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투표서 92% 찬성률
▶ 중앙정부 협상에 불러낼
유리한 안팎 환경 조성

쿠르드계 주민들이 레바논에서 쿠르드 자치정부 깃발과 독립 국가를 염원하는 배너를 들고 분리·독립투표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AP]
25일 실시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분리·독립투표 결과에서 91.8%의 압도적인 찬성이 나오면서 KRG의 협상력과 존재감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이번 투표가 법적인 강제력은 없어서 찬성표가 많다고 해서 KRG가 바로 독립 국가 수립을 선포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정부를 상대로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안팎의 환경을 조성하는 성과를 얻었다.
일단 KRG는 분리·독립 투표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유엔을 비롯한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이번 투표를 지역 안보 불안을 이유로 반대하면서도 바그다드 중앙정부에 KRG와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전후 재건 자금 원조가 필요한 바그다드 중앙정부는 국제사회의 이런 요구를 무시하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키르쿠크, 디얄라, 니네베 주 등 쿠르드족이 상당수 거주하는 관할 분쟁 지역에 대한 KRG의 자치권 부여, 원유 탐사·수출 계약, KRG의 군조직 페슈메르가의 법적 지위 등 민감한 현안을 양측이 논의할 정치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안에 대해 그간 중앙정부는 KRG의 협상 제안을 사실상 무시했다. 이는 2005년 상황과 아주 유사하다.
KRG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한 미국의 편에서 전투를 벌였고, 그해 1월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위한 찬반투표를 시행했다. 약 200만명이 참가한 이 투표에서 찬성표가 무려 99%에 달했다.
KRG는 이를 발판삼아 10월 제정됐던 이라크 신헌법에 이라크의 통합이라는 큰 틀을 인정하면서도 자치권을 명시하는 조항을 넣어 쿠르드 자치지역을 법제화할 수 있었다.
당시 승인된 자치지역은 1992년 비행금지구역으로 보호된 자치지역 넓이의 배가 넘는다.
이번에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군의 지원을 받아 이라크 정부군을 대신해 북부를 사수한 전공을 바탕으로 분리·독립 투표를 추진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투표를 추진한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은 최근 높아진 비판여론을 이번 투표로 무마하고 정치적으로 장악력이 커질 전망이다.
2005년 KRG 수반이 된 바르자니는 2009년 직선제로 재임했다. 애초 임기는 2013년까지였지만 그가 당수인 집권 여당 쿠르드민주당(KDP)이 주도해 자치 의회에서 임기를 2년 더 연장했다. 2015년에도 국정자문기구의 석연치 않은 결정으로 임기가 또 2년 늘어났다. 의회는 2015년 이후 최근 2년간 정기 회기가 열리지 않아 식물 의회가 됐다.
KDP는 2013년 총선 뒤 연정한 고란(변화 운동)이 바르자니 수반에 집중된 권력 구조를 비판하자 연정을 파기했다. 고란은 야권인 쿠르드애국동맹(PUK)과 손잡고 바르자니 수반과 KDP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상황이다. 그와 KDP의 권력 독점과 쿠르드 지역의 경제난으로 그의 위상이 흔들리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 투표는 바르자니 수반은 자신과 KDP에 대해 고조하는 반대 여론을 집어삼킨 ‘블랙홀’ 역할을 했다. 쿠르드 지역 내에서 ‘우리의 숙원은 독립’이라는 민족주의적이고 다소 감정적인 구호는 매우 강렬해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절대 명제나 마찬가지다.
바르자니 수반은 이번 분리·독립 투표로 존재감을 부각한 만큼 올해 11월1일 총선과 수반 선거를 앞두고 매우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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