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스페인의 식민지들
남북 아메리카에 널리 걸쳐 있는 스페인 식민지 제국은 붕괴 직전에 놓여 있었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점령하고 있는 동안 남아메리카는 사실상 자유를 누렸다. 남아메리카는 미합중국이나 영국과 직접 교역을 했다. 스페인인이 남아메리카의 교역을 독점하는 것에 불만을 느끼던 영국은 남아메리카 대륙에 자유주의와 분리 사상을 전파하는 데 진력했다.
그러나 1814년 스페인 국왕 페르난도 7세가 복위하자 독립이라는 꿈은 끝장이 났다. 1816년 스페인 국왕은 제국의 대부분을 회복했다.
하지만 호세 데 산 마르틴, 시몬 볼리바르,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등은 국왕에 반항해 무장 항거한 후 베네수엘라, 칠레, 라플라타에 공화국을 수립했다. 헨리 클레이를 비롯해 많은 미국인이 이 건국을 열렬히 환영하며 ‘1,800만 명의 민중이 쇠사슬을 끊고 자유를 얻으려 투쟁하는 굉장한 광경’을 주시했다.
-유럽의 국왕들
한편 신성동맹을 결성한 후 베로나 회의(1822)에서 식민지를 재정복하려는 스페인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유럽의 국왕들은 공포를 느끼며 정세를 관망하고 있었다.
애덤스는 스페인이 남아메리카에서 주권을 회복할지라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여러 세기 동안 스페인은 평화로운 이웃으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반면 만약 스페인이 식민지를 상실하고 보다 강력한 다른 나라가 남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 되면 위험할 거라며 염려했다.
이런 정세를 불안하게 여기던 러시아 황제가 미합중국에 신성동맹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애덤스는 단호히 거절했다.
“유럽과 미합중국의 안녕을 위해 유럽과 합중국의 정치 계통은 가급적 분리해서 별개의 존재로 두는 것이 좋다.”
-애덤스의 건의
하지만 알래스카를 점령한 러시아는 아메리카 대륙 서해안에 식민지를 세울 계획이었다. 영국도 서해안에 은밀히 야심을 품었고 이것이 미합중국을 불안하게 했다. 존 퀸시 애덤스가 영국 대사에게 말했다.
“영국은 ‘인도는 내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도 그렇다고 했고 계속해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내 것이라고 주장하려 한다. (…) 내가 볼 때 지구상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곳 중에서 영국이 내 것이라고 하지 않는 토지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영국과 미합중국은 스페인의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쿠바를 프랑스에 양도한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뿐 아니라 영국은 남아메리카 시장을 잃지 않으려 했고 신성동맹의 정책에도 별로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 1823년 영국 외상 캐닝은 앵글로색슨 두 나라 국민은 스페인의 전 식민지를 영유할 의도가 없지만 어떤 특정 국가에 이양하는 것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자고 미합중국에 제안했다.
존 퀸시 애덤스는 그 제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 일이 미 합중국을 또다시 유럽 진영에 묶어둘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먼로에게 건의해 이 성명을 미합중국 단독으로 선언하는 데 성공했다.
-먼로, 외교 교서 의회에 송달
1823년 12월 2일 먼로는 외교교서를 의회로 송달했다. 이것이 바로 ‘먼로주의’라고 부르는 원칙인데 그 내용은 거의 다 애덤스가 주창한 것이다.
1) 이제부터 유럽 열강은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를 획득하는 무대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2) 미합중국은 유럽 열강의 어떠한 전쟁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3) 동시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 하는 모든 사건에 무관심할 수 없으며 군주제 국가가 이 대륙에 그와 동일한 정치체제를 수립하려는 것을 미합중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4) 유럽 열강이 이미 보유한 식민지를 박탈하려는 행동에 관여 하지 않는다.
5) 남아메리카의 몇몇 공화국의 독립을 방해하려는 어떠한 간섭도 미합중국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한다.
이 원칙에는 침략적인 성격이 조금도 내포되어 있지 않다. 타국이 남아메리카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은 미합중국 자신도 남아메리카를 합병하지 않겠다는 것을 암시한다. 존 퀸시 애덤스와 먼로의 입장에서 이것은 ‘주의’ 선언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을 분명히 재확인하는 성명이었다. 이 문서가 미합중국 외교정책의 헌장이 된 것은 훗날의 일이었다.
먼로주의는 주(州)라는 여러 별들을 하나의 별자리인 국가로 결속하려는 국가주의의 일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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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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