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렌데일의 한 수퍼마켓 주차장에서 한인여성 최모(52)씨에게 대니얼이란 남성이 다가왔다. 본인을 모바일 자동차 정비사라고 소개하며 명함과 정비 차량을 보여준 그는 최씨 SUV 뒷범퍼에 난 흠집을 200달러만 주면 1시간 내로 없애주겠다고 제안했다.

1년 가까이 묵혀 뒀던 스크래치가 신경 쓰였던 그는 장 볼 시간 동안 고쳐주겠다는 말에 일을 맡겼지만 결과적으로 돈만 날린 꼴이 됐다.

최씨는 “나와 보니 왁스 같은 것이 덧칠 돼 있었고 24시간이 지난 뒤 닦으라고 했는데 다음날 지워보니 상태가 더 나빠져 있었다”며 “명함의 전화 번호도 연락이 안되는 가짜였다”고 황당해했다.

가주에서 밴 차량에 자동차 수리장비를 싣고 다니며 소비자에게 접근해 돈을 갈취하는 ‘모바일 자동차정비소’(mobile auto repair shop) 관련 사기가 증가하는 추세다.

가주소비자보호국(DCA) 산하의 자동차정비국(BAR)에 따르면 2016~2017년 2년간 모바일 자동차 정비소와 관련된 불만은 1만8,000건을 넘었고, 피해를 당한 운전자들에 대한 배상, 합의, 재수리와 환불 규모도 540만달러에 달했다.

그렇다면 모바일 자동차 정비소는 합법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BAR이 면허를 발급해 합법적으로 이동하면서 영업하는 정비사들이 존재한다.

관련 사기가 증가하자 BAR은 “모바일 자동차 정비소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차량에 적힌 업체명, 라이센스 넘버, 전화번호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합법적인 업체는 BAR 웹사이트(www.bar.ca.gov)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이 가능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운전자들은 느닷없이 접근하는 가짜 모바일 정비사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실제 최씨의 경우는 피해가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 악질적인 사기꾼들은 2차례 이상 보강 정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더 많은 돈을 떼가기고, 싸구려 왁스만 잔뜩 바르고 많은 비용을 청구하기도 하며, 근처 부품상에 다녀오겠다며 수백달러의 부품비만 받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

한 정비사는 “가짜 모바일 정비사에게 속고 뒤늦게 정비소로 오는 운전자들이 거의 매일 있다”며 “가짜들은 운전하고 다니다가 흠집이 있는 차량을 따라와서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곳에서 수리가 가능하다고 운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식으로 사기를 친다”고 전했다.

BAR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속지 않는 방법은 정비가 끝나지 않았는데 미리 부품 값을 절대로 주지말 것, 정비 차량으로 끝낼 수 없는 중정비는 맡기지 말 것 등을 조언했다. 특별히 복잡한 정비는 관련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크레딧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지 여부도 혹시 모를 사기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고, 정비에 따른 워런티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워런티는 부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어떤 것은 90일에 불과한 것이 있는 반면 일부 브레이크 패드는 영구적으로 품질을 보증하는 경우도 있다.

<류정일 기자>