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남부의 지도자들
남부의 지도자들은 1750년 무렵의 영국 신사와 유사했다. 어쩌면 그들은 영국 신사보다 더 영국의 전통에 충실했을지도 모른다.
“영국은 변했다. 그러나 버지니아는 변하지 않았다. (…) 버지니아인이 한층 더 영국인처럼 보였다.”
버지니아와 매사추세츠에는 본국보다 더 순수한 왕당파와 의회파가 발전했는데 당시 이들은 서로 대립하지 않았다. 매사추세츠가 전적으로 북부의 적이 아닌 것처럼 버지니아도 전적으로 남부의 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식민지는 북부와 남부의 중심을 대표하고 있었다.
중부 식민지(허드슨 강과 포토맥 강 사이에 있는 지역)는 북부 뉴잉글랜드의 민주적인 청교도주의와 남부 버지니아의 귀족적인 전원생활이 뒤섞여 있었다.
중부 식민지는 원래 상업 위주였으나 뉴욕의 풍습과 습관은 펜실베이니아의 그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는 두 곳 다 부유하고 번영하는 도시였지만, 뉴욕은 잡다한 인종이 모인 국제도시고 필라델피아는 점잖고 우아한 도시였다.
뉴욕은 쾌락의 중심지였고 필라델피아는 자선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설령 뉴욕의 부호가 필라델피아의 유력자 같은 관용을 베풀어도 이는 동포애 때문이라기보다 세속적인 자만심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다.
미시시피 강을 따라가니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인 모험가 드 라 살에게는 당시의 모든 탐험가처럼 대륙의 서안에 도달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는 생 쉴피스 성당의 전도사와 함께 이리 호까지 도달했는데 그곳에서 오하이오 강 유역까지 진출한 것 같다. 인디언이 도처에서 그에게 ‘큰 강(미시시피 강) ’ 이야기를 했던 터라 그는 ‘이 강이 서부로 가는 길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프랑스인 자크 마르케트와 루이 졸리에는 ‘큰 강’이 인도 쪽으로 흐르지 않고 멕시코 만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아냈다.
드 라 살은 강을 따라 강어귀까지 가보자고 제의했고 그리폰 호를 만들어 이리 호에 띄웠다. 물에 뜬 이 요새를 보고 놀라워하는 인디언들과 함께 그는 일리노이 강과 미시시피 강의 합류점에 도달했다. 1682년 그들은 미시시피의 강어귀까지 내려가 그곳에 프랑스 왕국의 문장인 백합꽃을 장식한 기둥을 세우고 국왕기를 달았다. 돌아오는 길은 강을 거슬러 올라야 했기에 힘든 여정이었지만 드 라 살은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1684년 그는 프랑스로 귀국해 국왕 루이 14세에게 미시시피 강어귀에 식민지를 세우고 국왕을 찬양해 루이지애나(Louisiana)라고 명명할 것을 건의했다.
그리고 훗날 캐나다와 루이지애나를 통합하면 프랑스는 방대한 제국을 경영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이것은 웅대하고도 위대한 계획이었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북아메리카 전체가 프랑스의 수중으로 들어올 수도 있었다. 만족한 국왕은 드 라 살에게 선박 네 척을 내주었지만 그는 강어귀를 발견하지 못했고, 비참한 상태로 해안을 따라 방황하는 동안 그만 부하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남편을 구해주겠소
드 라 살의 위대한 계획이 그의 죽음과 함께 묻혀버린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인은 미시시피 강변에 머레파스 요새를 건설했고 인도 회사의 대리인 드 비앵빌은 1718년 그곳에 도시를 세워 섭정 오를레앙 공작 Duc d’Orleans을 찬양하는 의미로 누벨 오를레앙 Nouvelle Orleans이라고 명명했다. 이곳에서 하나의 프랑스 식민지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그 상황은 소설 《마농 레스코》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당시 회사는 인구 증가를 위해 파렴치한 방법까지 동원했다. 프랑스에서 경찰이 ‘행실이 수상한 여자’들을 잡아다 술을 먹인 후 배에 태운 것이다. 누벨 오를레앙에 있는 이민자들을 위해 프랑스의 오를레앙 거리에서 인간 사냥을 한 셈이다. 경찰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봐요, 미시시피로 가지 않겠소? 당신 무게만큼 황금을 갖고 있는 남편을 구해주겠소.”
문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여자가 지나가는 군인을 보고 웃자 군인 하나가 “저기 예쁜 미시시피 양이 있다”고 하고는 불행히도 두 여자를 강제로 마차에 태웠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저술가 생시몽은 《회상록》에서 이런 일이 지나치게 벌어지자 폭동이 일어나 경찰이 살해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
신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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