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의 개헌 약속, 여야 의원 3분의 2 찬성…‘개헌 골든 타임’
▶ 권력구조 입장차, 한국당 반대 등 장애물…“개헌 시점 연기도 검토”

한국시간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개헌 및 선거제도 개혁 국민운동본부’ 발대식에서 우원식(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새시대 새헌법 새로운 선거제도’라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내년 6월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문재인정부의 구상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987년 10월27일 대통령 직선제 도입 개헌이 이뤄지기까지 40여년 동안 모두 9차례 헌법 개정이 있었다. 9차 개헌 이후 지금까지 30년이 흐르는 사이에 개헌 논의는 무성했지만 실제 10차 개헌까지는 ‘산 넘어 산’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이라며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5월 19일 여야 5당 원대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대선 공약대로 내년 지방선거 때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회견에서도 정치권이 권력구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 등 합의된 내용만 가지고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임기 초에 개헌론을 제기한 경우는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중반에는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개헌론에 제동을 걸어왔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잇따라 개헌을 약속하자 10차 개헌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선 당시 모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한데다, 국회 재적 의원 299명 중 3분의 2 이상이 개헌에 찬성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불가능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권력구조 등 개헌의 주요 쟁점에서 여야 정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문제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권한을 부분적으로 축소한 4년 중임 대통령제 도입을 바라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개 야당은 국민이 직선하는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이밖에도 선거구제 개편과의 연계, 헌법 전문 수정, 개정 헌법 적용 시기 등 각 정당의 이해가 엇갈리는 쟁점들이 적지 않다.
가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라지만 자유한국당은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선거구제 개편은 헌법에 직접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헌법 전문과 관련해선 민주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및 6·10 민주항쟁, 촛불 혁명 등을 삽입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한국당은 이에 소극적이다.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임기 조정을 비롯한 개정 헌법 적용 시점도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4년 단위로 비슷하게 조정하려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임기 단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지방 분권’을 어느 수준으로 규정할 것인지를 놓고도 부분적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국민 기본권 강화 문제에서는 여야 간 입장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애물은 자유한국당이다. 당초 한국당 다수 의원들은 개헌에 적극적이었으나 최근 한국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동시 개헌에 부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을 지방선거에 덧붙여 투표하는 것은 옳지 않고,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일정을 갖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개헌 저지선인 107석을 확보한 한국당이 반대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한국당이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반대하는 데는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시 투표를 하게 될 경우 젊은층 투표율이 올라가 보수야당이 지방선거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투표에선 대체로 찬성표가 많기 때문에 ‘동반 효과’로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장애물들로 인해 지난 1월 출범한 국회 헌법개정특위가 제시한 일정대로 개헌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2월까지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고, 3월 중 개헌안을 발의한 뒤 5월24일까지 개헌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와 20대 국회 기간이 개헌 추진의 호기 즉 ‘골든 타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본권 강화도 중요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권한 분산과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조정 등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87년 체제’를 수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은 정략적으로 개헌에 제동을 걸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개헌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다만 특정 정당의 정치적 유불리와 연관된다면 개헌 시점을 다소 늦추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서정욱 변호사는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점 해결 등을 위해 87년 헌법을 수술해야 한다”며 “다만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엇갈려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어렵다면 개헌 시점을 2018년 말이나 2019년 초쯤으로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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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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