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조지 메이슨 대학 한국어 수강생들이 기말 프로젝트의 하나인 ‘한국 단편 영화제’에서 환호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노영찬 교수.
미국 내 한류 열풍과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으로 유수의 대학들이 한국학 연구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현재 미 전역 여러 대학들이 연구소를 설립했거나 관련 학과를 통해 활발한 한국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부의 컬럼비아, 하버드대, 서부의 스탠포드, 버클리, 하와이대, 미시건대 등까지 10여개에 달한다. 워싱턴 지역에서는 조지 메이슨 대학 한국학 센터(Korean Study Center, 소장 노영찬 교수)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며 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인 2세는 물론 타인종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문화 등 한국을 가르치며 한국을 알리고, 글로벌 시대에 맞는 리더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2006년 한인 3인의 3만달러 기증으로 시작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한국어가 정식과목으로 채택된 것은 2006년.
소장인 노영찬 교수는 “그 당시 학교에서는 중국어, 일본어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었는데 한국어 과목이 없어 학교에 요청을 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이후 워싱턴 지역에서 기업가로 성공한 김재욱, 전영남, 이수동 회장이 1만 달러씩, 총 3만 달러를 학교에 기증하며 한국어 과목이 시작됐다. 사실 이 세 분들이 뿌린 씨앗이 큰 열매를 맺은 셈으로 그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강좌를 시작하고 운영하다 한국학 센터의 필요성이 절실해져 2007년 한국학 센터가 세워졌다.
한국학 센터는 정치학이나 경제학 중심의 다른 한국학 연구소들과 달리, 역사와 종교, 문화 등 인문학 중심의 한국학 연구 분야에 강하다. 한국어를 비롯 문화, 예술, 사상을 미국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 소개하고 한국 사회 이슈나 한국문화 역사를 미국 학계나 사회에 알리고 이해시킬 뿐 아니라 한국문화와 서구 문화를 포함한 다른 문화권과의 상호 이해와 대화 증진에 그 목적이 있다. 더 나아가 종종 한국과 관계되는 전문적인 강좌나 학회를 비롯 때로는 한국음악이나 예술 공연, 문학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매 학기 180여명의 학생이 여러 단계의 한국어 과목에 등록하고 있다. 한국어 과정은 한인 학생보다 타인종 학생들이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계속 증가 추세다.
이런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어를 담당 하는 교수진의 열성과 창의성 덕분이다. 언어를 단순히 언어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한국적인 것을 스스로 체험 할 수 있는 창작을 통해서 언어를 배울 수 있게 하기 때문. 매학기 말 한국어와 한국학 관련 수강생들이 제작하는 ‘한국 단편 영화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한국학 센터는 노영찬 교수를 비롯 정영아 교수, 문지혜 교수, 신혜영 교수, 김대용 교수 등이 이끌고 있으며 비즈니스 스쿨의 정은주 교수, 경제학과의 윤용준 교수, 글로벌 어페어스의 손병환 교수 등 여러 한인 교수들이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한국학 센터 지향
조지 메이슨 한국학 센터는 단순히 한국말, 전통, 예술, 사상 등을 미국에 소개 하는데 있지 않고 한국의 문화나 전통이 어떻게 글로벌화 하느냐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의 경제나 정치 뿐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가 어떻게 세계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더 나아가서 다른 문화와 접촉하고 대화함으로써 한국문화를 세계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라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학 센터 이름도 앞으로 ‘글로벌 코리아 센터(Center for Global Korea)’로 바꿀 예정이다.
새해에는 한인 교수 뿐 아니라 한국과 관련 있거나 친한파 교수들과 연계한 모임을 갖고 한국학 센터의 전문화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학을 한국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서 다른 문화전통과 연결해서 연구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미래 나아갈 방향이라고 판단한다.
이 대학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이자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손병환 교수 등과 협력해 학회나 심포지엄 등도 마련할 예정이다.
노영찬 소장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켜 한국을 글로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다른 나라, 다른 분야 전공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 학회, 심포지엄 등을 통해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미국내 한국 관련 기관과 단체, 동아시아학 센터, 국제관계학 등과 학술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학술교류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센터 웹사이트도 강화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군사언어학과 교수를 역임한 김대용 교수가 현재 웹사이트를 관리를 맡아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학 센터 건물 건립의 꿈
10여 년 전 한국학 센터 건물 건립 추진이 있었지만 무산됐다. 한국학센터에 한국역사박물관, 강의실, 세미나실, 다목적 강당, 자료실, 전시실, 외부인사 접견실 등의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학생들 교육은 물론,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자금 확보 실패로 무산됐다.
노 교수는 한국학 센터 건립 무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한국학 센터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이슬람 센터는 독자적인 사무실 공간을 비롯 넓은 공간도 있고 석좌교수도 있다. 지역 무슬림 커뮤니티에서 기금을 마련해 학교에 기증해 성사됐다.
노 교수는 “한 때 이 지역 한인들의 도움으로 기금을 모집 할 생각도 했지만 건물이 학교 건물로 증여돼 그 소유권이 학교로 넘어가는 점을 한인사회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건물의 영구적인 관리는 학교가 책임지지만 그 사용은 얼마든지 한국학과 관계된 모든 행사에 사용 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도 개인이나 단체, 한국정부가 관심을 가진다면 계속 이 일을 추진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 노영찬 센터 소장은
비교종교학 권위자, 37년째 재임
지난달 20일 한국학 연구소에서 만난 노영찬 소장(사진)은 한국을 미국에 제대로 알리는 노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노 소장은 “우리 한국학 센터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한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한국을 가르치고 이들을 한국 전문가로 키워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등 각종 이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한국 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를 거쳐 유니언신학대 석사와 UC 산타바바라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노 소장은 37년째 조지 메이슨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종교학과를 신설해서 초대 학과장을 지냈다. 비교종교학의 권위자, 유교사상과 노장사상의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4년 ‘율곡 대상’(학술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율곡의 한국 신유학’(영문), ‘사단칠정론’(영문 공저)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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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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