.
11월14일 아침 평소처럼 근로자들이 일하기 시작하려 할 때 매니저는 기한 없이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장은 지역 전력국에 내야 할 전기료를 지불하지 못함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일부 근로자들은 밀린 봉급을 요구했다. 당시 송팅은 약 6개월분의 봉급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15명의 근로자들은 공장 지붕에 올라가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했다.
절박한 근로자들 수백명은 11월 지방정부 청사 밖에서 밀린 봉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별였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근로자들은 곧 바로 빈궁한 상태에 빠졌다. 쉬와 역시 송팅의 일자리를 잃은 그녀의 남편은 지속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공장 인근 낡은 벽돌집에 사는 이들과 두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양배추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기본적인 생필품도 없었다”고 쉬는 말했다.
지난 2월부터 일부 근로자들은 전 매니저들로부터 다시 일터로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공장 일부가 다시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명확치 않다. 공장 소유주들이 현금을 조성하기 위해 다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철강 가격이 다시 뛰고 건설도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 고용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고려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밝혔다. 이 전문가는 “고용은 정부와 기업들에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기업들은 자본을 가동해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의 어려움이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피치의 분석에 따르면 철강업계 전체 부채는 6,000억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천문학적 액수의 부채와 낮은 가격, 부진한 수요 등이 겹쳐지면서 철강업계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사들의 손실은 98억달러에 달했다. 전년인 2014년에는 34억달러 수익을 냈었다.
모건 스탠리의 분석가인 레이첼 장은 “정부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시장 상황 때문에 철강업계 감산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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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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