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스마 지도자 사라져…‘연대’가 대선 승패 좌우
▶ 국가경영 능력 제고와 내부 분열 최소화도 중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국시간 3일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연합>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
20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을 경고하면서 한 말이다. ‘현재권력’과의 차별화에 나서면서 ‘튀는’ 언행을 하는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독불장군’ 메시지는 2017년 대선에서도 교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불장군의 의미는 약간 달라진다. 유력 대선주자 혼자 힘만으로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협치’(協治)를 지향하면서 다른 주자들과 적절한 연대를 추진해야 대권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왜 ‘홀로서기’를 통해 집권하기 어려울까. ‘영웅의 시대’ ‘카리스마 리더십 시대’가 갔기 때문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최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영웅의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 양김씨와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져온 카리스마 지도자 시대는 마무리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 영웅은 없다’는 점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우선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만한 대단한 업적을 보여준 대선주자가 이번에는 없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을 주도한 지도자로서의 신화를 갖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산업화를 주도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야당이었던 새누리당을 살려놓았다.
두 번째는 ‘대통령감’ 평가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9월 23~24일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실시해 여야 대선주자 이름을 불러주며 ‘대통령이 되면 좋을 만한 사람인가’란 질문을 던졌다. 13명의 대선주자 중 ‘그렇다’는 긍정 평가가 50%를 넘은 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반기문 총장의 경우 ‘그렇다’ 37.9%, ‘아니다’ 41.3%였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그렇다’ 31.5%, ‘아니다’ 49.3%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그렇다’ 22.8%, ‘아니다’ 56.3%였다. 과거 유력 대선주자들의 대통령감 평가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18대 대선을 1년 반가량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감이란 평가는 62%에 달했다.
셋째, 다자 대결 구도에서 지지율이 30%를 넘는 대선주자도 없다. 매일경제•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10월 4~5일 전국 19세 이상 101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 2, 3위인 반기문 총장(23.2%) 문재인 전 대표(16.8%) 안철수 전 대표(11.1%)는 모두 25%를 넘지 못했다.
영웅은 사라지고 군웅이 할거하는 시대에 대선주자들은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하는가. 우선 국가경영과 위기관리 능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여야 잠룡들이 요즘 싱크탱크 구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48%를 얻었음에도 낙선한 문재인 전 대표의 움직임이 빠르다. 문 전 대표 측은 지난 6일 매머드급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의 창립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문 전 대표는 연내에 싱크탱크를 1,000명 이상의 원로ㆍ중진ㆍ신진학자가 참여하는 넓은 스펙트럼의 정책대안 그룹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정책네트워크 내일’도 최근 2기 출범식을 가진 것을 계기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권 잠룡들도 싱크탱크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르면 연말을 목표로 싱크탱크 설립을 위해 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싱크탱크 ‘공생연구소’를 출범시켰다. 반기문 총장 측도 내년 초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반기문 재단’ 또는 별도의 싱크탱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수순은 유력 주자가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주자와 연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헌, 연합정부 구성, 정책연합 등을 연대의 명분으로 제시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대선을 복기해 보면 폭 넓게 연대하는 쪽은 승리했고, 연대에 소극적인 후보는 패배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전 총리와의 ‘DJP연대’를 통해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여권의 분열(1997년)과 김종필 전 총리와의 연대 포기(2002년) 등으로 대선에서 연패했다. 어느 때보다 협치와 연대가 중요한 이번 대선에서 여야 잠룡들은 이회창 후보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내년 대선 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이므로 반기문 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은 다양한 연대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여의도 정치권에선 당사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갖가지 연대론이 회자되고 있다. ‘반기문+안철수 연대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통합론’ ‘안철수+손학규 제3지대 연대론’ ‘비(非)박근혜•비(非)문재인 세력 비패권지대 연대론’ ‘세대교체 주자 협치론’ ‘영•호남 연정론’ 등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과제는 자기 진영의 분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외연을 확장하려 해도 집안싸움이 벌어진다면 소용이 없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내년 대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유승민(오른쪽 네 번째), 나경원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정국정상화를 위한 비공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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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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