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27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는 내용 등을 담은 5개항의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는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참석했으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불참했다. 청와대 회동이 끝난 뒤에도 여권과 한국당은 홍 대표의 불참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권은 ‘홍준표 패싱’ ‘한국당 왕따’ 현상이 전개될 것처럼 얘기하면서 한국당 압박을 시도했다. 반면 한국당은 “본부중대와 2·3중대의 보여주기식 모임에 불과하다”면서 ‘반쪽 회동’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문 대통령은 만찬 회동에 한국당 홍 대표가 끝내 불참하자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안보 의제로 좁혀서 회동하면 한국당도 오실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회동 참석자들이 28일 전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국당 홍 대표만 불참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일대일 자리를 마련하라고 몽니를 부리더니 ‘셀프 왕따’가 자랑인 듯 행동하는 홍 대표는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반면 한국당 홍 대표는 28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 대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척하는 위장 평화 공세에 불과하다”며 “무책임한 회동”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여야 4당 대표가 공감대를 형성한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에도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야정 협의체는 2중대, 3중대로 나서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으며 보여주기식 협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27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2시간15분 동안 회동을 가진 뒤 채택한 ‘발표문’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력 규탄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또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또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확장억제력 실행 제고를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회동 직후 청와대 지하 벙커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방문, 안보 상황을 브리핑 받았다.

민주당은 제1야당에는 날을 세우고 다른 야당에는 미소를 짓는 두 갈래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정기국회 기간에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과의 협치를 통해 법안과 예산을 처리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 회동에 대한 한국당의 첫 반응은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의 입장에는 ‘마이웨이’ 행보로 선명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한편 현정부의 ‘적폐 청산’ 작업에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