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친정 나들이. 설레임 속에 손꼽아 헤어보니, 떠나온지 어언 24년, 방문한 지 13년… 어찌되었든 해가 다르게 발전 한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 조국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인천공항에 도착, LA에서 출발한 딸 아이와 합류했다. 마침 인척 아이의 도움으로 차창에서 보이는 야경은 마치 주마간산(走馬看山)에서 주마등(走馬燈)이 스쳐가는 듯 가까워지는 고향에 한층 향수를 달래주는 것 같다.
이른바 첫 인상으론 비좁은 도로에 질주하는 수많은 차량이 넘쳐나는 광경은 그동안 비약적인 경제성장의 산물로 생각되지만 인구밀도와 함께 차 밀도의 포화상태를 보면서 이에 대한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여하튼 폭넓은 대륙에선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불편하고 답답한 느낌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했다.
다음 날 정지 신호 중에도 불구하고 마구 달려가는 택시운전사에 질책을 하였던 바 사과는 커녕 도리어 냉정한 반응과 함께 어느 외국에서 온 처녀 여행자로(?) 오해 받았지만 그간 교통사정을 알고 난 다음 비로소 이해가 된 어려운 교통 시스템! 일방통행로에서 태연하게 유턴하여 역주행 하는 불법운행, 버스 안에선 노약자 심지어 임산부에 까지 양보와 예절 없는 교통질서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편한 여행은 한층 피로를 안겨주는 것 같다. 하여튼 옷은 새로울수록 좋고 친구는 오래일수록 좋다는 옛 속담 따라 상봉을 열망했던 그리운 옛 다정한 친족과 친구는 거의 떠나 새삼 나의 장생을 느끼면서 인생무상과 서글픈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여기 인생무상을 읊은 황진이의 시조로 필자의 애정(哀情)을 잠시나마 달래 보고자 한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 소냐? 인생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매라.” 다음 차세대 아이들은 이름은 물론 면식이 없는데다 세대 차이 때문인지 정은 물론 언어도 통하지 않는 불편한 관계로 상면과 대화의 의미가 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때마침 우연한 기회, 그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우리세대가 겪었던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보릿고개’에 보리도 고개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넌센스(nonsense)는 세대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물론 이번 한국방문의 주된 목적은 산재된 분묘의 통합으로 직계존속 7위의 합장 행사이다. 때마침 구름 한 점 없는 높푸른 하늘과 쾌적한 전형적 가을 날씨 가운데 수행되는 작업현장엔 장애물 하나 없는 순수한 양질의 토질은 주님이 베풀어 주신 은총으로 믿으며 이에 대한 감사와 축복의 기도를 드렸다. 이 묘소는 곧 선영 영구 영면의 안식처인 유택으로 영생 불멸의 명복을 기원 하고 그동안 온 가족의 숙원을 성취한 보람과 기쁨을 행운과 번영으로 연결 승화 시킬 것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모국 대한민국은 산업화에 따른 기계와 물질문명의 일방적 발전이 낳은 메마른 정신문화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과 윤리 도덕이 상실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이 많은 겨레, 동방예의지국의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한 부활운동을 제안코자 한다.
아래 황진이의 시조를 감상하면서 옛 우리 배달민족의 뜨거웠던 정과 넘치는 사랑을 새삼 회상 음미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청산은 내 뜻이오,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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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경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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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10년 넘게 지나서 한국 갔지만 더 좋아졌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