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 “제왕적 대통령제로 역대 정권 불행의 역사 반복”
뇌물 수수 혐의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친 검찰의 밤샘 조사를 마치고 1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귀가했다.
전날 오전 9시22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기 시작한 이 전 대통령은 신문과 조서 검토 등을 마친 뒤 이날 오전 6시25분 검찰청사를 나와 자택으로 돌아갔다. 전직 대통령 소환 조사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이다.
이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3명이 구속됐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네 번째 구속되는 전직 대통령이 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7억5,000만 원 상납을 포함한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다스의 300억 원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의혹 등과 관련해 20여개 안팎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은 조만간 수사 결과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에 관한 재가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부인했으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금 가운데 1억여 원 정도 등 일부 혐의만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자금 관련 부분 중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10만 달러(약 1억700만 원)를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고 전했다. 김희중 전 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에서 받은 10만 달러를 미국 국빈 방문 전 김윤옥 여사 보좌진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을 시인한 셈이다. 이와 함께 큰형인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 판매대금 중 67억 원을 논현동 사저 건축대금 등으로 사용한 것도 인정했으나, 이는 큰형으로부터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의 뇌물 의혹이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알지 못한다” “실무선에서 한 일”이라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에 대해서는 보고받은 사실이 없으며 “조작된 문건”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다스의 전·현직 경영진 등 다수 핵심 인물들의 진술과 다스 ‘비밀창고’에 보관된 서류 등 물증들을 확보해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판단하고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뇌물수수 혐의 금액만 100억원을 넘어 사안이 중대하고,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주범’이라고 규정한 점도 구속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한꺼번에 수감된다는 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 등까지 고려한다면 검찰이 사법처리 결정 과정에서 신중을 기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와 관련해 정혁진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중대한데다 혐의 부인으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될 가능성이 90%를 넘는다”고 예견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혐의 중대성 외에도 2명의 전직 대통령 구속에 따른 부담을 비롯한 정치적 파급 효과 등을 신중히 고려할 것”이라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은 높은 편이지만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직후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며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정치학자는 “1980년대 이후 역대 정권의 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아들이 구속되는 불행을 겪은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분산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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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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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모른다 만 외치는 치졸하고 빠질궁리만하는 이명박 이런놈이 어떻게 대통령을 했나 노무현 정말 싫어했는데 이런인간 자꾸나오니까 노통불상하다 이런놈들은 어떻게는 살려고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