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10, 단순한 건물에 해학을 덧붙인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 <상>
▶ 코리아타운 북서쪽 ‘댄지거,’ 로욜라 법과 대학 캠퍼스 등 독특하고 재미난 건물 지어

1997년 빌바오에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는 이 건물 덕에 스러져가는 공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필립 잔슨은 이 건물을 우리 시대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잠깐 로스앤젤레스 바깥의 얘기하나를 하고 가자. 20세기를 마무리하는 1997년 스페인의 스러져가는 공업도시 빌바오에 거대한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이 들어섰다. 도시 이름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이 건물을 보기 위해 전세계 각지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오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외치면서 참고한 곳이 이 빌바오였다. 필립 잔슨은 이 건물을 우리시대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추켜 세우기도 했다. 바로 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사람이 프랭크 게리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면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활동해 온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코리아타운 북서쪽의 주택가에 있는 댄지거(Danziger) 스튜디오.
이것도 게리의 건물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건물은 1965년에 게리가 어느 미술작가를 위해 설계한 건물이다. 그냥 단순한 상자처럼 보여도, 게리의 디자이너로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건축주인 예술가가 시끄러운 도시 소음으로부터 벗어난 곳에서 작업하기 위해 대지 경계선을 따라 높은 담을 두르고, 대신 담에서 떨어져서 커다란 개구부를 두어서 햇빛이 가득한 내부공간을 만들었다.
이 조그만 상자형 건물과 빌바오의 거대하고 화려한 곡선형 건물 사이에는 약 32년이라는 시간차가 나듯이 건물 형태에서도 많은 차이가난다. 도대체 이 기간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생겼을까? 이를 위해 게리가 살아온 길을 되짚어 본다.
게리는 1929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로스앤젤레스로 이민 와서 USC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1954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마친 후 샤핑몰의 발명가 그루언건축설계 사무소에 취직했다.
나름 실무를 익혔지만, 여기에 적응하지 못 했다. 대신 로스앤젤레스의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한국에서처럼 의무는 아니었지만 군대도 다녀오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도시 설계를 공부하기도했다.
이렇게 변방을 맴돌다가 한국 나이로 50세인 1978년에 다시 건축계에 나타났다. 건축계에 복귀하는 작품은 자신이 거주할 주택이었다. 샌타모니카의 평범한 주택을 구입한 후, 개보수를 시작했다. 건물의 일부는 뜯어내고, 새 재료를 갖다 붙이는 식으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설계를 해 나아갔다. 설계를 끝내고, 허가를 받기위해 이웃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었는데, 참석자들은 이런 해괴망측한 건물은 한 동네에 들어설 수 없다며 결사반대의 뜻을 보였다.
게리는 이 때 이미 위대한 건축가의 모습을 보였는지 이 어려운 난관을 잘 마무리지었다. 게리 자택이 완성된 후 공청회에서 마냥 건축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부에서는“ 대단하다.
이 건축물은 해체건축(deconstructivism)의 방향을 제시한다”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것도 건축이냐. 공사판에나 쓰는 철망 같은 재료를 주택에 쓰는 건 말도 안 된다”라며 극과 극의 평가를 쏟아냈다.
다행히도 건축계에 복귀하자마자 바로 제법 큰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기회도 잡았다. 로욜라 법과 대학(1982-1991)의 캠퍼스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의 캠퍼스에 있던단순한 상자형 건물들을 하나씩 바꿔가기 시작했다. 건물에 화려한 색상을 넣기도 하고, 건물 앞에 구조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기둥을 세우기도 하고, 건물 밖으로 옥외 계단을 덧붙여서 건물에 표정을 불어 넣었다.
법과 대학이라는 차가운 분위기에 재미있는 해학적인 요소를 넣어서 캠퍼스의 삭막한 분위기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비슷한 시기에 샌타모니카 플레이스(1980)라는 거대한 샤핑몰도 설계하고, 베니스의 조그만 대지에 에지마 센터(Edgemar Center·1989)도 지었다. 샌타모니카 플레이스는 연 면적이 58만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건물로 샌타모니카에서 가장 유명한 대형 샤핑 명소이다. 지어진 지 30년쯤 되자 건축주는 인근에 새로 지어진 샤핑몰과 상대하기 위해 건물의 옷을 갈아 입히기로 했다. 이번에는 게리가 아닌 다른 건축설계 회사를 선택했다. 로스앤젤레스의 또 다른 샤핑몰대가 잔 저디(Jon Jerde)가 전체적으로 다 뜯어 고쳐서(2010) 현재는 게리의 디자인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태이다.
에지마 몰은 조그만 동네 샤핑몰이고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건물이다. 샌타모니카의 남쪽 베니스에 있다. 건물 재료는 게리 자택처럼 값싼 재료를 사용하면서 형태적으로만 재미를 추구하지 않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공간을 참 편안하게 꾸몄다. 우선 메인 길(Main St.)을 오가는이웃 주민들을 자연스레 건물 마당으로 끌어들이고, 마당에 있으면 도로에서 살짝 벗어나서 이용자에게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외부공간끼리 연결되어 있으면서 살짝 가려져있어서 공간의 위계가 아주 잘 처리되어 있다.
베니스 인근에는 쌍안경을 정면에 세운 건물을 비롯해서 게리가 지은 건물이 여러 개 있다. 게리가 아직 세상에서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여러채의 독특하고 재미난 건물을 지으면서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는 차츰 유명세를 쌓고 있었다.

코리아타운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로욜라 법과 대학. 기존의 단순한 상자형 건물 앞에 구조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기둥을 세우기도 하고 건물 밖으로 옥외 계단을 덧붙여서 건물에 재미난 표정을 불어 넣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geoc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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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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