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다룬 다큐멘터리 두 편이 25일 나란히 개봉한다. 한 편은 예전부터 예술의 한 부류로 간주된 회화를, 다른 하나는 현대에 들어 새롭게 예술로 편입된 영화를 소재로 한다.
영화 '내셔널 갤러리'는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있는 국립미술관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의 모든 것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다큐멘터리 거장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내셔널 갤러리는 1838년 설립된 미술관으로 13세 중엽부터 19세기까지 서양 미술의 걸작 2천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오직 회화만을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는 갤러리 운영진들의 회의 장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큐레이터의 회화 설명, 작품 설치 작업, 오래된 작품의 복원 등 내셔널 갤러리에서 벌어지는 대소사를 담고 있다.
예컨대 영화에서 갤러리 운영진들은 자선 행사인 '스포츠 릴리프'(Sport Relief)와 본격적으로 제휴할지를 논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이 행사에 미술관을 노출하면 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어떤 자선 행사도 지원하지 않았던 내셔널 갤러리의 원칙을 깨게 된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 사이에서 운영진들이 격의 없이 토론하는 모습을 영화는 가감 없이 전달해준다.
영화의 백미는 여러 명작을 스크린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 미켈란젤로의 '매장', 윌리엄 터널 '운무를 해치며 떠오르는 태양',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 등을 내셔널 갤러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회화 작품과 관련해 큐레이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깊은 '내공'을 느끼게 한다. 화가가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그림 속 등장인물은 어떤 사회적 위치와 배경이 있는 인물인지, 작품이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전시됐는지를 꼼꼼하게 설명해준 덕분에 관객은 이런 명작들을 통해 단순히 '아, 아름답다'는 감탄을 뛰어넘는 감명을 경험할 수 있다.
와이즈먼 감독은 내셔널 갤러리의 일상을 영화에 담고자 12주간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갤러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 무엇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으로 찍은 170시간의 분량을 감독은 3시간으로 압축했다.
미술은 지루하다는 선입견과 긴 상영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이 영화를 열린 마음으로 본다면 내셔널 갤러리의 운영 실태부터 13∼19세기 회화의 흐름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영화 '히치콕 트뤼포'는 1962년 '누벨바그의 기수'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과 '서스펜스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간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히치콕의 작품에 매료된 트뤼포는 40번째 장편영화 '새'를 막 완성한 히치콕에게 심층 인터뷰를 제안한다. 트뤼포는 일주일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이 인터뷰를 위해 히치콕의 전 작품에 걸쳐 500개가 넘는 질문을 준비했다.
히치콕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물음, 그의 작품 속 장면이 가진 의미, 숨은 의도, 영화적 기법, 영화에 대한 그의 태도 등이 트뤼포의 질문지에 포함됐다. 이 인터뷰는 나중에 '히치콕과의 대화'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영화는 인터뷰 당시 영상과 마틴 스코세이지, 데이비드 핀처, 웨스 앤더슨, 리처드 링클레이터, 올리비에 아사야스, 구로사와 기요시 등 히치콕의 영향권에서 영화의 꿈을 키워온 현대 감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섞어가며 히치콕의 영화 세계를 조명한다.
'히치콕 트뤼포'는 트뤼포와 히치콕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영화팬들에게 의미가 있다.
트뤼포는 영화감독도 작가로서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작가주의를 주창한 누벨바그의 일원이고, 히치콕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활동한 감독이다.
영화의 문법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기 서로 다른 문화 토양과 시대에서 성장한 두 거장 감독이 영화를 두고 나누는 대화는 현재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