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군부, 美의 인권 등 비판에 반발…남중국해 중국편 들기도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미-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쁘라윳 총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으로 참석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는 욕설 파문을 일으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관계가 더 멀어진 건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찬-오 차 태국 총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AFP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새롭게 바뀐 동남아 지도자들과 교류했지만, 미국의 오랜 친구였던 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고 7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치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한 것처럼 과거 적대적 관계였던 베트남과 라오스 등 동남아 사회주의 국가의 새 지도부와 잇따라 만나 과거 양국 간에 쌓였던 앙금을 풀기 위한 노력을 했다.
또 군부 통치를 종식한 미얀마의 새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와도 만났고, 오는 13∼14일로 예정된 수치의 방미 일정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오바마는 욕설 파문으로 회담 취소 사태까지 유발했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만찬 직전에 만나 악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바마가 외면했던 것은 쿠데타로 집권해 태국을 2년째 통치하는 쁘라윳 태국 총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동남아 각국 정상과 별도 회담을 했지만 쁘라윳 총리와는 아예 회담 계획을 잡지 않았고, 모든 정상이 참석하는 만찬장 등에서도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 두 사람이 따로 만났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냉랭한 오바마와 쁘라윳 총리 관계가 그동안 민정 이양 지연과 인권문제로 갈등하면서 벌어진 양국 관계를 대변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2014년 태국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잠재운다는 명목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틈날 때마다 이런 태국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민정이양을 촉구해왔고 태국과의 무기거래도 중단했다.
이런 미국을 향해 쁘라윳 총리는 "태국이 미국의 식민지냐"라며 대놓고 반발해왔고, 미국의 지속적인 인권문제 지적이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미국의 압박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위기에 놓은 태국군부는 자신들을 비판하지 않는 중국과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급기야 이번 정상회의에서 핵심 사안인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중국 쪽에 기울어진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태국 정부 부대변인인 위라촌 수꼰다파티팍 소장이 7일 로이터 통신에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태국은 중국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말을 남긴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도 태국이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의 품을 떠나 중국과 극도로 가까워지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동남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방콕주재 미국 무관을 지낸 데스 월턴은 "태국군은 과거 유일하게 미국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그들은 이제 중국, 러시아와 돈독한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부터 태국까지 지도를 보면 기본적으로 중국이 중심인 거대한 축이 있는데 이 때문에 미국은 아시아 본토에 접근할 수 없다"며 "미국이 유일하게 아시아 본토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은 태국"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태국 군부는 최근 개헌을 통해 집권연장의 발판을 놓으면서 향후 예상되는 국왕교체 등 정국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졌지만, 미국과 태국의 관계 개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동남아시아 담당관인 어니스트 바워는 "대통령의 개입만이 (양국 관계에서) 이전과는 다른 차이를 만들 수 있는데,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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