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프랭크 게리
▶ 어린 시절 잉어와 놀던 추억 60이 다 되어 건축에 적용, 1989년 프리츠커상 수상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있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게리가 6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 그의 대표작을 지었다. 관광 명소이다.
1980년대는 건축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많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모더니즘의 절제된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소에서 이미지를 가져왔다.
대부분은 역사적인 건축 사례에서 이미지를 가져왔다. 그리스, 로마 건축에서 차용한 경우도 많았다. 게리는 여기에 의문을 가졌다. “그리스 인은 의인화(anthropomorphize) 과정을 통하여 건축을 지어냈다. 이것은 기껏해야 3,000년 전의 일이다. 수 억년전에는 인간이 아닌 물고기가 지구의 주인이었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건축에 적용하면 안 될까?”
게리에게서 왜 갑자기 물고기가 튀어나왔을까? 사실 어린 시절 게리는 물고기와의 추억이 있었다. 게리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유대교 풍습 속에서 성장했다. 유대 관습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잉어 요리를 먹었는데 식사하기 전날 잉어를 미리 사와 욕조에 풀어 놓고는 했다고 한다. 게리는 이 때 잉어와 놀던 추억을 회상하고는 했다. 나이 60이다 되어서, 이 생각을 건축에 적용할수 있었다. 1987년 일본 고베 신사에 잉어를 모티브로 한 식당 건물을 설계한다. 이 건물을 시작으로 게리의 건물에서 화려한 곡선이 주를 이루는 건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때만 해도 물고기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독립된 오브제였고 건축물은 아직 단순한 상자형태였다.
1989년에는 그가 독일과 스위스 국경도시에 설계한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Vitra Design Museum)이 완공되었다. 곡선과 직선이 마치 추상회화를 그리듯이 자유스럽게 3D 입체 조형물을 만들어냈다. 아직은 컴퓨터의 도움 없이,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빚어낸 걸작이다. 이 해에 게리는 이미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나이 60세이기는 했지만, 아직 대표작이 나오기 전으로 좀 이른감이 없지 않았다.
애나하임에 디즈니 아이스 링크(1995)를 지을 때에는, 둥근 곡선이 건물 외벽과 내부 공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목구조를 이용하여 두 개의 거대한 곡선형 건물을 만들어냈다. 내게는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예일대학교 아이스하키장에는 못 미치지만, 게리 자신에게는 나름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건물이다.
그리고 나서 1997년 빌바오에 그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었다.
사실 빌바오는 1991년부터 설계에 들어가서, 6년만에 공사가 끝난 경우이다. 건물 규모에 비해서, 그리 오래 걸린 것은 아니다. 1991년은 또 다른 기념비적인 건축물 설계가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바로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있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다.
디즈니 콘서트홀은 1988년에 현상설계를 통해 당선됐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1991년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성공을 거두자, 디즈니 콘서트홀도 빌바오의 설계방법을 따라 처음부터 새로 설계를 시작했다. 사실 현상설계안은 실제로 지어진 것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났다. 내 눈을 전혀 끌지 못했다. 아마 게리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나 보다. 빌바오 현상설계 때 이용했던 디자인 프로그램인 카티아(CATIA)를 도입해서, 디즈니 콘서트홀도 완전히 탈바꿈한다. 이 설계안은 2003년에야 비로서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건물에서 남쪽 벽을 제외하면 외부에서 똑바로 서있는 벽을 찾기 힘들다. 거의 모든 외피가 곡선으로 감싸 있다. 먼저 지어진 빌바오구겐하임 미술관처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 하지만, 이 건물을 통해 게리가 60년 넘게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알리기에는 충분한 모습이다.
이 밖에도 카브리요 해양 박물관(1981), 골드만 시립 도서관(1986), 항공 우주 박물관(1984) 등 게리의 작품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어서, 그의 건축 설계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시기별로 비교할 수 있다. 모두가 다 개성이 강한 건물이다. 단순히 유행에 따라 설계한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서 진화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2010년 가을 UCLA 건축학과 공개강의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대개 공개 강의를 하는 사람은 서서 하지만,게리는 이날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소파에 앉아서 시작했다. 미안하다고우스개 소리로 분위기를 풀면서 새설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 나갔다. 대가는 설계 능력 이전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2014년 1월에 LA 타임즈에 게리에관한 기사가 실렸다. 디즈니 콘서트홀 이후 한 동안 로스앤젤레스에 그의 프로젝트가 없었는데, 디즈니 콘서트홀 길 건너에 대형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Grand Ave. Project)가 소개되었다. 시에서 1차 심의를 통과했다고 했다. 곧 공사가 시작할 듯 했다. 하지만, 공사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이다. 게리는 이미 나이가 90을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1989년에 게리가 지은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곡선과 직선이 마치 추상회화를 그리듯 이 3D 입체 조형물을 만들어냈다. 아직은 컴퓨터의 도움 없이,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빚어낸 걸작이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geoc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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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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