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든 일과 생활 병행 세계 누비며 다양한 체험
▶ ‘테크놀로지 시대 노마드’ 알선 프로그램 수십개

콜럼비아, 메들린의 언세틀드 본부에서 웍샵에 참여 중인 디지털 방랑자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일하는 장소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세계 각지를 돌며 일도 하고 여행도 즐기려는 테크놀로지 시대의 유목민들이 늘고 있다.
중남미 콜럼비아의 메들린. 세계 각처에서 모인 사람들이 최근 함께 생활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귀고 현지인들과도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22명의 이들은 휴가를 온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어쩌다 만나게 된 사람들도 아니다. 이들은 언세틀드(Unsettled)라는 신생업체가 마련한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정착하지 않았다는 뜻의 ‘언세틀드’는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30일간 함께 생활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주로 창의적인 사람들, 기업가들 그외 일과 여행을 함께 하며 자기 자신을 재정립해보려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참여한다.
일-관광 병행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뜨면서 현재 수십개 업체들이 등장했다. 사무실에 나갈 필요 없이 어디서든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디지털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디지털 떠돌이들 혹은 디지털 방랑자들로 불리는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이다.
“우리가 만약 어딘가에 가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 세계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고, 스스로에 대한 도전을 해보며, 직업적 성장도 하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공동체 생활을 즐기고, 현지인들과도 사귈 수 있다면, 뭘 망설이겠어요?”언세틀드를 창업한 마이클 영블러드(32)는 말한다. 그는 역시 디지털 방랑자인 조나단 케일런(29)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언세틀드라는 이름은 “뭔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것을 긍정적으로 바꾼다는 의미를 담는다”고 그는 말한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 정착하지 못한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9시 출근 5시 퇴근의 생활에 정착하지 못한다면 불확실성을 시도해볼만 하지 않느냐”고 그는 덧붙인다.
이런 아이디어에 끌린 사람이 스테이시 채솔라스이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그는 지난 가을 언세틀드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일상생활의 리듬을 바꿔보기 위해서” 그리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져 일하는 것이 어떤지 시험해 보고 싶어서 동업자와 함께 참가했다. 36살 동갑의 동업자인 타이론 나일랜드 역시 여행을 좋아하지만 그는 가정과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기업 세계에서 먹힐 만한지를 알아보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언세틀드 같은 업체들의 발상이 남아공 근무 환경에서는 상당히 낯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화 통화가 항상 가능하고 이메일 답신을 꼬박꼬박하는 한 회사에서는 호의적이더라고 했다.
독립적 조사기구이자 컨설팅 회사인 이머전트 리서치의 파트너 스티브 킹은 일과 여행을 병합하는 것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최근 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방랑자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숫자를 세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막강한 기세로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회사에서 멀리 떨어져 타도시나 타주 혹은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원거리 근무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로 그는 테크놀로지의 발달, 변화하는 취업 시장 그리고 저렴해진 항공료를 꼽는다.
이런 추세를 주도하는 두 그룹은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 붐 세대. 전통적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신세대와 재정적 안정과 유연성을 갖춘 노년층이다.
그래서 등장한 기업들이 예를 들면 노마드 리스트. 디지털 방랑자들을 위해 일과 여행을 병행할 만한 목적지들을 소개하고, 현지 생활비, 인터넷 접속 속도, 기후 등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이다.
방랑자들을 위한 크루즈도 있다. 노마드 크루즈이다. 디지털 방랑자들이 2주간 크루즈 선상에서 함께 지내는 프로그램을 매년 두 차례 개최한다. 노마드 크루즈를 창업한 조하네스 뵐크너는 말한다.

디지털 방랑자들을 위해 2주간의 크루즈 여행을 제공하는 노마드 크루즈. 30개국에서 150명 정도가 참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이렇게 해봤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요. 단기간 시험해보면서 시작하면 될 것을 기존의 삶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려고 합니다.”
그는 그 자신 디지털 방랑 생활을 하는 것이 너무 외로워서 1년 반 전 크루즈를 시작했다. 다음 크루즈는 오는 5월 콜럼비아에서 포르투갈로 가는 항해로 잡혀있다. 보통 30개국 정도에서 150명쯤 모이니 ‘대단히 국제적’이다. 평균 연령은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사이. 하지만 60대 연령층 그리고 아이를 가진 부부들도 참여한다.
방랑이라는 의미의 ‘로움(Roam)’이라는 회사는 마이애미, 발리, 마드리드, 런던 그리고 올 연말이면 8개 다른 도시에 방랑자들을 위한 공동 주거시설을 운영한다. 일하고 여행하느라 떠돌아다녀도 각 도시마다 믿을만한 근거지가 필요한 원거리 근무자들을 위한 시설이다.
시설마다 회의실, 공동 사무실, 빠른 와이파이를 갖춘 공동생활 구역들이 있고, 종종 현지 특성을 살린 각종 사교행사들을 제공한다.
고객들은 주로 프리랜서, 작가 그리고 창의적 업계 종사자들. 최근 들어서는 구글이나 보스턴 컨설팅 그룹 같은 대기업 직원들도 늘고 있다. 숙박비용은 전통적 호텔이나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다고 로움 측은 말한다.
리더십과 조직개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록카드는 공동 작업, 공동 생활의 발상이 대단히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최근까지 그들은 에어비앤비를 주로 이용했는데, 인터넷 접속이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로움에서는 공동 주방에서 같이 조리를 하고 같이 먹으며 세계 각처에서 온 사람들을 사귀고, 일하는 근거지도 갖게 되어 좋다고 그는 말한다.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직원들은 원거리 근무를 많이 선호한다. 그렇게 하는 게 직원들로 보나, 지구 환경으로 보나 회사 이윤으로 보나 훨씬 낫다고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케이트 리스터 사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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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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