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SLBM 발사 4시간 뒤 회담서 한중일“안보리 결의 이행”재확인 왕이“양국 협상으로 해결책 찾자”
▶ 사드 문제 소통의 길도 열어 둬 한중 관계 회복까지는 난항 호시무역, 단둥 4곳 확대

9월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여류 예술가인 우 샤오리온이 만든 각국 정상들의 클레이 아트가 공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앞줄 왼쪽부터)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익살스럽게 표현됐다. [AP]
중국이 24일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도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지난달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에 사실상 침묵했던 중국이 한일의 북한 도발 규탄 목소리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일단 북한과 거리를 두고 한국에 대해서도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SLBM 발사 4시간 뒤 열린 회담에서 한중일 외교장관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도발 자제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강조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반대하고 있고, 한반도의 정세 불안을 고조시키는 말과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왕이 부장이 직접 북한을 거명하며 핵과 미사일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경우는 흔치 않다”며 “회담 과정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 때마다 유엔 안보리의 규탄 성명 채택에 협력하다가 7월8일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에는 돌변해 매번 어깃장을 놓았다. 7월9일 SLBM 발사와 19일 노동미사일, 이달 초 노동미사일 발사 등 잇단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중국은 사드 문제만 시비를 걸어 유엔 안보리의 규탄 성명 채택을 번번히 무산시켰다.
왕이 부장은 윤 장관과 별도로 가진 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기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메시지의 톤은 다소 완화됐다. 왕 부장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면서도 “이 문제가 중한의 우호적 협력관계에 엄중하게 영향을 주는 것을 보기 원치 않는다. 중한이 협상을 진행해 쌍방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로 양국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며 협박해왔던 중국이 “양국관계 훼손을 바라지 않는다”며 소통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왕 부장은 “한국 대통령이 항저우에 와서 중요한 정상회의에 출석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같은 중국의 미묘한 태도 변화는 9월4~5일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상황 관리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G20개최국이자 G2의 위상을 강조하는 중국으로서는 유엔 결의를 번번히 어기는 북한을 무작정 감싸기 어렵고 한중 관계 악화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G20을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과 하반기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등에 대비해 한국과도 대화의 실마리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다. 윤 장관은 “4분기 적절한 시점에 한중일 정상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중국이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 변화의 진의는 우선 유엔 안보리 무대에서 대북 규탄 성명 채택 과정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3국이 이날 북한 SLBM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 대응을 주도키로 했는데도 중국이 또 다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중국의 언행 불일치만 부각될 수 있다.
중국이 대북 규탄에 목소리를 내더라도 당장 한중 관계 복원으로 이어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중간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중이 당분간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밀고 당기는 시소 게임을 벌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이 북한과의 접경지에서 무관세 교역인 호시무역(互市貿易)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중국은 북한의 무역 창구를 활짝 열어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킨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정부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신도심 궈먼(國門)항 한 곳에서 운영중인 호시무역구를 최대 4곳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 무역일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해관(세관) 부근과 압록강 상류 콴뎬허커우(寬甸河口), 하류 다타이쯔(大台子) 등이 대상지다. 현지에선 중앙정부의 비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시무역은 국경지역 20㎞ 이내에 거주하는 양측 주민들이 신분증을 소지하고 자유롭게 국경을 드나들면서 상품을 사고파는 무관세 교역이다. 교역액이 하루에 인민폐 8,000위안(약 1,200달러) 이하일 경우 관세 및 과징금이 면제된다.
단둥시는 지난해 10월 궈먼항 호시무역구를 개장했지만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 등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가 실행되면서 그간 반쪽짜리로 운영돼 왔다. 그러다 지난 6월 말부터 통관 시범운영을 통해 소량의 북한 상품을 들여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내달 말 정상가동을 목표로 통관량을 늘려가고 있다.
단둥시와 함께 연변자치주가 위치한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도 조만간 호시무역구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2010년부터 호시무역구 건설을 추진해왔던 투먼시는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장 준비를 재개해 지난 6월 이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 접경지에서 호시무역구가 활발해질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사실상 실효성을 잃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시무역 자체는 민간 차원의 소규모 교역이지만 언제든 양측간 전면적인 교역 확대로 나아갈 여지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양국의 사드 주한미군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반발이 거센 와중이란 점에서 북중 교역의 확대는 실질적인 보복 조치의 성격도 띠고 있다.
접경지역의 한 소식통은 “중앙정부나 낙후된 동북3성 지방정부 모두 전통적 우방인 북한과의 경협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논란이 활시위를 당긴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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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양정대 베이징 특파원·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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