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핵협상 타결 후 외국 관광객 적극 유치
▶ 자연경관, 고대 유적지 등 관광 명소 많지만 술 금지되고, 밤 문화 없고 시설들 아직 열악

이란의 고대도시 페르세폴리스에서 유럽인과
수 십년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졌던 이란이 갑자기 인기 여행지로 뜨고 있다. 숨이 멎을 듯 눈부신 자연경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많은 유적지들만으로도 이란은 여행지로서 훌륭하다. 하지만 이슬람 공화국인 만큼 휴가를 가기에 불편한 점들이 많다. 술이 금지돼 있고, 거리에 밤 문화라곤 거의 없으며, 외국인이라 해도 모든 여성은 머리에 스카프를 써야 한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외국 관광객 적극 유치 정책을 공표하면서 특히 유럽 여행객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이란의 정치 체제 역시 여행하기에는 불안한 요소였다. 서구에 대단히 적대적이고, 이중 국적 시민들이 툭하면 체포되는가 하면, 매년 수백명이 처형을 당한다. 인권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애매하다.
이 모두가 바뀐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유럽인들에게 이란은 모험을 즐길 만한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로부터 방문객이 몰려든다. 미국에서의 이란 관광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란에 대해서는 미디어를 통해 정부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전부였다“고 프랑스 리옹에서 온 마갈리 마그냉(33)은 말한다. 비디오 테크니션인 그는 친구 두명과 함께 3주 예정으로 여행을 와서 이란의 유적지들을 둘러보고 있다.
“그런데 모든 게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더군요.”그를 놀라게 한 것은 우선 안전하다는 느낌.
“프랑스에서보다 여기가 더 안전한 느낌이에요. 만나는 사람들 다 믿을 만한 것 같아요.”많은 관광객들에게 이란 여행은 단순히 명절 같은 것만은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인만큼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있었다. 지난 수십년 이란에 대한 보도는 엄청나게 부정적이었다. 1979년 이란 혁명에서부터 시작해 미국인 인질사건, 영국 작가 살람 루시디에 대한 사형선고, 2009년 시위와 강경 진압 그리고 핵무기 개발 주장 등이다. 외부인들에게 이란은 어둡고 무시무시한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잊혀 진 것은 이란의 다른 면모. 길고 긴 역사의 이 나라 고대사, 젊고 개방적인 국민들, 음식 그리고 문화이다. 지난 2015년 이란과 서방 6개국 간 핵협상이 타결 되고, 그와 함께 대부분의 제재들이 풀리면서 고립에서 벗어나 세계와 다시 연결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오랜 세월 외국인이라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이란 당국이 이제는 외국 관광객을 환영하고 있다.
서구 관광객이 정확히 얼마나 방문하는 지 계산하기는 어렵다. 관리들에 의하면 지난해 방문객은 520만명,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년 이란을 찾는 수백만 시아파 순례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중동지역 관광의 중심이었던 터키는 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을 맞았었지만 테러 공격이 늘고 항공기 격추 사건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분쟁 그리고 쿠데타 시도 실패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란에서 큰 여행사에 속하는 마르코 폴로 이란 관광의 관광안내 담당 후세인 람틴에 의하면 지난해 이 여행사는 서구 관광객 1,000명을 안내했다. 올해는 2,000명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이란을 찾는 많은 방문객들은 외국 여행사나 다른 관광 알선회사들을 통해서 입국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그는 예상한다.
“특히 프랑스와 스페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관광객들에게 국경을 개방하는 것은 하산 로하니 정부가 핵협상 타결 이후 개선된 서방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조심스런 계획의 일환이다. 이란의 손님 환대 문화가 관련 정책에 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난 9월 관광 컨퍼런스에서 그는 말했다.
이란의 비자발급 정책은 이미 상당히 간단했다. 유럽인들의 경우 이란 도착 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핵협상 타결 후 이란 정부는 관광비자 기간을 2주에서 3개월로 연장했다. 미국인과 영국인은 좀 다르게 취급된다. 안내원이 인솔하는 관광단의 일원으로서만 여행이 허용된다. 여행객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감독을 하겠다는 것이다.
외국 여행객들에게 문을 활짝 열면서 방문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람틴은 말한다.
“여행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서 이란이 안전하고 안심할 만하다고 말하면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겁니다. 그렇게 서서히 우리의 이미지가 개선되겠지요.”지난달에는 네덜란드의 KLM 항공이 이란 취항을 시작,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있었다. 수십년 꽁꽁 얼어붙었던 호텔 신축사업도 박차가 가해져서 지난해 이후 테헤란에 2개 새 호텔이 건축 중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관광 서비스는 대부분 지역에서 열악하다. 기본적으로 관광업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
호텔 시설이 부족하지만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여행객인 마그냉 일행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박을 찾아 이용하고 있다.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하면 외국인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이란 사람들의 집에서 신세를 질 수 있다.
“일반 가정에 머물면 그 나라 진짜 문화를 알게 되지요. 알고 보니 많은 이란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꿈과 이상을 가지고 있더군요.”외국인들에게 침대나 소파를 빌려주는 이란인들의 수는 근년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3만6,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돈을 주고받는 일은 없고 그냥 경험을 함께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진짜 이란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라제 메마르사데기(43)는 말한다. 밴쿠버에서 철학을 공부한 그는 병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이란으로 돌아왔다. 그가 카우치서핑에 대해 들은 지 6년이 된 지금 그는 카우치서핑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부모 집 지하실에 그가 초대한 외국인 수는 1,000명을 넘는다.
그러다 보니 이란 당국의 의심을 받게 되었다. 지난 8월 그는 서구 남성들과 베일을 쓰지 않은 서구 여성들을 초청해 함께 어울리면서 이슬람 공화국에 적대적 선전을 한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현재 풀려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여전히 더 많은 외국인들이 이란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은 모두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이 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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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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