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43)은 그 자체로 영화다. 그저 잘' 생겼다'는 표현이 아니다. 잘생긴 배우는 많다. 그러나 영화적으로 생긴 배우는 많지않다. 가만히 눈을 껌뻑이고 있어도 영화가 되는 것, 그게 영화적인 것이라면, 정우성의 얼굴은 영화다. 그의 신작 '아수라'(감독 김성수)는 그 얼굴을 일그러뜨려 만든 작품이다. 그 또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신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까지 자신을 무너뜨린 적은 없었다. 정우성은 이번 연기를 "열정의 시간을 되돌린 작업"이라고 했다.
-개봉 앞두고 있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과정에서의 성취도도 그렇고…VIP 시사회 끝나고 업계 동료 선후배들이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찬사에 기운이 난다."
-“부럽다”의 의미가 뭔가.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김성수 감독과 다시 작업했다. 15년 만이다.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을 만들기는 했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연출가는 아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김 감독과 다시 일했나.
“작업 방식이 좋다. 김성수 감독은 진지하고 치열하게 현장을 대한다. 정말 성실하다. 또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최고의 감독이다.
감독님은 내가 영화와 현장을 더 사랑하게끔 물꼬를 틔워준 분이다."
-어떻게 이 작품의 본질을 찾아들어갔나.
“시나리오를 받고 당황했다. 이 주인공 같지 않은 주인공으로 무엇을,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김 감독 본인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텍스트 뒤에 감춰진 걸 찾아야 했다. 50대인 감독님이 투영하려는 건 40대인 내가 나만의 가치관으로 규정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걸 이해하려고 했다."
-답을 찾았나.
“스트레스였다.(웃음)"
-카체이싱 장면이 대단하더라. 그 촬영도 멋졌지만, 차 안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한도경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스트레스의 가중이었다. 스스로 분출하는 게 아니라 폭발하는 거다.
뭔가 캐내서 김차인(곽도원)과 박성배(황정민) 사이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어이없게 총까지 뺏기니까. 스트레스의 폭발이다.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면서 쫓아가지 않나. 당시 현장에서 감독님이 무전으로 다 좋은데, 욕은 그만해도 된다고 할 정도였다.(웃음)"
-욕을 그렇게 많이 한지 몰랐나.
“폭발이니까."
-`아수라'는 보는 사람에게도 스트레스를 줄 정도니까. 이런 영화, 이런 배역 또 할 건가.
“또 할 거다. 근데 조금만 쉬었다가.(웃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40대 중반의 나이다. 흥미로운 건 나이를 먹을 수록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에너지가 더 넘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자연 발산이다. 실제로 에너지가 넘친다. 욕심보다는 일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터득했다고 해야 하나. 마음 놓고 즐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시기다."
-40대의 배우 생활이 그 전과 다른 게 있나.
“음…. 이십대 때는 배우가 됐다라는 것, 일을 잘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삼심대 초반에는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삼십대 후반에는 다소 관습적인 태도가 있었다. 나르시시즘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사십대가 되니까 '너 뭐하고 있니'라는 물음을 내게 던지게 됐다. 이 일이 매일 똑같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사실 나는 매일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다른 표현과 다른 에너지로 살아가고 있는데…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아수라'는 내 열정의 시간을 거꾸로 돌린 작업이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정우성이 `잘생겼다'는 기사가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진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국민 세뇌교육이다. 하하."
<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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