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목사(좌), 류응렬 목사(우).
115년의 한인 이민역사와 함께 맥을 같이 해온 미주 한인교회가 최근 이민자 감소와 이에 따른 재정부담 등 미래 청사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특히 한인 2·3세대들이 1세대가 일구어 놓은 ‘한인교회’ 속에서 문화적 고립감을 안은 채 신앙생활을 포기하거나 다인종 교회로의 탈피현상까지 보이면서, 다음 세대를 이어갈 청년들을 찾는 한인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교개혁의 또 다른 500주년의 원년을 맞은 올 해, 워싱턴 지역 한인교회들이 안고 있는 과제와 해결의 출발점은 무엇인지, 어떠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지, 열린문장로교회 김용훈 목사와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류응렬 목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다음 세대’ 개념, 타민족까지 포괄해야
올바른 말씀선포만이 변화·개혁 이끌어
-한인교회가 안고 있는 과제, 개혁해야 할 시작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류응렬 목사= “성경해석과 설교훈련 시급”
종교개혁이란 큰 주제를 놓고 볼 때 워싱턴 지역 교회에서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하는 문제는 목회자들이 복음을 체험하는 것이다. 초대교회나 중세 종교개혁, 또 오늘날까지 교회역사 속에 반복적으로 공전하는 공통적인 문제는 잘못된 복음과 성경해석이기 때문이다. 루터, 칼뱅과 같은 당시 종교개혁의 리더들이 한 일도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고 설교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올바른 말씀 선포가 많은 사람들에게 파급되면서 결국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 시대 교회에 복음과 강단의 회복이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선행될 것은 복음적인 목회자들이 탄생하는 것 아닌가? 미국에는 성경적이지 않은 것을, 예를 들어 동성애 이슈 등 교회에서 받아들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성경이 죄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만, 교회가 결국 성경을 무너뜨리고 이를 인정하고 있다. 워싱턴 일원의 목회자들이 성경해석과 설교에 대한 자기훈련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돕는 것이 최고 시급한 문제이다.
▲김용훈 목사
“교회 역할, 한인 테두리 넘어서야”
한인이민교회가 세상 가운데 빛 소금, 역할을 감당하고 진행해 왔다면, 이제 한인 테두리를 넘어 더 많은 타 민족들을 받아들이고 섬기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특히 북버지니아지역은 여러나라 출신의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성공적인 멜팅팟이고 큰 선교지나 다름없다. 특히 히스패닉, 무슬림 지역 아랍권 출신들도 상당히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한인교회들이 탄탄한 신학적 신앙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신학적인 개혁이 아니라 이를 가지고 세상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부분이 시작돼야 한다. 지난 27년간 워싱턴지역에서 목회를 해오면서 홈리스들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들에 많은 힘을 쏟았는데, 돌아보면 이러한 섬김을 통해 우리지역의 주류사회와 이민자 커뮤니티들이 한인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크게 변한 것을 발견한다. 교회의 봉사와 섬김, 선교는 결국 한인사회를 알리는 계기를 만들고, 또 이러한 일은 이민자의 서러움과 아픔을 이해하는 한인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워싱턴 한인교회들의 현 상황을 진단해 본다면?
▲김 목사 “목회자들 분명한 청사진 필요”
다른 지역 이민사회와 비교해 볼 때 워싱턴 지역에는 확실히 건강한 교회가 많다. 워싱턴은 목회자들의 좋은 관계, 특히 교협의 활동들이 활발해 교회들이 연합하고 더 큰 일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현재 많은 교회들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지난 1991년 당시 북 버지니아와 워싱턴-볼티모어 지역은 미국에서 다음 세대 목회를 이끌어갈 대표 지역으로 여겨졌다. 한인 이민자들이 줄어들고, 목회상황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출 수 는 없다. 왜냐하면 건강한 목회 동기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은 이 지역의 수많은 교회들 속에서 자신들이 사역하는 교회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적과 비전, 청사진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 류 목사 “타지역에 비해 건강하고 안정적”
워싱턴에서 목회한지 5년이 돼 가는데 개인적인 소견으로 본 워싱턴 한인교계는 타 지역에 비해 굉장히 건강하다. 기존 연구결과에서도 워싱턴 지역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듯이, 전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인 교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워싱턴 교계가 ‘건강하고 신사적’ 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안정적이란 것은 좋은 의미로는 차분한 신앙적 성숙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또 변화 없이 고여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겠다. 한인교계들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 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좋은 전통이 워싱턴 교계 속에 잘 뿌리를 내린 결과라고 하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배경에는 고 이원상, 김택용 목사님 등 1세대 목회자들의 공헌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지역의 노회나 교회협의회 활동을 비교해 볼 때도 워싱턴 지역처럼 활발한 곳도 없다.
- 한인교회 떠나는 다음 세대에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가?
▲류 목사 ‘부모들, 신앙의 삶을 보였는가 물어야’
통계에 따르면 10대 자녀들이 대학과 직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신앙을 잃어버리는 비율이 한국과 미국이 비슷하게 80%가 된다. 안타깝지만 한인 교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복음,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 못했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신앙을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자원은 교회가 아닌 가정 속 부모인데, 많은 경우 자녀들이 부모들의 삶을 보고 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조사도 보았다. 그 만큼 부모들이 삶으로 신앙을 자녀들에게 전수하지 못했다는, 뼈아프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우리 속에 있다. 당연히 대안은 부모가 신앙에 바로서는 것이고, 이것이 신앙전수, 나아가 한인교회와 커뮤니티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 된다. 자녀들이 교회를 충실히 다니는 종교인이 아닌 정말 예수를 만나 인생 속에 신앙적 비전을 심고, 그것을 동기로 학업에 매진하는 일꾼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신앙생활이 큰 역할을 한다.
▲김 목사 “사회정의 실천에도 관심 보여야”
다음세대가 한인교회를 떠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세대가 익숙한 한국적인 것을 그대로 전수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나님의 복음은 변하지 않을 지라도, 그 복음을 담는 그릇은 질서가 흔들리지 않는 다면, 포용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이민 1세대는 다음세대를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는가? 한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음세대의 키워드는 ‘사회정의’이고 이것을 실현하는 것을 최대 관심사로 여긴다. 당연히 교회가 지역사회에 정의를 실현하고 실천하는 일을 지속한다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나타내고 융합할 수 있는 세대인 것이다. 한인교회가 말하는 ‘다음세대’란 의미도 더 포괄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고, 미국교회들이 잃어버린 세대와 민족들도 품을 수 있는 수용력을 길러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2세들에게 맞는 예배와 환경을 한인교회가 존중하고 만들어줘야 한다. 특이점은 다음세대들도 기혼자들과 미혼 청년들이 또 다른 세대로 구분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차세대 목회라는 것은 현재도 정착과정에 있고 목회자와 교회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준비를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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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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