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 감소와 대형화 추세 속 인쇄·전파 매체 수 격감
▶ 대표적 잡지‘에보니’최근 매각돼, 연방정부 보호막도 점차 사라져

시카고에 소재한 WVON은 흑인 청취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이다. 미디어 시장이 변화하면서 흑인 매체들의 입지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시카고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흑인 커뮤니티들에게 ‘존슨 출판사’는 어떤 희망을 상징해왔다. 이 업체가 발행하는 잡지들, 특히 ‘에보니’(Ebony)와 ‘젯’(Jet)은 인권운동 시절에 명성을 얻었다. 젯은 피살당한 흑인 청소년 에밋 틸의 처참한 사진들을 게재해 운동에 함을 더했다. 이 잡지들은 흑인사회의 삶을 기록하는 것을 사명으로 해 왔다.
대부분의 미디어들이 흑인들을 외면하거나 주로 빈곤과 범죄라는 측면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대에 에보니와 젯은 흑인들의 성공에 초점을 맞춰왔다. 무함마드 알리와 아레사 프랭클린 등을 커버에 등장시켰다. 그래서 시카고에 본사를 둔 존슨 출판사가 최근 에보니와 젯을 텍사스의 민간 에퀴티 기업에 팔았다고 발표했을 대 흑인사회는 이것을 상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흑인들을 겨냥하고 있는 시카고의 라디오 방송국 WVON 소유주인 미드웨이 브로드캐스팅의 회장 멜로디 스팬-쿠퍼는 “대단히 가슴 아픈 날이었다”며 “‘에보니는 라이프 잡지가 주지 못한 것을 흑인사회에 주었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에는 흑인사회의 깊은 우려가 배어있다. 인정문제가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흑인소유 기업들과 흑인문화의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스팬-쿠퍼는 “에보니는 흑인들이 유일하게 소유하고 읽었던 매체였다”며 “우리가 점차 주류로 통합되면서 우리는 다른 수단들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 속에서 타임사는 ‘에센스’ 매거진을 갖고 있으며 비아콤은 ‘블랙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오프라 윈프리와 디스커버리 채널이 공동 출자한 ‘더 오프라 윈프리 네트웍’이 출범했다. ESPN은 지난 5월 인종과 스포츠 문제를 함께 다루는 ‘언디피티드’를 출범시켰다. 블랙트위터의 출현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흑인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존슨 출판사는 젯과 에보니를 매입한 에퀴티 기업인 클리어 뷰 그룹이 한때 흑인기업 소유였다며 이번 거래는 파트너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클리어 뷰 회장인 마이클 깁슨은 “우리는 에보니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 미디어들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흑인 소유 미디어들의 스트레스는 한층 더 심했다. 통합이 대세가 되고 있는 미디어 시장 환경 속에서 흑인 미디어들은 규모가 작고 수입원도 한정돼 있다. 광고주들은 다른 미디어를 통해 소수민조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흑인 미디어들로부터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고 소유주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인권 운동 이전부터 흑인 소유 출판기업들, 그리고 이후에는 흑인 소유 라디오와 TV 방송들이 정치와 패션, 음악 등 흑인문화를 널리 알리고 형성하면서 주류 미디어들과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 왔다. 500달러의 대출로 지난 1942년 보잘 것 없이 시작된 존슨 출판사는 거대 미디어 그룹을 성장했다. 창업주인 존 존슨은 지난 1982년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포브스 선정 400대 미국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WVON 라디오 방송이 지난 2007년 흑인역사의 달을 맞아 선정한 ‘미국을 바꾼 28명의 흑인’에서 존슨은 마틴 루터 킹, 로사 팍스, 서굿 마셜 등에 이어 7위 인물로 선정됐다.
부유층 흑인을 겨냥한 업타운 매거진을 발행하는 업타운 벤처스 그룹의 소유주 레너드 버넷 주니어는 “우리 스스로 매체를 갖고 있지 못하면 우리 생각을 표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몇 명 소유주들은 흑인 소유 미디어들의 또 다른 긍정적 면을 지적했다. 소수민족들을 고용한다는 것이다. 스팬-쿠퍼는 자신의 회사 직원의 90%가 흑인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입원이 줄어들면서 이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예를 들어 젯은 지난 2014년부터 웹으로만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존슨 출판사의 대표인 데지레 로저스는 “흑인 기업들에게 상황을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화가 심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본을 확충하기가 특히 힘들다”고 말했다. 흑인 여성들이 주 독자인 잡지 ‘하이프 헤어’ 발행인이기도 한 버넷은 자신의 기업이 “겨우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명품 기업들이 ‘폭 넓은’ 방식으로 흑인들에게 접근하려 하는 것 같다며 “브랜드 이미지가 특정적으로 제한되는 것을 피하려 그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 전문 잡지인 ‘블랙 엔터프라이즈’의 대표인 얼 그레이브스 주니어는 자신의 회사가 이전 같지 않다면서도 계속 지금과 같은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잡지 또한 발행 횟수를 줄이는 한편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이벤트 비즈니스에 보다 더 집중하고 있다. 라디오와 TV 또한 전망이 좋지 않다. 2013년 미 전국에는 166개의 흑인 소유 라디오 방송과 68개의 라디오 기업이 있었다. 이는 1995년 라디오 방송 250개와 146개 기업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전국적으로 단 12개의 TV방송국만이 흑인 소유이다. 그리고 이 마저도 시장이 크지 않다. 미국 내 유일한 흑인 공영방송인 ‘하워드 유니버시티 텔레비전’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 7개의 상업 TV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하워드 스터크 홀딩스의 암스트롱 윌리엄스는 “흑인 신문, 흑인 라디오들도 힘들지만 가장 타격이 큰 것은 TV일 것”이라며 “흑인들의 소유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말 연방통신위원회는 소수민족들의 입찰 경쟁력을 높여주고 기존 방송국 매입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한 자본소득세 유예 등의 정책적 지원 조치를 취했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은 소수민족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1995년 연방대법원이 이 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기준을 세운 이후 통신위원회는 기존 프로그램들을 점차 없애기 시작했다.
연방의회도 세금 유예를 없앴으며 단일 기업의 방송소유 제한도 없앴다. 그러면서 방송국들의 통합 물결이 일었으며 작은 소수민족 방송들은 경쟁이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것은 소수민족들이 뉴욕이나 LA 같은 큰 시장에서 방송국을 갖기가 더욱 힘들어졌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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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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