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 친화적 소통창구, 재융자 자격 까다롭게
▶ 해피아워·요리교실 초대, 단순 렌더 아닌 동반자
맨해턴의 트리비카 칵테일 바.
홀 안은 전문직 종사자로 보이는 50여명의 젊은이들로 발 딛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붐빈다. 분위기는 동창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화기애애하다.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이야기꽃을 피운다. 처음 만난 사이인 듯 서로 정중하게 수인사를 교환하거나 꽤나 오랜 지기인양 가볍게 포옹을 나누는 참석자들도 더러 눈에 띈다.
모두가 가슴에 명찰을 달고 있지만 아무래도 같은 대학이나 고등학교 출신은 아닌 듯싶다. 사실이 그렇다.
대부분 밀레니엄 세대에 속한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소피(SoFi·Social Finance)라는 동일한 온라인 렌더로부터 학자금 재융자를 받았다는 것뿐이다.
소피는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300건의 소피 이벤트를 주최해 도합 8,000명의 고객을 파티장으로 끌어들였다. 이벤트는 성공적이었고 거의 대부분 만원사례를 이루었다.
요가 클래스에서 트리비카 칵테일 파티에 이르기까지 총 4차례 소피 이벤트에 참석했다는 엘사 얀은 “솔직히 무료로 제공되는 술과 음식에 마음이 동한 게 사실이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이번 행사에 참석한 것은 아니다”며 “다른 이들의 경우도 나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임장소에서 그녀가 홀짝이는 칵테일의 원래 가격은 잔당 13달러다.
온라인 학자금 재융자 업체로 출범한 소피는 빠른 속도로 사업영역을 확장, 지금은 개인융자, 모기지(일부 주에 국한), 자산관리 등의 금융상품을 취급한다.
소피는 기존 금융사들과의 차별화에 주력한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해피 아워, 요리교실, 맥주관광, 예약하기 힘든 유명식당에서의 단체식사, 웍샵과 커리어 코칭 등을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조만간 데이트 알선도 시도할 예정이다. 현재 이를 위해 관련 앱을 개발 중이다.
이미 소피 이벤트를 통해 낯을 익히고 눈을 맞춘 여러 쌍의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소피의 ‘커뮤니티/멤버 석세스’ 담당 부사장인 댄 맥클린은 “당분간 독신자들을 위한 행사를 더 자주 개최할 계획이지만 회원들은 현재 개발 중인 ‘커넥션 앱’을 이용해 마음이 맞는 친구와 연인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출범당시 소피는 스탠포드 졸업생들만을 대상으로 학자금 재융자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피에게서 성장가능성을 발견한 스탠포드 동창생들이 이 회사의 첫 번째 재정후원자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소피는 주로 명문대학 졸업생들의 학자금을 재융자 해준다. 그러나 잘나가는 대학의 졸업생이라 하더라도 크레딧 스코어가 높고 소득이 많아야 재융자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는 소피의 고객들이 젊고, 야심만만한 전문직 종사자들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얼마 전 열린 맨해턴 칵테일 바의 해피아워 이벤트에서 보듯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얀과 같은 잘나가는 MBA들이 수두룩하다.
맥클린에 따르면 현재 소피의 비즈니스 절반은 개인융자와 모기지에서 나오는데 회원은 약 15만 명에 불과하지만 매달 1,000여 명의 신규 회원이 추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업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매의 눈’을 가진 창투사로부터 싹수를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소피의 빠른 성장 비결은 까다로운 개인금융(personal finance)를 깔끔하게 처리하는데 있다. 필요한 모든 정보는 투명하고 사용자친화적인 방식으로 온라인을 통해 제공된다. 소피의 라이브 챗 기능도 사용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보태 소피는 고객의 ‘커리어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준다.
소피로부터 재융자를 받아 학자금 이자를 약 3%포인트 낮춘 앤디 벨트란은 2주마다 한번씩 한 시간에 걸쳐 소피의 전문가로부터 커리어 코치를 받는다. 새로운 분야로 전직한 그는 소피 전문가와의 상담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벨트란은 “소피의 상담 프로그램은 테러피 세션과 커리어 코치를 한데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며 “스스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맥클린은 소피의 최종 목표는 대출고객이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객들이 금융업자로부터 한 달에 한 번 스테이트먼트를 받는 것으로 만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피 행사장을 가득 메운 밀레니얼들 역시 거래 은행으로부터 단순한 스테이먼트 이상의 것을 원한다.
밀레니엄 세대는 재정문제에 정통한 커뮤니티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무거운 빚을 진 채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과 은퇴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달리 재무교육을 받을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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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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