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 쉽게 팔고 사는 플랫폼 발달, 일과 삶 중시 경향 갈수록 짙어져
▶ 2025년 부가가치 2.7조달러 달할듯, 유연한 사고·창의력이 성패 갈라

지난해 11월 서울시 논현로의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주최‘해커톤’(hackathon) 대회‘해커로드 2017’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 한국의 직장인 김정현(32·가명)씨는 최근 ‘N잡러’(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 대열에 합류했다. 출퇴근 길에 방향이 같은 사람을 차에 태워주고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풀러스’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김씨는 “풀러스를 통해 월 30만원 정도의 추가 수입이 생겼다”며 “직장과 달리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 자유여행 계획 짜기, 페이팔 관련 문제 해결, 콘서트 티케팅, 모닝콜….
재능공유 플랫폼 ‘오투잡’에 올라온 재능 중에는 과거에는 직업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도 많다. 오투잡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게 돈이 될까’ 하는 심정으로 재능을 올렸지만 생각보다 구매자가 많아 나중에는 1인 사업자로 아예 창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고용주가 제시한 조건에 나를 맞추는 대신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나만의 직업’을 만들어가는 사례다.
이 두 가지 사례는 한국에서도 기초적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연주자들과 단기로 계약을 맺던 것에서 유래해 ‘임시로 하는 일’을 가리키게 된 단어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스마트폰과 각종 플랫폼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단기 프로젝트에 고용돼 돈을 버는 것을 지칭한다. 긱 이코노미는 개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원하는 곳에서 필요한 만큼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적 자유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반면 고용 불안정성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각국이 긱 이코노미에 주목하고 있는 까닭은 긱 이코노미가 미래 국가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긱 이코노미를 외면한다면 그 국가는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 것”이라며 “긱 이코노미를 통해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긱 이코노미 시대의 열쇠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2조7,000억달러 규모
맥킨지는 오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하는 2조7,000억달러에 달하고 전 세계 5억4,000만명 정도가 단기 일자리를 통해 실업 기간 단축이나 추가 소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긱 노동자 수가 110만명으로 전체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2.6%까지 늘어난 영국은 지난달 긱 이코노미 시대를 대비한 노동개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긱 이코노미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재능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의 발달과 일과 삶의 조화를 중시하는 성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려는 성향이 강한 20~30대가 긱 이코노미 성장의 주역인 이유다.
◇모두가 기업가 정신 길러야
전문가들은 긱 이코노미 시대의 성패가 교육에서 판가름 난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가 1인 사업가, 즉 ‘프리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 사회에서는 남과 다른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책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에서 긱 이코노미 시대의 도래를 예언한 다니엘 핑크는 교육 개혁을 중요한 선결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저서에서 고등학교의 종말을 예고하면서 “프리 에이전트 시대의 해답은 통제를 줄이는 것”이라며 “10대들은 더 적은 학교 교육을 받고 더 많이 실천함으로써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통제 대신에 어떤 것을 교육해야 할까. 이 이사장은 “기업가 정신”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지식 교육이나 커리큘럼 교육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이제는 적응력과 기업가 정신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로젝트 기반학습(팀을 구성해 문제 발견부터 해결·평가까지 수행하는 교육 방식)과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한정된 기간 내에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행사) 교육이 기업가 정신을 기르는 교육적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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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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