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 안에서 로봇을 활용한 수술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뤄졌다.

9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스대학 존 래드클리프 병원은 지난달 말 70대 남성의 눈 망막 뒤에 있는 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수술을 받은 이는 목사인 빌 비버(70)로 그가 오른쪽 눈에 이상을 느낀 것은 지난 7월이었다.

눈 뒤쪽으로 자라난 막이 망막을 압박해 비버는 중심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력을 회복하려면 수술이 필요했지만 눈 속의 0.01mm 크기의 미세한 막을 제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의료진은 결국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기술대학이 만든 한 회사의 로봇으로 수술하기로 했다.

BBC방송은 "수술 보조로 로봇을 활용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눈 내부에서 로봇을 활용한 수술은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기계 팔처럼 생긴 로봇은 수술 과정에서 생기는 인간의 손 떨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10분에 걸쳐 망막 아래에 세포들을 주입하는 일도 인간의 손으로는 못하지만 로봇은 할 수 있다.

의료진은 수술에서 조이스틱과 스크린을 이용해 눈 속에 들어가는 가느다란 바늘을 조종했다.

수술을 이끈 옥스퍼드대의 로버트 맥라렌 교수는 "안구 뒤쪽에서 하는 수술은 엄청난 정교함이 필요하다"며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간 로봇 시스템이 움직임에 따른 손상 없이 수술에 성공하는 게 도전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손으로 수술하면 자칫 망막을 건드릴 수 있어 출혈 위험이 있다"며 "로봇을 사용하면 깨끗하게 막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의 바늘을 눈 속에 투입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비버는 시력을 회복했다.

비버는 "거의 동화 같은 얘기지만 사실이다"며 로봇이 눈 속에서 수술한 첫 번째 사례가 자신이라는 점에 기뻐했다.

비버 외에 앞으로 12명의 환자가 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BBC방송은 설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