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세 개의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오전 10시에는 맥클린에 위치한 체스터부룩연합감리교회, 11시 45분에는 같은 맥클린의 와싱톤한인교회, 그리고 오후 2시에는 센터빌에 있는 와싱톤사귐의교회이다. 세 교회 모두 연합감리교단 소속이다.
연합감리교단에 소속된 교역자들은 매년 6월 각 지역 연회(Annual Conference)의 책임을 맡은 감독에 의해 1년 기간으로 각 지역 교회에 파송을 받는다. 그래서 연합감리교단 소속 교회의 7월 첫 주 일요일 예배는 새로 파송된 목회자의 첫 예배가 된다. 물론 파송 기간은 1년씩이지만 종종 몇 년째 같은 목회자가 파송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런데 위 세 교회는 모두 이번에 새로운 목회자가 담임목사로 파송되었다. 그 중 와싱톤한인교회는 내가 오래전부터 출석해 오고 있는 교회이다. 그래서 이 칼럼을 쓰는데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이번에 이 세 교회에 주어진 변화는 교회가 한인동포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고려할 때 우리 모두가 한 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할 소재를 다분히 제공하고 있다.
와싱톤한인교회는 워싱턴 DC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한인교회이다. 한국전쟁으로 조국이 전화에 휩싸였을 때 이 곳에 거주하던 소수의 한인들이 시작한 기도모임이 1951년 교회설립의 계기가 되었다. 4년 전 연합감리교의 동남부지역총회에서 한인으로서는 최초로 감독으로 선출되어 지난 4년간 버지니아연회의 감독직을 맡아오고 있는 조영진 목사가 22년간 담임목사로 섬겼던 교회이다.
와싱톤한인교회는 한 주 평균 출석교인 1,200명 정도의 제법 큰 규모이다. 그런데 규모가 그 10%도 채 안되는 와싱톤사귐의교회로 담임목사가 파송을 받겠다고 자원했다. 담임목사가 큰 교회에서 작은 교회로 목회지를 옮기는 경우가 물론 이번이 결코 처음은 아니겠지만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와싱톤사귐의교회는 원래 지난 9년간 와싱톤한인교회의 지원을 받는 지교회였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립하기로 결정하고 교단으로부터 독립교회로 인정을 받아 지난 일요일에 첫 예배를 드린 것이다. 그리고 첫 담임목사로 모교회의 담임목사가 옮겨 온 것이다. 대신 모교회에는 타지역으로부터 새 목사가 파송되었다.
체스터부룩연합감리교회에 새 담임목사 파송 케이스는 이 보다 더욱 놀랍다. 1906년에 세워진 이 교회는 여러 해 전부터 교인수가 줄어들었다. 기존의 교인들이 떠나고 고령화 되는데에 반해 젊은층의 교인들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는 은퇴 목사님 한 분이 자원해 임시로 담임목사직을 맡아오고 있었다. 교회의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근의 같은 교단 소속 두 교회에게 교회를 맡아 달라는 도움을 청했다. 교회의 재산은 물론 교회의 법적 책임 부분도 모두 맡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결국 그 교회는 문을 닫겠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요청을 받은 두 교회 중 하나가 와싱톤한인교회였는데 체스터부룩의 오랜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제안을 했다. 와싱톤한인교회의 영어회중 교인들이 모두 그 교회로 이적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와싱톤한인교회의 영어회중 담당 부목사가 그 교회의 담임목사로 파송을 받았다. 이 놀라운 결정에 참여한 체스터부룩연합감리교회, 와싱턴한인교회 그리고 그 교회의 영어회중에게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지난 주 그 교회에서 한인 교인들과 백인 교인들이 함께 새로운 시작의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아주 오래된 건물이고 에어컨도 없어 선풍기를 돌렸던 예배당의 스테인레스 유리창에는 1800년대에 태어났던 많은 옛 교인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교회 문을 닫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들이 저 세상에서 한시름 놓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태어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우리 한인 후손들이 미국 토박이 백인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같이 어울려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에 미국에서 태어난 두 아들을 두고 있는 나의 마음이 뿌듯했다.
또한 내가 출석하는 와싱톤한인교회가 교인수와 재정이 감소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두 지체를 독립교회로 세워주는 보기드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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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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