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G, 일부 가격 평균 2.5%↑
▶ 소매 업계 전반적 인상 우려
▶ AI로 싼 제품 찾는 소비자↑
▶ 싼 가격대 이동 ‘트레이드 다운’

프록터앤갬블의 최근 가격 인상 발표가 소매 업계의 전반적인 가격 인상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
치솟는 생필품 가격과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에 한숨 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앤갬블’(P&G)이 주요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가격 인상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져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P&G, 4분의 1 제품 평균 2.5% 인상
P&G는 지난달 30일, 8월부터 전체 제품군의 약 4분의 1에 대해 평균 2.5%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P&G는 ‘돈’(Dawn) 주방세제, ‘차민’(Charmin) 화장지, ‘크레스트’(Crest) 치약, ‘타이드’(Tide) 세제 등 일반 가정에서 흔히 쓰는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번 가격 인상 배경으로는 연간 1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세 부담이 도사리고 있다. P&G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군이 관세의 영향을 받을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안드레 슐텐 P&G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번 인상은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인플레이션 수준과 부합하는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라고 가격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P&G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경쟁 글로벌 유통·소비재 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 ‘식료품·생필품·전자제품’ 줄줄이
P&G의 가격 인상 조치는 식료품, 생필품, 의류, 전자제품 등 광범위한 소비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가성비 제품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경제학자들은 이런 가격 인상 움직임이 고물가와 고금리,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에너지 비용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나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통 대기업들은 이미 가격 인상 조치에 돌입했다. 소비자 심리와 업계 동향을 가늠하는 척도로 불리는 월마트는 최근 유아용품, 주방용품, 장난감 등 중국산 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인상 흐름이 조만간 일부 식료품 부문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고율 관세가 커피 캔, 맥주 캔 등 금속 용기를 사용하는 식음료 포장재 가격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주류·빵·커피·생선’ 인상 불가피
싱크탱크인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미국 식품 수입품의 약 75%가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주류와 증류주, 빵류, 커피, 생선, 맥주 등의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시메온 시겔 수석 애널리스트는 “모든 유통업체가 가격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기업은 비용을 자체 흡수하거나 공급업체와 가격 협상, 공급망 조정, 인력 감축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겔 애널리스트는 “관세가 부과된다고 해서 소비자가 무조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라며 “브랜드나 제품별로 소비자들의 가격 인상 허용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가격 부담에 스트레스를 받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휴가비 지출을 줄이고, 슈퍼마켓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거나 저가형 유통업체로 옮겨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크레딧 카드와 ‘선구매, 후지불’(BNPL) 서비스에 의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AI야 싼 제품 찾아줘’
특히 개학을 앞두고 관련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두드러졌다. ‘전국소매연맹’(NRF)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의류, 신발, 학용품, 전자제품 등을 일찍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NRF에 따르면 초중고 자녀가 있는 가정의 올해 학용품 지출 계획이 평균 858달러로, 지난해 874달러에 비해 다소 줄었다. 또, 신용·직불카드 데이터 분석업체 컨슈머 엣지에 따르면 소비자들은J. Crew Factory, Aeropostale 등 저가형 체인점에서 지출을 늘리는 반면, ‘키플링’(Kipling), ‘허쉘 서플라이’(Herschel Supply) 등 브랜드 가방 구매를 줄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해 저렴한 상품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도 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아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주요 유통업체 여름 세일 기간 중 생성형 AI 플랫폼을 통한 소매 사이트 방문자가 전년 대비 무려 3,300%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도비 디지털 인사이트의 비벡 판디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생성형 AI 플랫폼을 활용해 더 저렴한 상품이나 가성비 제품을 찾는 데 의존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라고 설명했다.
■ 낮은 가격대 이동 ‘트레이드 다운’
소매업체들도 고객들이 가격과 가치를 더욱 중시하며, 구매하는 매장과 브랜드를 낮은 가격대로 바꾸는 업계 상황을 전하고 있다. 소득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식료품 구매 시 전국 브랜드보다 저렴한 ‘자체 상표’(PB) 상품을 많이 선택하고 있으며, 향수, 뷰티 제품, 의류업계에서는 품질 좋은 ‘대체품’(Dupe) 구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P&G에 따르면 하위 소득층 고객을 중심으로 이러한 ‘트레이드 다운’ 현상이 자사 제품 라인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Tide 대신 저렴하고 농도가 낮은 Tide Simply를, Pampers 기저귀 대신 Luvs를 선택하고 있다. 스킨케어, 개인 위생용품, 베이비 케어, 그루밍, 여성용품, 가정용품, 헤어케어 등 여러 부문에서도 지출이 둔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P&G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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